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해양쓰레기 3톤 수거, 청항선 승선기
2시간만에 해양쓰레기 3톤 수거, 청항선 승선기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7.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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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환경과 안전까지 책임진다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 중인 ‘항만정화2호’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 중인 ‘항만정화2호’

[현대해양] 1년 12달 중에도 해양쓰레기가 다량 발생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바다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여름철이다. 여름철의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장마철이 시작되는 6월 말이 되면 해양부유쓰레기양은 크게 증가한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떨어진 낙엽들이 강을 타고 바다에 내려오고 육지의 쓰레기들도 비를 맞아 바다로 떠내려오기 때문이다.

부산항 연안 부두에는 오전부터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한 선박들이 분주하게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들은 ‘청항선’이라고 불린다. 해양환경공단(KOEM, 이사장 박승기)은 전국 14개 무역항(부산항, 인천항, 여수항, 광양항, 울산항, 대산항, 마산항, 동해항, 군산항, 포항항, 평택항, 목포항, 제주항, 서귀포항)에 22척의 청항선을 배치해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온힘을 다하고 있다.

전국을 아우르는 무역항에 가장 많은 청항선이 배치된 곳은 우리나라 제1 국제무역항인 부산항이다. 부산항에는 항만정화1호, 항만정화2호, 부산936호 그리고 파란호까지 총 4척의 선박이 해양쓰레기 수거에 힘쓰고 있다.

 

생활쓰레기부터 폐어구까지… 항만 정화나서는 청항선

출항 준비를 마친 ‘항만정화2호’는 88톤급의 부산항 청항선으로 최대속력은 13노트다. 항만 청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빠른 속력을 낼 필요는 없다. 항만정화2호가 해양부유쓰레기 제거를 담당하는 구역은 기본적으로 부산항에서부터 감천항을 거친 다대포항까지다. 쓰레기 수거를 요청하는 신고가 추가적으로 들어오면 수영만과 감천항까지도 출항을 나선다고 한다.

출항 준비를 마친 항만정화2호의 이오재 선장은 오늘 오전에는 부산항 일대의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잔잔한 속도로 청항선이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출항을 시작한 지 5분여 정도 됐을까 바다에 떠있는 각종 비닐들과 쓰레기들이 선장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선장은 엊그제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 낙엽 쓰레기들이 바다로 모여들어와 쓰레기의 양이 좀 더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시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선박 핸들을 조종해 쓰레기 수거를 위한 최적지를 찾아 나섰다.

해양부유쓰레기가 밀집돼있는 해상을 찾은 이 선장은 잠시 배를 멈춰 선원들에게 쓰레기를 모으라는 지령을 내린다. 지시를 받은 배위의 선원들은 기다란 채를 이용해 쓰레기들을 청항선의 쓰레기 수거장치 쪽으로 보내기 시작한다. 쓰레기 수거장치의 컨베이어벨트는 모인 쓰레기를 배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쓰레기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선박 위로 올라오면 마지막 레일에서 떨어진 쓰레기들은 모두 수거망으로 모이게 된다.

출항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수거망에는 100kg가 훨씬 넘어 보이는 양의 쓰레기들이 쌓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을 진행하던 기관사 A씨는 “5월부터 해양부유쓰레기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금(6월 말)부터는 쓰레기 성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10월 초가 돼야 해양부유쓰레기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A씨의 설명처럼 한 곳에서만 수거 작업을 진행했는데도 벌써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모였다.

웬만큼 쓰레기가 수거되자 이를 확인한 이 선장은 쓰레기들이 밀집해 있을만한 또 다른 곳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 선장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낚시꾼들이 모여있는 부둣가 근처다. 이 선장은 “흩어져있던 부유물은 해류에 의해 구석진 곳에 모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부둣가 구석구석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즐비해있다. 작은 생활쓰레기부터 큰 스티로폼 부표까지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쓰레기들이었다. 이 선장은 “청항선이 수거한 해양부유쓰레기는 폐기물처리 업체에 의해 종류별로 분류된 후 처리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어디에서 기인된 쓰레기가 전체 해양부유쓰레기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등과 같은 정보를 파악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를 이용해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장치쪽으로 보내고 있는 선원들
채를 이용해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장치쪽으로 보내고 있는 선원들

 

안전한 항만조성위한 역할 톡톡히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이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작업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안전한 항만 조성에도 필수적이다. 해양부유쓰레기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가 해류에 의해 정박된 선박근처 또는 선박과 선박 사이에 모이게 되는데, 만약 선박의 취수구에 작은 부유물 쓰레기라도 끼이는 경우에는 입출항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침 작업 중인 항만정화2호에 무전이 도착했다. 정박해있는 선박과 선박 사이의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해 줄 수 있겠냐는 타 선박 선장의 무전이다. 이처럼 청항선은 타 선박과 교신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쓰레기 수거작업도 진행한다. 주기적 선박운항계획에 따라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쓰레기 수거를 진행하지만, 항만 관계자 및 국민의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도 즉시 출동해 조치를 취한다고.

선박과 선박 사이의 틈에 떠다니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규모가 큰 선박 사이의 쓰레기를 빼 내기 위해 선원들은 부지런히 부둣가로 이동하거나 정박해 있는 다른 선박으로 옮겨 다니며 수거 작업을 이어나갔다.

 

매년 수거되는 해양부유쓰레기만 4,000여 톤

해양부유쓰레기를 찾아 조타하는 ‘항만정화2호’ 이오재 선장
해양부유쓰레기를 찾아 조타하는 ‘항만정화2호’ 이오재 선장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쉴 새 없이 쓰레기를 모으는 선원들에게 낚시꾼이 한 명이 손을 저으며 다가온다. 그는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선원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냈다. 선원들과 이 선장은 청항선을 운항하면서 음료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웃어보였다. 기관사 B씨는 “매일같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가끔 ‘제대로 청소하고 있느냐. 빨리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해가라’는 식의 신고가 들어올 때는 힘이 빠지기도 한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B씨는 “오늘처럼 음료수를 받아본 적은 처음인데, 이렇게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는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라고 전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보낸 이들은 해양부유쓰레기가 모여있는 또 다른 장소로 향했다. 출항 한지 두 시간이 좀 넘었을까, 쓰레기 수거망에는 약 3톤 정도의 쓰레기가 수북이 모였다.

이 선장은 부두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며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배 한 척이 하루에 수거하는 쓰레기양만 5톤 이상이 된다”라며 해양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KOEM에 따르면 매년 수거되는 해양부유쓰레기는 4,000여 톤에 육박한다.

아름다운 바다를 만들고 안전한 항구를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항선과 해양미화원의 노력을 더 많은 국민들이 알고 해양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점점 줄어드는 해양부유쓰레기 수거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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