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續), 소탕(掃蕩)해야 할 소말리아 해적들
속(續), 소탕(掃蕩)해야 할 소말리아 해적들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09.05.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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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양에서 들려온 낭보(朗報)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이달치 칼럼을 쓰기 위해 필자는 지난 달 8일부터 꼬박 닷새 동안 뜬눈으로 입전(入電)을 기다렸다. 반가운 소식은 결국 13일 밤 1시 19분에 날아들었다. 미 구축함 ‘베인브리지’ 호 선수갑판에 엎드린 세 명의 해군 저격수(狙擊手)가 각각 한 발씩 쏜 총탄이 소말리아 세 명 해적 놈들의 대갈통을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관통함으로써 닷새에 걸친 해적질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는 낭보(朗報)였다.

 신(神)도 깜짝 놀랄 만큼 세 명 스나이퍼(Sniper)들이 보인 그 날의 저격으로 지난 닷새 동안 꼼짝없이 지옥 문턱에다 발을 올려 딛고 있던 인질은 드디어 광명의 새 세상으로 생환(生還)했다. 그가 바로 ‘세계적 영웅’이 된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 캡틴 리처드 필립스(R. Phillips)다. 

 지난 달 8일, 세계식량기구(WFP)가 다른 곳도 아닌 소말리아의 굶주린 주민들에게 전달할 구호물자를 싣고 케냐의 몸바사 항으로 향하던 1만7000톤급 머스크 앨라배마 호는 AK47을 앞세운 4명의 소말리아 해적 놈들의 공격을 받았다. 위기라고 판단한 7척 장신의 필립스 선장은 선원 20명 전원을 선미침실로 피신토록 한 다음 자기 혼자만 해적 앞에 나섬으로써 스스로 인질이 되었다.

그 사이에 선원들은 해적 한 놈을 10시간 이상 붙잡고 있었으나 ‘1대 1로 교환하자’는 놈들의 말을 믿고 풀어 주었는데, 소말리아 해적 놈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처음에는 해적이 네 명이었으나, 배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선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한 놈이 팔을 다쳐 그 고통을 견디지 못 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구축함으로 건너온 바람에 세 명으로 줄어든 것이었다. 

 급보(急報)를 접한 미 해군 5함대 소속 구축함 브리지베인 호가 추격에 나섰는데, 선장이 인질로 붙잡힌 상황에서 마침 연료가 떨어져 표류 신세가 된 해적선을 로프로 엮어 놓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대치 상태를 계속했다. 더욱 해적 놈들은 막가는 술책(術策)으로 그 동안 억류 중이던 중국ㆍ독일ㆍ러시아 등 각국 인질 50여 명을 4척의 해적선에 나누어 싣고 표류선 부근으로 다가온 다음, ‘만약 공격을 하면 인질 모두를 몰살시키겠다’는 식으로 <인질방패 작전>을 구사하기도 하였다.

 해적들은 선장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몸값 2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었는데, 억류 이틀째인 10일 자국 구축함 베인브리지 호가 발진시킨 초계기 ‘P-3 오리온’이 가까이 선회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선장이 물로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하였으나 이내 붙잡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저격 순간은 한 편의 첩보영화(捷報映畵)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저격수들의 텔레스코프로는 30m 거리의 구명보트에 탄 세 명 해적의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되고 있었다. 보트는 컨테이너선에서 훔쳐간 것이었고, 기름이 바닥나 정처없이 떠밀려갈 것을 염려한 해적 스스로 구축함에다 로프를 연결해 놓은 게 작전을 구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몸값이 건네지지 않은 채 시간만 끌자 드디어 인질인 필립스 선장을 사살하겠다며 한 녀석은 등에다 총을 겨누고 있었고, 다른 두 명은 보트에서 머리를 내민 채 베인브리지 함의 움직임을 엿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 순간 세 발의 총성이 마악 저녁놀이 물들기 시작한 인도양 바다에 울려 퍼졌다. 명중이었고, 세 명 해적은 모두 즉사했다. 닷새에 걸친 해적 놈들의 노략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KDX-Ⅱ 강감찬 함의 출동  
 

필자는 본지(2007년 12월호) 칼럼 란을 통해 <해적은 소탕 대상일 뿐>이라는 제호로 부쩍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소말리아 해적(海賊)들에 대한 응징 대책에 관하여 피를 쏟는 심경으로 호소한 적이 있다.

 2006년 4월, 원양어선 ‘동원’ 호의 피랍사고에 이어, 다음 해(2007년) 5월 재차 한국인 사관 7명을 비롯한 중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4명, 베트남인 3명 등 도합 24명이 나누어 탄 아프리카 탄자니아 국적의 ‘마부노 1ㆍ2’ 호가 납치된 직후였다. 비록 깃발은 탄자니아 국기를 달고 있었지만 선주가 한국인이어서 국민적 우려가 심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다행히도 1백70여일 만인 11월 4일 무사히 풀려남으로써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는 당시의 악몽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는 하다. 

 당시 칼럼에서 필자는 ‘그들 해적들의 악랄한 행위는 국제법상(유엔해양법 등)으로나 인륜적인 면에서 그냥 묵과할 일이 아니므로 자국(自國)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항해를 위해 이제는 대한민국 해군도 대양작전(大洋作戰)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해졌으므로 당장이라도 군함을 출동시켜 소탕(掃蕩)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꼭 필자의 그 호소에 힘입은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월 13일에는 4500톤급 한국형 주력 구축함(KDX-Ⅱ) 가운데 하나인 ‘청해부대 문무대왕’ 함이 우리 해군 사상 처음으로 편도 2만 마일도 넘는 인도양 아덴만을 향해 우렁찬 항진을 시작한 것은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필자로서는 이만저만 감동적인 일이 아니었다.

 출동 목적은 당연히 소말리아 해적 놈들을 퇴치하고 소탕하는 일이었고, 작전 구역은 홍해 입구인 아덴만을 중심으로 해적 본거지인 아프리카 동북부 소말리아 사방 600마일에 걸친 광대한 해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현재 아덴만 인근 해역에는 미국의 제 5함대를 중심으로 프랑스ㆍ일본ㆍ러시아ㆍ그리스ㆍ터키ㆍ인도 등 다국적 연합기동함대(CTF 150)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소속한 총 50여 척의 전함이 불철주야 기동하는 가운데 응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 바로 그 대열에 우리 한국의 주력 구축함도 가세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2001년과 2002년 두 해에 걸쳐 해군본부 초청으로 강감찬 함과 동형인 ‘을지문덕’과 ‘양만춘’ 함을 각각 수개월씩 차례로 편승하여 함대가 전개한 각급 해상작전을 목격한 바 있는데, 지금은 제독(提督)으로 승진한 윤공용(尹孔龍) 함장(해사 33기)이 지휘하는 양만춘 함에서는 수면 위 3000m 상공에서 250노트(시속 463km)의 속력으로, 예인기(曳引機)의 7000야드(약 6400km) 후방으로 매달려오는 모형적기(模型敵機)를 분당 500발인 벌컨포(골키퍼)로 요격시키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 정확도에 경탄을 금치 못한 바 있다.

 겨우 1.5m 길이에 지름 20cm에 불과한 마하속도의 목표물을 여지없이 박살낼 만큼의 경이로운 요격술(邀擊術)이라면 까짓 20톤 남짓한 해적선쯤이야 눈을 감고서도 일격으로 능히 격침시킬 수 있을 것 아닌가. 더욱이 우리 강감찬 함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인도양 서북 해역 아덴 만 인근으로는 매년 500여 척 이상의 우리 선박이 통항하고 있는 만큼, 그래서 향후 우리 구축함이 전해 올 승전보(勝戰譜)가 더욱 학수고대되고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현대판 해적은 2000년도 전까지만 해도 ‘해적왕국’으로 이름난 인도네시아를 비롯, 필리핀ㆍ인도ㆍ말레이시사 등의 빈국(貧國)에서 빈번히 발생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무기라야 기껏해야 칼이나 개인화기 따위가 전부였으나, 작금에 와서는 30~40톤급 중형 쾌속선 20여 척에다 수십 명이 조를 편성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식으로 무고한 선박을 포위하여 로켓포를 위시한 AK47 및 기관단총 등으로 난사하여 전혀 비무장인 선박을 통째 점거하는 식으로 조직화 내지는 흉포화되어 있는 형편인 것이다(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IBM 해적신고센터의 보고에 의함).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특히 지난 해 9월부터 두어 달 동안은 공격을 당한 선박의 규모나 피해액 면에서 매일매일 기록이 갱신되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선적의 VLCC(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11월 15일)를 비롯, 파나마 선적 화물선 ‘아프리칸 샌덜링’(10월 15일), 한국선원 5명이 탄 일본 화학물 수송선 ‘켐스타 비너스’(11월 16일) 등이 잇달아 소말리아 해적 놈들의 공격을 받고 선박과 선원 모두가 인질이 되면서 세계를 경악 속으로 빠트렸다. 

 특히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전장(全長)과 비슷한 31만톤급 시리우스 스타 호는 작년 11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1일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배럴(시가 1억1000만 달러)의 원유를 싣고 아프리카 남단인 희망봉을 우회, 대서양을 북상하여 미국으로 향할 예정으로 소말리아 해안으로부터 810km(약 430마일; 웬만한 선박으로도 이틀거리다) 공해상을 남하하고 있었는데, 소말리아 해적 놈들은 그곳까지 원정을 나와 단 몇 발의 기관총 사격으로 거대선박을 납치한 다음, 몸값 3000만 달러를 내놓으라며 놈들의 근거지인 ‘에일(Eil)’ 항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 척의 다국적 함대는 그곳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홍해 어귀의 에덴만 인근에만 옹기종기 포진하고 있어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 하고 그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시리우스 스타 호는 그로부터 두 달 가까이 억류 상태에 있다가 해를 넘긴 1월 9일 소형 비행기로 싣고 간 당초 요구액의 10분의 1인 300만 달러의 돈가방을 낙하산으로 갑판에 내려주고 나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그런 식으로 받아 챙긴 몸값은 2008년 1년 동안 무려 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니, 이는 아프리카에서도 최대 빈국인 그 나라 1년 GDP(국민총생산)의 5%를 상회하는 엄청난 ‘국가적 수입’인 것이다. 2008년 지난 한 해 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은 모두 70여 척 이상의 선박을 납치하였는데, 인질 값을 받는 대로 하나씩 둘씩 배를 풀어 주고는 있지만, 연말 현재 아직도 20여 척의 선박에 400명도 넘는 ‘인질(人質)’들이 황사(黃砂)가 번져나는 아프리카 사막을 빤히 바라보는 연안에 줄지어 붙들려 있다는 것이다. 

 시리우스 스타 호 피랍사건 이후 소말리아 해적들은 그 뒤 해가 바뀐 연초 두어 달 가량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서, 성급하게도 영국 BBC방송은 ‘세계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니까 소말리아 해적들도 불경기를 타고 있다’는 추측성 기사와 함께 ‘지금 소말리아 해역 인근에는 상시 20여 척의 다국적 군함이 출동 중에 있으므로 놈들의 기가 죽게 된 것’이라는 미 제 5함대사령관 제인 캠벨 제독의 자신만만한 말을 인용하기까지 하여 일시적이나마 세인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였다.

 거기에 유엔 안보리(安保理)가 소말리아를 지칭하여 그 나라에 폭력과 불안정을 조장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자산동결과 여행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制裁)를 단행하기로 하였다는 결의안(決議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작금 대양작전까지도 단독으로 수행할 만큼 해군력이 증대된 중국 인민해방군 남해함대 소속 구축함 ‘우한(武漢)’ 호와 군수지원함 ‘웨이산후(微山湖 ) 등 3척으로 구성된 함대까지도 에덴만으로 진입한 가운데, 세계평화를 선도적으로 이끌면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과 행정권을 구사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마저도 <평화유지군 파견>을 언급하는 등 세계가 바야흐로 소말리아 해적퇴치에 일치결속하는 듯하여 기대와 희망이 부풀었으나 웬걸, 새해 1~2월 동안 잠시 잠잠하던 북서 인도양이 다시금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해적 놈들이 재기의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고 있는 참인 것이다.


  
  다국적 함대도 겁내지 않는 소말리아 해적들 
 

가장 아찔했던 사건은 아무래도 작년 12월 1일, 1000명 이상(승객 690명과 승무원 386명)이 승선한 3만톤급 미국의 호화유람선 ‘노티카’ 호 납치미수사건일 것이다. 대형 무도장에 풀장과 터키식 증기탕까지 갖춘 노티카 호는 20노트의 속력으로 아덴만을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상한 소형선 두 척이 쾌속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레이더로 확인하고 급히 침로를 한바다 쪽으로 변침한 다음 더욱 속력을 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NATO 사령함에다 해적의 추격을 받고 있으니 구조해 달라는 SOS를 두들겼는데, 마침 시고현장 부근을 순시 중이던 프랑스 전함이 그 통보를 받고 공격용 헬리콥터를 발진시키자 그대로 뺑소니를 쳤다는 것이다. 프랑스 전함이 나타나기 직전까지 노티카 호는 불과 수백 미터 거리로 접근한 해적선으로부터 모두 8발의 총격을 받았으나 해적선 못지않은 속력을 가진 덕분에 용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호화 크루저(Cruiser) 편으로 세계유람에 나선 승객들이야말로 지갑이 두둑한 갑부들이 아닌가. 만약 프랑스 전함의 도움을 받지 못 하였다면, 해적 놈들은 승객들이 지닌 보석이나 지갑만으로도 인질 몸값 못지않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최근 IBM의 보고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이 저지른 사고건수는 새해 들어 두 달 동안 불과 2건으로 그쳤는데, 3월 들면서 15건으로 증가하더니 4월 들어서는 중순까지 필립스 선장의 머스크 앨라베마 호를 합쳐 20척을 넘어섰다니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일까가 초미의 관심사일 판인 것이다.


 
  어느 요상한 역사학자의 海賊論
 
  대다수 해양전략가들이 요약하고 있는 해적 출현의 이상적 근거지는 △해적의 오랜 역사나 전통을 가진 곳 △치안질서(국내정정)가 정립되지 않은 곳 △경제적 빈곤이 심한 곳 △출몰 및 식품조달이 용이한 도서군(島嶼群)이나 밀림을 끼고 있는 곳, 그리고 △각종 선박의 왕래가 잦은 곳 등 지리적 내지는 환경적 조건을 갖춘 해역을 지목하고 있다. 하나도 틀리지 않는 이 논리에 따르면 소말리아야말로 현대판 해적이 웅거(雄據)할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할 것이다. 

 17년째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어 온 소말리아는 2004년 유엔의 중재로 오랜 독재체제를 청산하고 과도정부가 세워졌지만, 금방 정부 내의 각 파벌 간 내전(內戰)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에티오피아의 지원을 받은 과도정부와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법정연대(UIC)’ 간의 극한 대립에다, 대소 이슬람 군벌(軍閥)들이 뒤섞인 가운데 끝없는 소모전의 지속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대대수 국민은 굶어 죽는 형편에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오로지 ‘해적’으로 나서는 게 유일한 출세 길이라는 기상천외의 풍조가 판을 치고 있다. 그리하여 수도 모가디슈 인근에는 미국 플로리다 해안의 호화주택 뺨치는 호화 별장이 수두룩하고, 태양광이 이글거리는 대로를 넥타이에 양복을 쪽 빼입은 신사들이 활보하고 있으며, 자판도 제대로 두들길 줄 모르면서 노트북을 옆구리에 낀 어설픈 IT맨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해적질에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래서 그들을 숭앙한 나머지 아이들의 희망은 오로지 ‘해적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인으로 동남아시아의 역사ㆍ문명ㆍ정치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칼 트로츠키(Carl Trocki)란 작자는 연구논문 <Prince of Pirates; 해적 왕자>에서 ‘이들(해적)에게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업(本業)인 해적질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라는 해괴하면서도 인륜에 반하는 주장을 편 바 있다(1979년).

 제아무리 멋대로의 개인적 학설이라지만, 이 같은 허튼 주장이 학계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현하 세계의 허다한 항행선(航行船)들은 활개치는 해적들로 해서 ‘고귀하면서도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하려는 그들의 직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말리아 해역으로 들어선 강감찬 함으로부터 ‘해적격멸(海賊擊滅)’이라는 반가운 승전보가 날아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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