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정부의 선원격리 방침에 성토
“선원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정부의 선원격리 방침에 성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7.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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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선원보단 시스템 구멍 요인 커
▲ 부산 감천항에서 적하작업 중인 정박선
▲ 부산 감천항에서 적하작업 중인 정박선

[현대해양] 최근 부산항 러시아선원 하선자로 촉발된 정부의 항만 검역강화 방침으로 방역모범으로 평가받던 한국선원들이 난데없이 불똥을 맞게 돼 비판이 일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해양수산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항만 내 선박 하선자에 대해 오는 6일부터 강화된 진단검사를, 13일부터는 격리조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부산 감천항 입항 러시아선박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러사아 입항 선박에 대해 검역을 강화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앞으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하선자들에 대해 일반 입국자 수준으로 진단검사, 자가격리 및 시설격리를 시행하고 또한, 응급환자 이외에는 선원의 일시상륙허가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홍콩, 싱가폴, 필리핀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선원교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해사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한국은 무풍지대에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외 각국에 비해 사태가 한풀 가신 우리나라의 검역당국은 한국인 및 외국인 하선자에 대해 항해시간을 바이러스 잠복기로 간주하여 간단한 검역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상이 없으면 하선자는 자가 진단 앱을 준수하며, 공항으로 이동, 출국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는 그간 주도적으로 방역지침을 지켜온 선원에 대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처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적선사 일등항해사 A씨는 “일반인 입국자야 감염 리스크가 다분하지만, 선원은 선박 내 고립돼 있어 동일하게 보면 안되다”고 말했다. 이번 러시아 선원 사태는 선원들의 검역에 대한 부실대응이 주된 요인인데 정부는 애꿎은 선원 모두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원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통해 “선원들은 자기격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우리 가족의 보호, 지역사회의 보호를 위해 한다"며, "이번 같은 경우 종로에서 뺨 맞고 항강에서 눈 흘기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청원 동의자는 3일 오전 5,000명을 넘어섰다. 

선원노련 또한, '승선이 격리다'라는 성명을 통해 “나도 항해사 출신”이라며 6월말 장기간 승선 근무하는 선원에게 감사 서한을 보냈던 해양수산부 장관의 위로는 그저 말뿐이었나!"며, "장관의 응답은 지금 우리 선원들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반발했다. 선원노련은 정부가 ‘선원교대 및 항만방역 지침’을 강행한다면, 더 거센 저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러시아선원 사태와 같은 문제는 비단 선원 때문만은 아니며 현재 해운항만 물류시스템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선원수급 및 선박검역 대책’에 대한 연구자료를 통해 이번 러시아선원들은 감염된 상태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왔는데도 전자검역으로 전원이 건강하다고 거짓신고를 한 요인이 크다고 보고 해운항만 각 관계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하여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KMI는 △고위험 국가 입항선에 대한 사전에 자체진단 키트 전달 △검역소 직원의 증원 △타국 하선선원 정보를 국가간 공유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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