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승패는 콘텐츠
마리나 승패는 콘텐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7.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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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처음 요트를 타면서 지인들에게 적극 해볼만하다고 추천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선 것은 나만 그런 걸까?

부산 해운대 ‘더베이101’에서 출발하는 퍼블릭 카타마린 요트를 10여명과 같이 타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30분간은 바다에서 육지를 보는 기분에 들뜬 상태로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요트가 광안대교 근처에 다다르고 한동안 표류했는데 그때부턴 경치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보다는 대화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떤 이들은 선실에 내려가 잡지를 보거나,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1시간가량 지나 입항했는데 사람들은 서둘러 하선했다.

더베이101은 숙박, 관광시설이 포진한 해운대 동백섬 근처에 식당, 카페 등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연매출 200억원대 규모의 시설답게 평일에도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지만 이들 중 요트를 타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 수는 저조하다. 이 요트는 하루 몇 차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데 기본 고정비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변 상권이 풍부하면 마리나를 찾아 레저보트 이용객도 덩달아 늘지 않을까라는 것이 마리나 업계의 기대였는데 타 마리나 사정을 봐도 반드시 그런 것 같지 않다. 김포 아라마리나는 주변 큰 아울렛이 위치해 풍부한 유동층을 배후에 두고 있지만 그들의 발길을 마리나로 돌리지 못하고 역시 적자경영 상태이다.

해외의 경우 요트문화가 자생적으로 발전하면서 마리나와 콘텐츠가 함께 성장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동력이 없어 정부가 인프라 구축 위주로 직접 지원사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2만3,639대의 레저선박과 전국 37개소, 2,403석의 마리나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적자상태이다.

결국 마리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요를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자가 요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야 돈과 시간을 투자해 요트활동에 각별한 애정을 쏟겠지만 이제 요트문화에 첫발을 내딛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유람선 승객같이 잠깐 앉았다 가는 수준으로는 앞으로도 잘 될 리 없다.

지금까지 인프라 구축 위주였다면 이제 누구나 배를 타고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요트의 본질을 살려주는 콘텐츠 발굴에 역점을 둬야 할 때이다. 이에 일본과 같은 ‘스테이션’ 체계가 필요하다. 섬이 많은 일본은 어촌과 연계하여 기항지마다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요트를 타고 섬에 가게 되면 마리나 시설이 없어 관공선 옆에 겨우 계류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지난해 정부가 2023년까지 해양레저관광객, 섬 관광 방문객을 1,000만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섬 관광 활성화와 어촌뉴딜300사업 등 정책 속에 마리나도 적극 포함돼 요트가 기항할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서야 하며, 어업인들과의 불협화음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싹을 틔운 요트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눈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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