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계통판매제여나 하나
왜 계통판매제여나 하나
  • 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장
  • 승인 2020.08.12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협 계통판매제로의 전환,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원천

[현대해양] 수산자원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는 원천적 생산잉여물이다. 자연이 키워주는 자원을 성육비용 없이 잡기만 하면 된다. 물론 포획하는 데는 기본적인 비용 투입이 필요하지만 논외로 친다. 농업에서는 최소한 씨를 뿌리고 생산과정에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수사자원은 모든 걸 자연이 만들어준다. 농업혁명 못지않게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는 고맙기 그지없는 식량 원천이다. 반면, 수산자원은 이용하는 인간이 관리를 병행하지 않으면 멸종되어 더 이상 이용할 수가 없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수산자원이 다른 자원과 구별되는 3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율갱신성, 밀도의존성, 공유재산성이다.

첫째, 자율갱신성이란 일정한 어장에서 적당량을 포획해도 자원이 스스로 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균형량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성이다. 어획이라는 인위적 사망률 증가를 가하면 남은 자원은 성장률이 확대되어 전체량을 유지한다. 전체 자원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만 어획하면 생물의 총량에는 영향 없이 식량자원의 영속적인 획득이 가능하다. 수산업의 산업적 영속성도 보장된다. 이렇게 수산업은 수산자원이 가지고 있는 자율갱신적 성장이라는 즉, 바다가 공짜로 주는 혜택을 이용하는 산업이다. 어로가 수산업이라는 산업적 행위로 존재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둘째, 밀도의존성은 현재 자원량의 밀도에 따라 추가 성장량이 의존하여 다르게 나타난다는 특성이다. 어군집단 내 개체의 상태가 포화상태로 되면 순성장이 없어지고, 어업활동이 적절히 이루어지면 자연 포화상태 이하의 성장여력으로 인해 순성장이 ‘+’상태로 전환하여 어획량과 성장량이 동일해져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어업활동이 과다하여 생물 번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밀도 이하로 개체수가 떨어지면 멸종 위기로 갈 수 있다. 적절한 밀도 이하로 남획되지 않도록 방지가 필요한데, 자원관리 및 보호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공유재산성은 수산자원의 생물적·환경적 특성에 따라 파생되는 특성이다. 어류 자체는 이동성, 회유성, 광역성이 있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어류가 가지는 이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배타독점적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재산권을 행사하려면 엄청난 행사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먼저 포획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무주물 선점의 원칙이 적용되는 공유재산적 특성이 발생한다. 무주물 선점은 반드시 남획을 불러오고 자원은 고갈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관리라는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수산자원이 가지는 이 세 가지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자원을 이용하는 수산업은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관리라는 규제에서 시작하여 규제로 끝나는 산업이 되어 버렸다. 어류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수산자원의 시장실패를 관리하기 위해 규제라는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 어업인도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 답답해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귀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수산물의 판매형태가 바뀌었지만, 수산자원의 관리 필요성에 의해 존재했던 것이 자원관리의 전형적인 수단 중 하나인 생산후 판매관리 즉, 산지수산물 양륙시의 ‘의무상장제’였다.

 

수산물 판매제도의 변천

수산물은 무주물 선점으로 인한 고갈의 위험이 있는 공유재산이므로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지 않으면 고갈되어 버리는 자원이다. 따라서 고갈되는 수산자원의 특성상 자원보호를 위해 수산물의 판매장소를 지정하면서 정착된 제도가 의무상장제이다. 그리고 일시 다획된 어획물을 신속하게 분산하여 선도를 유지하고 유통을 원활히 하며, 정확한 생산통계의 집계로 수산정책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1997년까지 운영되어왔다. 연근해 어획물의 판매제도로서 의무상장제는 불법어획물의 유통단속을 통한 수산자원보호(당시 수산업법 제52조, 수산자원보호령 제21조)에 근본 목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지 수산물 판매는 현재에도 생산자단체인 수협이 운영하는 위판장을 통해 위탁판매하는 형태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탁판매의 처음 생성배경을 보면, 일제 강점기의 초기인 1911년 6월 3일 「어업령」이 발효됨에 따라 어업조합이 생겼고, 어업조합은 조합 명의의 어업권을 취득하여 조합원들에게 어업권에 대한 행사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생산을 하게 하고, 조합원들은 생산한 수산물을 어업조합에 판매하면서부터 수산물 판매의 의무상장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일제시대가 진전되면서 판매의 통제체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조선총독부령 제109호인 「조선어업보호취체규칙」제9조에 ‘시·도지사가 그 지역 내에 지정하는 구역이 아니면 어획물 또는 그 제품을 양륙·매매·교환 또는 매매 위탁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1914년에는 조선총독부령 제136호에 의거하여 객주상 및 상업적인 회사경영 시장의 개설을 금지시켰다. 즉, 특정 구역만을 수산물 판매장으로 하는 본격적인 ‘의무상장제’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독립과 미군정, 건국을 거쳐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수산청장이 지정하는 항구에 한정하여 양륙토록 하고, 양륙된 어획물은 수산청장(시·도지사)이 지정하는 장소에서만 매매·교환하도록 하는 규정을 수산자원보호령에 신설하여 확실한 의무상장제를 제도화시켜 나갔다.

임의판매제로의 전환 이유와 문제점

1990년대 초까지 의무상장제가 진행되어 오면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의무상장제를 실시하는 근본 목적이었던 수산자원의 보호에 한계가 나타났고, 생산자의 출하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어획물 운반, 수수료 지급 등에서 어업인의 부담을 결과적으로 가중시키게 되었다. 수협에는 산지판매권을 독점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유통단계에서의 불법어획물을 단속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제도적인 장치로서 단속 실적이 미미하였다.

또한 새로운 유통경로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유통단계의 중복 및 유통기간의 지연으로 상품성이 저하되고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1990년도에 들어서는 수협 위판장을 통한 연근해 어획물의 현실적인 위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의무상장제 운용의 실효성이 저하되었다.

김영삼 정부 초기, 의무상장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가적인 규제 완화의 흐름에 동승하며, 어업인들이 판매선을 자유롭게 선택케 하여 수취 어가를 제고시키겠다는 취지에 따라 수산물 판매 의무상장제의 자유판매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1993년 문민정부에서 추진한 행정규제개혁의 한 과제로 자유판매제 도입이 선정됐다. 그동안 어업인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 행정규제 개혁’의 농림수산 분야 대상과제로서 ‘수산물 산지 수협 위판장 강제상장제 개선’이 선정되었다. 1994년 12월부터 3개월간의 시범실시를 거처 1995년 3월부터 2단계에 걸쳐 자유판매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자유판매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 것은 1997년 9월 이후이다.

자유판매제의 목적은 어업인들이 수산물의 판매선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함으로써 어업인들이 수취하는 실제 어가를 제고하자는 것이었다. 보다 높은 어가를 제시하는 판매처에 생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어업인이 수취하는 가격의 실질적인 상승효과를 노렸다. 그리고 행정규제 완화 및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공고화도 자유판매제 실시에 한 몫을 차지했다. 자유판매제를 실시하던 초기에는 유통경로의 다원화 및 각 구매처 간의 경쟁체제 유도가 가능해짐에 따라 어가의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생산어민의 자유로운 판매가 보장됨으로써 어업인 소득향상 효과 및 판매 편의도 제고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 기대와는 달리 자유판매제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정확한 생산통계를 확보할 수 없어 자원관리 정책의 효과도 거두기 어렵고, 생산통계의 정확성을 전제로 하는 어업인 지원정책의 도입 등 수산정책의 수립도 곤란하였다.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용 유통되는 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산물 원산지표시제의 정착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어업인들에게도 어촌지역의 객주제 부활에 따른 가격조작, 어획물 판매대금 미결제 또는 편취로 인해 유통질서 문란 등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사업을 통한 수입으로 조합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원을 확보해야 할 조합에도 위판수수료 수입이 감소하여 경영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자유판매제가 실시된 1997년 이전 1992년부터 1996년까지 5개년의 평균 위판율은 금액기준 68.5%, 물량기준 66.2%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개년 평균 위판율은 금액기준 63.1%, 물량기준 49.4%로 많은 감소가 있었다. 금액기준은 5.4%p의 감소가 있었고, 물량기준으로는 16.8%p의 감소를 보였다.

 

수협 계통판매제로의 전환 필요성

자유판매제로 되어 있는 수산물 판매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으므로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계통판매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지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판매시 수협이 운영하는 위판장을 통해 판매하는 계통판매제로의 전환은 국가의 자원관리, 어업인의 편의, 조합의 존립과 역할 수행을 위해서 필요하다.

우선 국가적 측면의 필요성을 보면 첫째, 수산정책의 수립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 TAC 등 자원회복 정책과 연계한 자원보호 효과 증대, 수산자원량의 증감 조사를 위한 과학적인 자료의 신뢰성 증대, 인근 국가와의 어업협정시 정확한 통계 확보 등 다양한 정책의 수립이 용이해진다. TAC의 실효성 증대를 위한 별도의 추가 조치 없이 생산량 파악이 쉬워진다.

둘째, 수산물 원산지표지제 정착에 기여한다. 계통판매제 하에서는 양륙항이 명확하므로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의 원활한 추진이 가능하고 행정비용도 절감된다.

셋째, 정책자금의 회수가 용이해져 국고 손실이 방지된다. 위판 대금의 일부를 정책자금 회수로 전환할 수 있어 부실 어업인의 방지, 조합 건전성 제고 및 국고 절감이 가능해진다.

넷째, 재해 대비 피해대책 수립이 용이해진다. 어선어업에서 발생하는 해파리 피해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발생시 생산량 변동 피해에 대한 명확한 자료 제시가 가능해진다. 유류오염 사고 등 인위적인 재해에 대해서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의 제출이 가능하여 보상에 따른 분쟁 발생의 원인이 감소하고, 피해 입증이 가능해진다.

다섯째, 면세유의 부정유출 방지에 효과가 있다. 면세유의 사용량과 어업생산량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여 면세유의 부정유출에 대한 유인이 감소하고, 감시 효과가 증대된다.

여섯째, 세원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생산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자료 산출로 세원확보 및 탈루 방지가 가능해진다.

어업인 측면에서도 어업인의 개별소득 파악을 위한 객관적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공익형 수산직불제에는 기존의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이외에 경영이양 직불제, 수산자원보전 직불제, 친환경 수산물 생산지원 직불제가 포함된다. 어업인에 대한 이들 직불제가 보다 정확한 생산자료로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소득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기초자료의 확보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객주제에 따른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객주제 부활에 따른 판매대금 미결제, 과도한 덤의 요구 등 어업인이 입고 있는 유통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업인이 어업생산활동 과정에서 입게 되는 각종 피해의 보상금 산정이 명확해진다. 어업인이 입는 자연재해, 공공사업 피해에 따른 지원이 보다 투명한 통계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조합 측면에서는 경영안정 및 경영정상화의 조기 달성을 들 수 있다. 일선 수협의 위판수수료 증대로 경영 정상화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고, 수협의 경영기반이 공고화된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 위해 자원관리가 필수

자유판매제는 협동조합의 존립 근거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된다. 경제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없다. 자유판매제라는 제도로 경제사업중 가장 중요한 위판사업의 원활한 진행이 어렵게 되어 있어 협동조합의 근본정신이 훼손되고 존립 근거가 상실된다. 물론 어업인들이 위판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나 현실과 현재의 이익에 급급한 어업인들에게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조합사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협동조합에는 조합의 사업을 이용해야 하는 조합원의 의무가 있다. 면세유 공급, 정책자금의 지원 등 조합으로부터 서비스만 받고 조합의 수입원인 사업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판매제라는 제도하에서는 협동조합의 존립이 어렵다. 조합 서비스라는 권리만 누리고 조합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는 없는 협동조합은 온전한 협동조합이 아니다. 국가 정책적인 효율성 제고와 조합원의 유통안정을 위해서 그리고 조합원의 의무 불이행을 제도적으로 방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산물 판매제도는 반드시 계통판매제로 변경돼야 한다.

수협의 경제사업은 위판업무로 대표된다. 이 같은 수협의 존립근거인 위판사업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합원의 권익향상이다. 대표적 경제사업이 상처를 받고 있는데 조합의 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자연히 조합경영이 어려워져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기할 수 없다.

계통판매제에도 일부 부작용이 있겠으나, 수산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자료 확보, 자원관리 조치의 효과 담보, 자연재해 및 인위적 재해 대비 자료 확보, 원산지표시의 효율화 등을 위해 수협을 통한 계통판매제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계통판매제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원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