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차 탑재, 액화산소 안 된다?
활어차 탑재, 액화산소 안 된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8.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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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산소통 여객선 규제, 내년 시행 앞두고 ‘시끌’
여객선터미널에 공고된 액화산소통 탑재 활어차 규제 안내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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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내년부터 액화산소통을 탑재한 활어차의 여객선 이용이 제한된다. 국제해상위험물규정상 액화산소의 여객선 적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사장 이연승)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사항에 대한 활어차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액화산소와 기체산소 모두 위험물에 속하기는 매한가지인데 굳이 효율이 떨어지는 기체산소로 전면 교체를 하겠다는 정부의 지침이 활어차업계 현실과는 상충된다는 차주들의 주장 때문이다. 업계의 입장은 배제한 채 단지 국제법상의 이유로 액화산소통 사용을 막는 정부의 규제에 제주도 내 활어차 운송관련 50여 개 단체는 운송연합회를 꾸려 해수부 및 자치도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국내 활어 운송과 동떨어진 정부의 규제에 항의하겠다고 나섰다.

 

액화산소와 기체산소, 어떻게 규정되고 있나

액화산소와 기체산소는 위험물(Dangerous Goods)로 분류돼 국제해사기구(IMO)에서 IMDG Code(국제해상위험물규정)로 표시된다. IMDG Code는 두 가스를 모두 제2.2급과 5.1급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2.2급은 비인화성·비독성 가스를, 5.1급은 산화성 물질을 말한다.

차이점은 적재방법에 있다. IMDG Code에 따라 액화산소는 여객선 적제가 불가능한 ‘D’ 방법을, 기체산소는 여객선 적제가 가능한 ‘A’ 방법을 따라야 한다. 즉, 두 물질 모두 위험물 등급은 같으나 액화산소는 여객선에 적재할 수 없다.

IMDG Code에 따른 위험물 선박 적재방법
IMDG Code에 따른 위험물 선박 적재방법

근 10년째 말 많은 가스논란

액화산소통 여객선 탑재에 관한 사안은 9년 전인 2011년도부터 논란이 됐다. 이후 화재 위험성 문제와 수산물 유통시장에 발생하게 될 문제, 국민 생활에 미칠 불편함, 활어차주의 생존권 등 다양한 사안이 복잡하게 얽히자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시 국토해양부와 선박안전기술공단(현 해양교통안전공단)측의 입장이었다. 결국 정부는 명확한 대안을 내지 못한 채 액화산소통을 탑재한 활어차의 여객선 이용에 확실한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액화산소통 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오른 것은 2년 전 국정감사에서다. 2018년 10월,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과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 등은 여객선 화물 수송 규정 및 위험물 선박 운송 기준 등에 따라 액체산소통이 설치된 활어차의 여객선 탑재는 전면 금지되어야 하는데 활어차업계는 여전히 위험물을 실은 여객선으로 활어를 운반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해수부 해사안전국 관계자는 “2018년도에 해수부는 활어차운송업계 등 관련 단체를 모아 회의를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액화산소통 교체에 대해 유예기간을 주는 식으로 조치사항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액화산소통 여객선 탑재 규제와 관련한 공문이 관련 지역 자치도와 수협을 통해 전달되면서 관계자들은 원만한 협의를 본 듯 했다. 그러나 2018년 7월 18일, 본인을 제주활어 운송업자라고 소개하는 A씨가 국민청원을 통해 액화산소통 적재에 대한 규제의 허점을 지적하며 관련 규제에 대한 검토를 호소했다. ‘해수부 활어차 산소통 제주 여객선승선 규제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청원이었다.

그는 “폭발 위험을 이유로 액화산소통을 탑재한 활어차의 여객선 승선을 규제한다면 모든 LPG(액화석유가스) 차량도 승선을 제한해야 하며 전 차량 또한 기름 탱크를 제거하고 타야 하는 격”이라며 “액화산소통을 제거해서 운행을 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 이러한 사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달 간 이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277명이었으며, 청원 동의자는 276명, 반대 입장을 표한 인원은 1명이었다.

방만식 제주활어유통협회장은 “지금도 활어차업계들은 해수부의 규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 회장은 “지금껏 액화산소를 사용해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제주 여객선 활어차 화재가 있었는데, 원인은 액화산소가 아닌 수족관 발전기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액화산소통을 기체산소통으로 교체할 경우 오히려 사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들은 밤낮, 새벽을 가리지 않고 쪽잠 자며 운전과 운송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충전식이 아닌 기체산소통을 사용할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통을 교체해 주어야 하고 넣을 수 있는 산소 양도 줄기 때문에 에어브로와(Air Blower, 산소폭기펌프)도 추가로 달아 관리해 주어야 한다. 액화산소통을 사용할 때는 모두 필요 없는 것들이다”라며 “차주들이 피로 누적으로 사고 겪을까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액화산소와 기체산소 모두 위험물질이라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위험하기는 매한가지?

한편, 각 가스의 위험성에 대해 한국가스안전공사 검사지원처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기체산소가 더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 종류의 가스 모두 위험성이 있지만, 기체산소가 액화산소보다 더 높은 압력으로 충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검사지원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위험한 정도로 따지자면 두 종류의 산소 모두 위험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액체와 기체산소 모두 산화성이 강하고 고압력으로 충전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때문에 두 물질 모두 고압가스안전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해수부의 액화산소 규제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각 가스의 위험성으로만 판단되어 내려진 조치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 건에 대해 해수부에서 가스안전공사쪽으로 의견을 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해수부, “합의 완료된 일, 국제법 기준으로 규제할 것”

동일한 위험성을 가진,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는 기체가스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IMDG Code를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해사안전국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서 해수부는 활어차업계 관계자들과 2018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수부는 IMDG Code에 따를 것이며 이를 국내법으로 적용시켜 내년부터 액화산소를 탑재한 활어차의 여객선 탑승을 규제할 것”이라 잘라 말했다.

시행까지 4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양수산부의 액화산소통 탑재 규제는 어폐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러한 규제가 최선의 대안이 될 수있을지 활어차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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