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狂不及, 좋아서 하는 일은 벽을 뛰어 넘는다
不狂不及, 좋아서 하는 일은 벽을 뛰어 넘는다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4.06.0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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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소통하는 리더, 이홍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극지연구소 이홍금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최초의 여성 선임연구원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홍금 책임연구원은 6년간 극지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며 그녀만의 소통의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등 국내 극지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연구소장에서 물러난 후 이 책임연구원은 연구원들의 연구 인프라를 지원하며 든든하고 편안한 선배로 돌아왔다.

“어느 곳의 어떤 자리라도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해양 분야가 여성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홍금 책임연구원의 힘이다.




극지연구는 미래의 바다, 나아가 지구의 환경과 그 속에 살아갈 인간들을 위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난한 연구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이홍금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국내 극지연구의 주축인 극지연구소의 소장으로 연구원들을 이끌었다. 때로는 엄마같이 극지로 떠난 연구원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주장을 할 때는 누구보다 강경했다. 어느 자리에서나 포용력 있는 자세로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 책임연구원은 ‘극지에 미쳐있는’ 후배들을 위해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극지연구소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현재는 극지생명과학연구부의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의 인프라를 지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극지의 암석, 운석, 빙하 등을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용 시료로 만들어 큐레이션으로 활용하거나 자원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해양미생물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도전적인 욕심이 컸다. 심해 미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은 모든 생물의 진화과정과 더불어 신비롭게 느껴졌다. 미생물의 응용과 독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해양연구원에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 심해미생물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을 때는 분야 자체도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지만 그 후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해양의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비약적으로 성장을 이룬데 뿌듯함을 느낀다.

2007년 0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6년간 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재임기간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탄생시킨 일은 개인적으로도, 연구소로써도,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남극 장보고 기지의 밑그림을 그리고 준공되는 모습을 지켜본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극지 연구의 수월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연구소장으로 재임하면서 또 하나의 역할은 ‘과학외교’를 실천하는 일이었다. 북극과학최고회의(ASSW) 개최와 남극프로그램국가운영자회의(COMNAP-AGM) 유치 등 극지분야의 국제적인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극지 연구의 잠재력을 알리는데 힘썼다.

소장의 자리는 다른 연구원들을 지원하는 자리로 나의 개인적인 연구와 성과들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내려놓음으로써 원하는 것을 실행하고 이뤄내는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이홍금 책임연구원은 극지연구소장으로 재임시 우선순위에 뒀던 사항 중 하나로, ‘사람을 키우는 일’을 꼽았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다른 무엇보다 극지 연구에 빠져있는 연구원들에게 이 책임연구원은 아직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한국해양연구원 최초의 여성 선임연구원에서 극지연구소 소장까지, 여성 과학인으로써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방과 소통을 항상 중요시했다. 출산과 육아를 통해 체득되는 포용력과 부드러움은 여성 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소장으로 재임할 때 아라온호 건조의 모든 과정을 연구소 내부는 물론 관련 부처와 기관에 공유했다. 설계단계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도리어 내용을 오픈하고 나서는 비난과 비판을 걸러 생산적인 개선을 하기가 수월했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의 리더는 독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목소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소통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 전체를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은 어느 자리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직장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

제도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이 학부 재학시절만 해도 결혼은 곧 퇴직으로 연결되는 것이 사회적인 분위기였다.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남녀 임금이 격차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취업의 장벽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제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족의 지원도 중요하다. 실례로 현재 극지연구소의 여성연구원 비율은 20%정도 되는데, 이들이 오지까지 찾아가는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무엇보다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극지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곳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춥고 얼어붙은 바다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극지로 간다. 그들을 보면 ‘극지에 미쳐있는 사람들’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서 하는 것.

이전보다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인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것, 누구보다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다면 그 분야의 리더에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글=장은희·사진=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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