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어촌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어촌뉴딜
  • 서수정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7.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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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어항 재생의 지속 가능성, 공간환경 가치 향상으로

[현대해양] 우리는 지금 코로나19가 멈춰버린 지구촌으로 가볍게 여기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아침마다 출근하거나 등교해서 동료들,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봄이 시작되면 대학가에서 축제를 즐기고, 여름이 오면 바닷가 마다 페스티벌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올해 휴가는 어디로 떠날지 항공료가 저렴한 기간은 언제인지, 마음 깊숙한 곳에 언젠가 유럽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한 달쯤 살아 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힘든 일상을 열심히 살아 왔다.

전 세계의 하늘길이 닫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관광, 물류, 지역서비스업, 항공 등의 산업위기와 사회시스템의 붕괴를 겪으면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사회적 위기에 공동체의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위기에 공동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습하고 있다. 무엇보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재택근무의 일상화와 온라인 강의, 화상회의, 랜선 공연 확대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가져올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잠식되더라도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료계의 무서운 경고 속에서 사람들은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 업무 처리가 늘어나면서 굳이 위험한 대중교통을 타고 사람들이 밀집한 도심으로 출퇴근을 지속하는 대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서 삶을 중시할 것이라는 사회학적 조사결과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점인 3월 말에서 4월까지 4주간 고객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전체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6.9% 줄었지만 동네에서 500m~1km 이내 신용카드 결제는 전년보다 8.0% 증가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사회학자이자 건축가인 얀겔은 온라인 조사를 통해 팬데믹(전 세계적인 유행 단계) 기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은 동네 슈퍼, 편의점, 정육점 등 지근거리에 있는 생활서비스시설을 이용하면서 동네의 작은 공원을 이용한 비율이 증가했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나 강, 바다 등 자연을 이용한 비율이 도심의 광장이나 공원을 이용한 비율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대신 밀도가 낮은 장소와 동네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변화 시기를 앞당기기는 했지만 기술혁신과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위기는 지방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유입을 위한 청년이주 정책, 귀농·귀어민 정책 확산으로 이어졌으나 아직까지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멸위기 지역인 어촌은 팬데믹 시기에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촌과 같은 지역(local)의 미래는 이제 단순한 인구유입 정책이 아니라 자연환경의 질과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에서 쉽게 생활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언택트 생활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기존 공장건물의 구조와 재료를 그대로 살려 카페와 생활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강화도의 구 조양방직 카페
기존 공장건물의 구조와 재료를 그대로 살려 카페와 생활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강화도의 구 조양방직 카페

매력 있는 어촌, 어촌·어항 재생과 장소 만들기

하늘길이 막힌 지금, 사람들은 산토로니 에머랄드 빛의 바닷가, 이탈리아 카페거리, 스페인의 바닷가 마을 대신 국내에서 2박 3일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를 찾기에 분주하며, 어느 때 보다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지역재생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지역재생은 낙후한 지역의 물리적 환경개선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지역성(Locality) 회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지역성은 ‘삶터로서 지역의 공간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경험하면서 만들어 온 가치(문재원, 2017)’를 의미하며, ‘쇠퇴한 지역에 새로운 삶과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LGA, 2000)’을 말한다.

지금까지 지역재생은 농어촌 체험마을 사업, 문화축제 기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문화마을조성 사업 등 공공재원이 투입된 다양한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지역마다 많은 재원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방문자는 늘지 않았으며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주민공동시설, 공동작업장, 상징탑과 전망대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은 지역재생이라는 명분하에 경쟁적으로 기반시설을 늘이고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온 마을의 생활문화적 가치, 시간의 켜가 묻어 있는 건축물과 공간을 살리지 못한데 있다. ‘공간’은 만들었지만 ‘장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소란 지역성을 대표하는 개념이며,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좋은 장소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여러 장소에서 찾을 수 있다. 서퍼들의 성지로 알려진 강원도 양양은 3~4일은 서울에서, 나머지는 양양에서 일하면서 즐기는 삶을 사는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강릉의 테라로사는 주말이면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작은 조선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속초의 칠성 조선소는 기존의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시설이나 식당 대신에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감각적인 카페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소규모 복합공간이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폐광촌인 고환에는 마을 골목길을 따라 지역주민들이 마을 전체를 호텔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빨래를 하는 집, 식사 서비스를 하는 집, 카페가 있는 집 등 방문자가 동네살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숙박체험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마을호텔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닷가에 가면 당연히 자연산 횟집을 찾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갓 구워낸 빵이 있는 카페, 지역에서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스페인 식당, 바닷가 풍경과 동네 슈퍼가 그려진 그림책이 있는 동네 책방, 시원한 맥주가 있는 블루어리, 오래된 바닷가 창고가 공유오피스가 되는 등 대도시의 문화가 지역감성과 어울려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어디라도 찾아 간다. 결국 사람들은 공간에 채워지는 내용과 가치를 즐기기 위해 장소를 찾는다.

여기에 더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건강한 주거와 복지시설이 갖추어진 삶터가 있어야 방문객 뿐 아니라 지역주민도 떠나지 않고 외지로 떠난 자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지역재생이 지역의 장소 만들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어촌뉴딜300사업은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소규모 어항과 배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지역재생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어촌·어항법」에 의한 어촌·어항 재생사업인 어촌뉴딜300 사업은 어항정비사업과 배후 어촌마을의 재생사업이 결합된 것으로 기존 어항중심의 환경개선사업과 차이가 있다. 또한 소득창출사업과 어업경제활동 구조개선사업을 병행하면서 어촌다움 회복을 위해 해양경관과 산업경관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목표인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사업은 지역의 생태환경 복원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이후 그린뉴딜 정책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어촌뉴딜300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투입된 공공재원이 지역의 자생력을 오히려 후퇴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지역재생 관련 사업이 중앙정부의 정책목표를 지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도와 달리 보다 발전적으로 시행되기도 하지만 사업추진 주체들이 사업 목표와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왜곡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이유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모든 정책 사업이 그렇듯이 정해진 단기간 안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역문제를 찾아내 마을의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기 전에 사업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용역회사가 계획한 사업, 일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작성한 공모사업계획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업계획서에 담긴 주요사업은 대부분 상징탑과 전망대, 보행데크, 주민소득 향상을 위한 공동작업장과 어구보관창고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사업이 대부분이며, 어느 지역이나 유사하다.

지역주민들은 출렁다리를 조성하면 관광객의 시선을 끌까, SNS에 한 컷이라도 올릴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해양레저를 좋아하는 젊은 계층을 위해 바다낚시터를 만들고 레저 서비스시설을 만들면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으로 어촌의 매력과 가치를 잊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치물 설치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구 배양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통영의 배양장 카페 (사진제공_임정하)
구 배양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통영의 배양장 카페 (사진제공_임정하)

지역성 회복 위한 어촌·어항의 공간환경 질 향상

어촌뉴딜300사업에서 공간환경 디자인 제고를 위한 선도사업은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어촌뉴딜 공간환경 디자인 선도사업은 건축물과 주변경관, 공공공간 등을 통칭하는 공간환경의 질 향상을 통해 어촌·어항의 장소성을 회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서 공간환경의 질 향상은 어촌다움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공간환경 자산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간환경은 지역공동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특히 어촌에서 어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방파제, 갯벌 등은 어촌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재생의 물적 토대이다. 여기에 어촌의 독특한 경제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어항과 작업장, 물류창고 등 경제활동 공간과 골목길, 사당 등 생활공간은 어업활동이 만들어 내는 생산경관과 함께 어촌만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 반농·반어 지역의 다랑이논, 다양한 식생의 보고인 산림과 토양 등은 경관형성의 중요한 자원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러한 자원을 찾아 보존해야 할 자원과 활용해야 할 자원을 선별하고 관리하는 것이 공간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는 첫 시작이다.

둘째로 어촌재생사업에서 지역경제 회복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시설은 사업프로그램과 하드웨어 조성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촌재생사업에서 가장 많이 제안되는 어판장, 공동작업장, 어촌체험을 위한 방문자 편의시설, 게스트 하우스 등은 주로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부 시설은 어업활동을 하면서 병행할 수 없는 시설도 있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령화된 어촌주민들만의 힘으로는 운영하지 못하는 시설도 있다. 그러나 국비지원사업은 정해진 기간 안에 준비기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필요한 시설, 운영 가능한 시설을 제시하고 새로운 운영주체를 찾기 전에 행정주도로 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시설이 조성된 이후에 운영자를 찾거나 지역주민에게 위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많은 농어촌 사업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공동이용시설이나 판매시설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어촌재생에서 거점공간을 조성할 때에는 지역주민 스스로 사업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지역주민이 운영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은 기획단계부터 운영주체를 찾아 함께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업내용에 맞는 적정 규모의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는 공간환경의 질 향상은 우수한 디자인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견지해야 한다. 우수한 디자인의 거점시설이나 공공공간은 그 자체로 방문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지는 노을과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개방된 공간,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해안산책로, 김양식장과 염전, 갯벌과 어울리는 공동작업장과 편의시설, 해안경관의 일부가 되는 어촌경관은 그 자체로 명소가 된다.

공간환경의 디자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디자인할 수 있는 주체를 선정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나 가격입찰방식으로는 좋은 설계자를 찾기 어렵다. 공간환경의 질은 우수한 설계자를 선정할 수 있는 신진설계자, 현상공모, 제안공모 등 다양한 공모방식을 적용할 때 담보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공간환경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건축물과 공공공간을 통합적으로 계획, 관리할 수 있는 장소 단위의 공간환경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대다수 농어촌개발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은 사업계획 이후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일괄 발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계획에는 건축물을 조성하고 광장이나 공원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주차장, 방파제 정비, 부잔교와 같은 토목시설 조성 등 다양한 개별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개별사업으로 조성되는 건축물과 공간은 각기 기획에서 기본계획 및 설계, 실시설계 과정을 별도로 거쳐야 하지만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라는 하나의 용역으로 수행하면서 개별 시설물의 디자인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환경 마스터플랜은 지역경관을 고려하여 건축물과 공공공간, 가로시설물 등의 입지와 규모를 정하고 설계공모단위를 구분하고 일부 공공공간은 기본계획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때로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해안경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경관협정 구역을 정하거나 어촌의 주택정비를 위한 건축협정구역 등을 정하는 일도 공간환경 마스터플랜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어촌어항 경관을 고려하지 못한 조형물과 보행교
어촌어항 경관을 고려하지 못한 조형물과 보행교

마지막으로 어촌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공간환경 마스터플랜 수립을 통해서 많은 시설물과 장식물을 만들기보다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어구를 정리하고, 해양쓰레기를 방치하지 않는 방식, 방문객을 위한 깨끗한 화장실, 휴게시설 등 편의시설 조성과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결국 어촌재생을 위한 공간환경의 질 향상은 지역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서 없애는 일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경관관리에 지역주민의 역량을 결집시킴으로서 달성할 수 있다. 공간환경 마스터플랜 수립은 이를 위한 시작이다.

 

어촌의 미래, 해양생태계 복원 통한 어촌어항 재생 사업으로 실현

어촌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정지역을 유지해 오고 있다. 따라서 어촌·어항 재생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어촌지역의 미래를 위한 산업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재해에 대비하여 방파제를 보강하고 어민들의 생산활동을 위해 물량장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되어야겠지만 바다를 매립하고 갯벌 체험장을 확대하면서 훼손되었던 바다생태계를 회복하는 일, 바다 경관 뿐 아니라 마을 경관, 바닷가의 특수한 토양, 어촌 배후 산림생태계는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자원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좋은 자연환경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찾아 왔을 때 편안하게 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인 방문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 스스로 살던 곳에서 떠나지 않고 살 수 있고, 좋은 환경을 찾아서 살 곳을 찾는 많은 대도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역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촌어항 재생사업의 성격출처 : 서수정외(2019), 어촌뉴딜300사업. 디자인 제고를 위한 연구용역, 해양수산부, p133
어촌어항 재생사업의 성격출처 : 서수정외(2019), 어촌뉴딜300사업.
디자인 제고를 위한 연구용역, 해양수산부, p133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수산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수 있고, 감각 있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이색적인 마을 호텔에서 며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굳이 해외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기서 지역 일자리가 생겨나고 소득이 늘어나면 대도시로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고, 사람이 돌아오는 마을이라면 마을문고와 전시관, 공연장이 있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어촌뉴딜300사업과 관광사업을 연계한다면 지금 위기에 놓인 항공산업도 일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가던 노선을 국내노선으로 돌리고, 지방공항에서 각 항구까지 연결하는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공유차량 서비스를 연계한다면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국내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촌뉴딜300사업으로 좋은 공간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폐어구, 폐자재를 어구보관창고 마감재로 활용하고, 버려진 그물망, 조개껍질,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를 활용한다면 조형물이나 장식품을 설치해도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해양쓰레기나 어업활동으로 남겨진 폐기물로 만든 에코백과 신발, 의자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은 어민들의 소득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촌뉴딜300사업을 통해 공간환경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결국 해양생태계 복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어촌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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