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보물, ‘해양 와편모류’의 가치
바다의 보물, ‘해양 와편모류’의 가치
  • 정해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0.09.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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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구온난화 완화용 썰렁한 퀴즈 하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는 누구일까? 아인슈타인(Einstein)? 뉴턴(Newton)? 답은 다윈(Darwin)이다. 다 win. 다른 과학자들을 다 이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상 생물 중 다윈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인간의 80배가 넘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와편모류’일 것이다.

와편모류는 영어로 ‘dinoflagellate’이며, 여기서 ‘dino’는 소용돌이, 즉 와류(渦流)를 뜻한다. 긴 편모(flagellum)를 움직이면 와류가 생기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와편모류는 보통 낮에는 표층으로 올라와 빛을 받고 저녁이 되면 저층으로 내려가 영양물질인 질소나 인을 흡수하는데, 혼합영양성 와편모류의 경우 영양물질이 풍부하면 광합성을 하고 부족해지면 다른 생물들을 포식하는 방법으로 생존해 모든 생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또 와편모류는 바다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생태학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1차 생산자 △동물의 먹이 △세균이나 미세조류 포식자 △산호와 말미잘 등과의 공생자 △생물 안에 서식하는 기생자 등의 역할이 대표적인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산, 독소, 색소, 오메가3, 항산화 물질 등을 만들어 내 자신을 보호하거나 상대방을 무력화시킨다. 위 물질들은 건강물질과 항생제, 항암제와 같은 치료제, 천연색소 등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대표적 예로 동물성 와편모류인 크립토쎄코디니움(Cryptothecodinium)은 상업적인 오메가3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생물이 한 국가의 자산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가 발효된 이후, 전 세계는 와편모류 신종(new species) 발굴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와편모류 신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와편모류의 신종은 연간 20종 미만으로만 발표되고 있으며 신종의 위 단계인 신속(new genus) 발굴은 더욱 어렵다.

2005년 이전 우리나라는 와편모류뿐만 아니라 다른 미세조류 신종발표가 거의 없는 불모지였다. 그러나 본 연구실은 지난 15년 동안 10여 개의 와편모류 신속, 20여 개의 신종을 발표해 신속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종명이나 속명에 우리나라 지명을 따 스크립시엘라 마산엔시스, 이히엘라 여수엔시스, 알렉산드리움 포항엔스 등으로 명명하여 우리나라 연구력과 지명을 널리 알렸다.

해양학 연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와편모류 분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200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이나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일본과 대등한 연구력을 갖추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무궁무진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는 해양와편모류이기에 대한민국이 이 분야의 최강국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발과 연구에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우리도 이들의 생태·생리, 유전, 응용 연구 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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