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의 상장(上場)제도 개선방안
농수산물의 상장(上場)제도 개선방안
  •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농업연구관
  • 승인 2020.08.12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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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능, 효율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현대해양] 도매시장제도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에서 논의되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경제활동의 장을 인위적으로 갖추어놓은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시장이다. 도매시장을 자유거래시장에 맡겨놓지 않고 인위적으로 조직화·제도화한 이유는 ①일상적으로 필요 불가결한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 ②상품생산이 자연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한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 ③부패하기 쉬운 생물학적 특징을 가진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 ④규격화 및 균일화가 곤란한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 ⑤상품을 판매하려는 주체가 소규모로 다수라는 점, ⑥상품을 구매하려는 주체가 대체적으로 소규모로 다수라는 농수산물 특유의 특성 때문이다.

우선 부패하기 쉬운 농수산물의 상품조건은 당일 전량상장의 원칙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일상에서 필요불가결하고 수급이 불안하며, 규격화가 곤란하다는 특성은 현물중심의 경매원칙을 태동시켰다. 한편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영세한 다수라는 점은 특정장소의 집단화된 거래가 이루어지는 도매시장을 필요로 하였다. 특히 거래총수의 최소화라는 관점에서는 시장도매인과 같은 단일 주체를 둘 경우에는 정보의 비대칭과 주체한 힘의 불균형 등에 의해 과거의 위탁상문제가 재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에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을 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농수산물 특유의 특성이라고 하는 조건이 변화되면, 당연히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도 변해야 할 것이다.

 

산지·소비지 보호목적의 상장매매제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서는 도매시장법인을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수료상인(법인)으로 규정하여 생산자의 입장인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 할수록 수익이 증가되는 구조를 갖추도록 한 반면, 구매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도매인은 차액상인(개인·법인)으로 구분하여 가급적 낮은 가격에 구매를 하는 것이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역할구분만으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은 끊임없이 상호 견제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에서 대립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기능구분 자체만으로도 거래당사자간의 힘의 불균형이나 정보의 비대칭현상으로 인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도매시장법인은 집하기능을, 중도매인은 분배기능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서, 분업의 경제에 기반하여 각각의 기능상 우위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한 도매시장의 존립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상장매매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도매시장 유통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통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거래방법의 개선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거래하는 농수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거래하는 경매·입찰과 시간과 장소가 정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대일로 협상하여 거래하는 정가·수의매매로 구분된다. 따라서 경매·입찰은 거래의 투성명이 높은 반면, 정가·수의매매는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효율성에만 집착한다면 경매거래가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수급의 사전적 조정을 통한 가격안정과 유통비용절감을 위해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정가·수의매매도 전면 거래원칙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을 단행한 것이다. 투명성과 가격효율성과 유통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종종 ‘정가·수의매매=시장도매인제 또는 상장예외거래제도’라고 인식하고, 경매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장도매인제나 상장예외거래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결정 방법으로써 정가·수의매매는 상장매매와 시장도매인제·상장예외거래제도에 모두 적용 가능하며, 경매·입찰거래는 상장매매제도에만 적용되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가·수의매매가 시장도매인이나 상장예외거래제도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기에, 시장도매인제형 정가·수의매매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언어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맞지 않다. 정가·수의매매의 도입은 경매중심의 거래경직성을 완화하여, 도매시장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경매가 문제가 있으니 시장도매인제나 상장예외거래제도를 도입하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상장경매제도의 특징과 개선방안

농산물유통 기능(운송, 보관, 가공, 위험부담기능 등)은 그 수요가 존재하는 한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유통기능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유통주체간의 경쟁 촉진적 관점에서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간의 전속적 거래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정산기구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때의 정산기구는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중도매인의 구매대금 지불방법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도매인제나 상장예외거래제도에서 출하주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정산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상장매매시장에 도입하려는 정산기구와 시장도매인·상장예외품목에 도입하려는 정산기구는 도입목적과 정산구조·방법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산기구운영을 위한 비용발생구조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시장도매인·비상장품목의 정산기구와 상장매매시장의 정산기구를 통합 운영하는 통합정산기구의 도입은 안 될 일이며, 상장매매시장의 정산기구 도입을 자체를 저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매시장유통에서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기능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부분도 반드시 있다. 품목보다는 상황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판매와 중도매인의 직접집하를 상호주의 하에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호주의 관점에서는 상장예외품목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판매도 동시에 허용하여 집하와 판매측면에서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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