해양과학기술 개발로 녹색성장 이끈다
해양과학기술 개발로 녹색성장 이끈다
  • 이흥재 해양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
  • 승인 2009.05.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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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한 경제성장 추구해야
 

  녹색성장이란?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 위기와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는 기상재해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에너지 다소비 체제’가 지속될 경우 지구촌이 치러야 할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년 세계 GDP의 5~2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2006, 스턴 보고서 Stern Review). 여기에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세계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에너지·자원 부족을 부추기고 이에 따른 가격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자원의 효율적·환경 친화적 이용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녹색산업’,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요소투입형’ 성장방식은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다.

 

 

 자원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들의 대량투입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U 등 선진국가들은 녹색기술 육성과 환경규제를 통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동시에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이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차 등 저탄소 차량 제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가 안게 될 경제적 부담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제사회는 점차 강한 규제를 통해 각국의 탄소배출을 강제할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저탄소 녹생성장’을 향후 60년의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세계적 변화추세에 대비한 선제적 포석인 셈이다. ‘저탄소·친환경’이야말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전략산업’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리드해야만 일류 선진국가로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왜 녹색성장인가?
 ‘녹색성장(Green Growth)’이란 단어는 ‘환경(Green)’과 ‘성장(Growth)’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좋은 이미지를 가진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다른 한편,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과 성장이라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념의 결합은 이미 선진국에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실현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과정 중 파생되는 에너지·환경 관련 기술·산업에서 미래 유망품목과 신기술을 발굴해내고, 기존 산업과의 상호융합도 시도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만큼은 반드시 살려 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제 세계는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경제발전은 생각할 수 없는 매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시된 개념이 바로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의 핵심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되 자원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순환구조’에 있다. 가령 석유를 대체하고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차를 개발·생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일궈냈다면 이는 녹색성장이 구현된 모습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성장, 두 가지 가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국민, 기업과 시민사회가 공유된 비전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녹색부국은 어떻게?

 녹색성장은 에너지·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성장동력 확충, 기업 경쟁력과 국토 개조, 생활혁명을 포괄하는 종합적 국가비전이다. 교통, 건축, 문화 등 모든 사회·경제활동과 사회 시스템을 포함하며, 심지어 개인의 생활스타일도 포함되는 광범위한 개념인 셈이다.

 

 

 지난 8월15일 건국60년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며,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렇다면 녹색성장의 비전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까?
 우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경제성장→환경훼손’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IT·BT·NT 기술을 녹색기술로 연결할 경우,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일자리 없는 성장’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 분야의 경우 기존 화석에너지 분야에 비해 일자리 창출규모가 7~11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과 기술개발 보급 등으로 2007년 1만4000명인 고용규모가 2012년 10만명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해 2020년이면 3000조원에 달할 녹색기술 시장에서 선도국 역할을 하고, 그린홈 100만 가구 공급, 세계 4대 그린카 생산국 진입에 나서기로 했다. 에너지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효율은 높은 친환경적 주택, 콤팩트 시티형 도시 개발, 농산촌 지역 탄소순환마을 조성,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등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정책도 추진된다.

 또 녹색제품 구매유도, 오염자 부담원칙 확대로 소비에서 의식주까지 ‘저탄소 녹색소비·생산’으로 전환하고, 어릴 때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홍보하는 등 ‘에코리빙운동’을 확대한다. 아울러 기상재해·건강피해 등 기후변화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재난관리체계가 강화된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개도국 지원 등을 통해 국가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범지구적 문제에도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녹색성장 정책의 주요한 요소이다.


  해양과학기술과 녹색성장

 전 세계적으로 압축 성장에 따른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 추세에 따라 자원고갈, 환경파괴, 연안오염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석유, 금속자원 등의 육상채굴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미래 신ㆍ재생에너지원 개발 및 금속 광물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 인도 등의 급성장에 따른 에너지ㆍ자원 수요급증에 비해 공급은 한정되어 있어 에너지ㆍ자원 확보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환경변화의 주요인인 지구온난화현상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빙산 감소,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및 사막화 등의 기후변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최근 35년간 주변해역 해수면 온도가 0.85℃ 상승하였으며, 해수면은 5.4mm 높아져 같은 기간 세계평균(2.8mm)의 약 2배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자원 고갈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는 물론,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문제 등도 해양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 발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해양은 조력, 조류 등 청정 해양에너지와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자원은 물론,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 미래 전략 에너지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전 지구 생물의 80%(약 1,000만종)가 서식하고 있으며, 지구 기후변화의 최대 조절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차원의 녹색기술의 개념과 투자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체계적인 녹색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인「녹색기술연구개발 종합대책」을 금년 1월 13일 수립하였다. 여기에서는 녹색기술 연구개발 영역을 크게 예측기술, 에너지원기술, 고효율화기술, 사후처리기술로 분류하였으며,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27개 중점육성기술에 대해서는 2012년까지 현 투자 수준의 2배(´08년 0.8조원 → ´12년 1.6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27개 중점육성기술에 ⅰ)기후변화 예측 및 적응, ⅱ)바이오에너지, ⅲ)물류기술, ⅳ)이산화탄소 포집?저장?처리, ⅴ)대체수자원 확보, ⅵ)유해성물질 모니터링 및 환경정화기술 등 해양과학기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밖에도 녹색기술 연구개발 영역에 해양에너지, 해양생명공학, 생태계 복원, 선박해양, 교통물류 등이 포함된 점이라 할 수 있다.

 녹색성장을 견인할 대표적인 해양산업을 살펴보면 첫째,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인명 및 재산피해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해안침수, 물 부족 및 기근, 생태계 파괴, 농경지 및 유전피해 등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은 이러한 피해의 해소 또는 저감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둘째, 해양신산업으로서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해양에너지 개발의 경우 2009년 5월,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준공에 (1,000kw)에 이어 금년 말에는 시화호 조력발전 상용화 기반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셋째, 해양생명공학 분야로서 정부는 생명공학 분야 R&D 예산 중 해양생명공학 분야 투자 비중을 2008년 3% 수준에서 2012년 10%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핵심 원천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위해「해양바이오 R&D 종합계획(안)」 수립을 추진 중에 있다. 동 계획이 금년 상반기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심의되면 해양생명공학분야, 특히 바이오에너지 및 바이오소재 연구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분야, 특히 해양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녹색성장을 선도할 또 하나의 기회는 2012년 개최되는 ‘여수세계엑스포’이다. 여수엑스포의 주제가 다름 아닌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기 때문이다.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해양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알리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민통합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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