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는 꿈에서나
‘빅 픽처’는 꿈에서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8.05 08: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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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 22일 포항 라한호텔에서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김웅서) 주최로 ‘환동해 스마트 수산산업 발전전략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연구위원의 주제발표가 그것이었는데 이 발표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백은영 박사 발표내용의 핵심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것이었다. 이 말은 꿈같은 거창한 그림을 그리려하지 말고 작더라도 실현 가능한, 가까운 미래에 현장에 접목해 실용화, 상용화, 산업화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었다.

이날 백 박사는 김, 굴, 방어, 참돔, 참다랑어 등 일본의 스마트 양식장의 현장을 예로 들며 우리도 기존의 소수 대형기업 중심이 아니라 다수의 양식어업인들도 공감을 살 인식의 변화, 스마트 양식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성공사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 박사가 예로 들었던 김, 굴, 방어, 참돔, 참다랑어는 일본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현실적으로 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여졌다.

백 박사는 일본이 대중성 수산물에 ICT를 접목시키며 현장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되묻는다. 참다랑어, 연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수요도 극소수에 한정되어 있으며 양식 조건 또한 적합하다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뜬 구름 잡는 식의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백 박사는 빌딩양식의 실패를 예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량생산되지 않는 연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국내 상황과 달리 해조류, 패류, 어류 등 대표 수산물에 ICT를 접목해 다수의 어업인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국내 스마트 양식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는 소위 ‘빅 픽처’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는, 실용화, 상용화, 산업화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성공했다고 발표한 참다랑어 완전양식, 뱀장어 완전양식, 그리고 명태살리기 프로젝트가 빅 픽처의 예이다. 모두 오래 전에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실험실에서 폐사율을 낮추는 가장 핵심적인 연구가 뒷받침이 되지 않았는데 샴페인부터 터트리고 보자는 식으로 ‘이벤트를 만들어왔다. 그것이 기관장의 영전(榮轉)에는 도움될지 모르겠지만 실수요자인 어업인과 수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도 완전하지 않은민물장어 완전양식 기술개발을 세계 두번째로 성공했다고 발표한 해양수산부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를 방류, 양식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는 요란하게 했지만 정작 양식이 산업화, 대중화 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무관심하거나 손도 못대고 있었던 것 아닌가! 

AI, ICT, IoT, 스마트화 등 다 좋은 말이다. 다만 해수부, 국립연구기관, 공공연구기관 등은 가까운 미래에 실수요자인 어업인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연구와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빅 픽처는 꿈처럼 간직하는 게 좋겠다. 빅 픽처가 영글기도 전에 담당자들은 자리를 옮기거나 퇴직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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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길 2020-08-13 08:11:15
참다랑어, 연어양식을 첨단기기를 도입한 RAS에서 양식을 하는 기본적인 조건은 규모다.
RAS를 상업화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비용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마한 시설비용은 물론이고, 운용을 위한 전문인력은 필수 조건이다.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로 진행을 하는 경우 자금 측면에서는 정부자금이니 대규모투입이 가능하겠고, 운용측면에서는 급한 대로 외국인력으로 대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상업화는 또 얘기가 다르다. 급한 불을 먼저 꺼야한다고 했다. 넙치나 전복에서 얻은 교훈은 저 멀리하고, 새로운 종으로 그것도 낯선 방법으로 대규모 자본을 들여서 수년간에 걸쳐 성공한다 해도 민간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먼 훗날 얘기다. 현실적인 플랜을 짜서 현장에 빠른 시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