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래기’ 주꾸미 맛
‘꽃바래기’ 주꾸미 맛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5.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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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 주꾸미 샤브샤브. 분홍색을 뛰며 먹기 좋게 익었다.

 

 ‘봄주꾸미 가을낙지’라 한다. 봄에는 주꾸미 맛이 낙지보다 좋다는 얘기다. 서해안 주꾸미 산지에서는 ‘꽃바래기’라는 말도 전해온다. 진달래꽃이 필 무렵에 잡히는 주꾸미 맛이 좋아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5월 사이는 주꾸미의 산란기. 이때가 되면 주꾸미가 알을 배고 살이 올라 몸이 통통하고 졸깃한 맛이 더 난다. 생선 등 갯것들은 대부분 알을 배는 시기가 가장 맛이 좋다

 

 ‘봄주꾸미 가을낙지’

 

△ 바다횟집 안주인 홍은미씨.

 

 주꾸미는 몸길이가 20센티미터에 불과하여 문어, 낙지, 주꾸미 등 문어류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모양이 비슷해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꾸미는 몸체가 몽톡하고 짧다. 다리가 긴 낙지에 비해 주꾸미는 짧은 다리, 소위 ‘숕다리’다. 그러나 다리사이 물갈퀴는 낙지보다 주꾸미가 크다.

 낙지는 뻘 속을 파고드는데, 주꾸미는 오목한 바닥이나 고둥껍데기에 들어가기를 좋아하고, 알도 조개나 고둥 껍데기 속에 붙여 놓는다. ‘소라방’어법은 주꾸미의 이런 습성을 이용한 것. ‘소호어업’이라고도 부르는 소라방은 피뿔고둥 껍데기에 줄을 매달아 미끼도 없이 바다에 던져두었다가 끌어올려 잡는 것으로 주꾸미 어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는 어법이고 환경 친화적 어법이기도 하다.

  주꾸미는 문어류 중에서는 육질이 가장 부드러워 부드러운 육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값에서 알 수 있듯이 낙지에 비해 그 맛은 한 수 아래다. 몇 년 전 만해도 중요 수산물로 취급받지도 못했다. 최근 들어 각종 언론매체를 통에 숯불양념구이니, 철판볶음이니 하는 주꾸미 조리법이 소개되면서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웰빙바람이 불면서 휴일 주꾸미 산지에는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나고 덩달아 주꾸미 값도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어디에나 주꾸미가 생산되지만, 격포ㆍ군산ㆍ서천ㆍ무창포ㆍ서산ㆍ태안 해안을 주산지로 꼽는다. 이들 주산지에서는 매년 3~4월에 주꾸미가 축제가 열린다. 태안군 남면 몽산포항에서는 이보다 좀 늦은 4월18일부터 5월3일까지 제1회 주꾸미 축제가 열렸다. 몽산포 어촌계장 문승국씨는 안면도 꽃박람회에 맞추었기 때문이라 한다.  ‘2009안면도국제꽃박람회’는 4월24일부터 5월20일 까지 27일 간 태안군 안면읍 꽃지 수목원 일원에서 열린다. 꽃지와 몽산포 항은 20여 킬로미터, 20여분 거리다.

 

 주꾸미 샤브샤브  

 

△ 주꾸미 볶음.

 몽산포항 바다횟집 안주인 홍은미(52)씨는 주꾸미는 통째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갖은 양념을 넣어 볶음 요리로도 많이 먹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샤브샤브를 주문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홍 씨는 설렁설렁해도 맛이 나는 볶음요리는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고, 주꾸미의 참 맛은 샤브샤브가 제격이라 한다. 짜고 매운 볶음 요리보다 담백한 샤브샤브가 웰빙요리에는 더 가까울 듯싶다.

 

 샤브샤브는 주꾸미가 싱싱하고 살아있지 않으면 제 맛을 나지 않는다는 홍 씨는 몽산포에서는 ‘소라방’으로 주꾸미를 잡기 때문에 선도가 잘 유지되어 그 맛이 다른 지방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주꾸미 샤브샤브는 다시마 등 갖은 재료로 우려낸 육수에 무, 대파, 양파, 당근, 팽이버섯, 청양고추 등 야채를 넣어 끓기 시작하면 산 주꾸미를 넣어 익혀먹는 요리. 주꾸미가 익어 분홍색을 띄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초장이나 양념소스에 찍어 먹는데, 담백하면서도 입안을 감치는 맛이 그만이고 시원한 국물맛 또한 일품이다. 익으면 쌀밥 같이 되는 봄 주꾸미 알은 톡톡 터지며 씹히는 맛이 별미 중 별미.

 다리와 몸통을 잘라 먹다가 먹통을 터트리면 먹물 샤브샤브가 되어 주꾸미의 또 다른 맛을  보게 된다. 여기에 라면사리를 넣으며 주꾸미 먹물 라면요리가 되는데, 그 맛은 어디 비길 데가 없다. 주꾸미 먹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만히 음미해보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번진다.

 주꾸미 먹물 속에는 항암작용과 위액분비 촉진작용을 도와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옛날 어촌에서는 먹물을 이용하여 치질을 치료했고, 여성들의 생리불순을 해소하는 데에도 뛰어난 효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꾸미 먹물의 효능이 많이 알려지자 요즈음에는 여성들이 먹물요리를 더 찾는다고 한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

 주꾸미는 저칼로리 음식이면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다이어트에 최적식품이다.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DHA가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타우린 성분이 아주 풍부하여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어 주며 근육의 피로회복에도 효과적이다.

 주꾸미의 타우린에 대해 이런 일화가 있다. 2차 대전 때, 일본 해군 특별공격대인 ‘가미가제’의 파일럿들이 시력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즉시 주꾸미를 달여 그 즙을 먹여 시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 바다횟집 (041-674-2247)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2구 686-6번지

 

 매년 봄꽃이 필 무렵이면 서해안 곳곳에 주꾸미축제가 벌어진다. 올해도 그 축제는 어김없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축제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금년에는 예년에 비해 주꾸미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그 값이 만만치가 않다.

 해양생태계의 변화가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어린 주꾸미를 많이 잡아낸 것도 원인이라 한다. 어업인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보다 내일을 위한 자원 보호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 주꾸미의 담백한 맛을 우리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 어업인들도 잘 살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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