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뉴딜사업’의 시작과 끝
‘어촌뉴딜사업’의 시작과 끝
  • 김창균 해수부 혁신성장일자리기획단 부단장
  • 승인 2020.07.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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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촌의 새로운 미래

[현대해양] 전남 영광 송이도에 있는 몽돌해수욕장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흔히들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곱게 펼쳐진 백사장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몽돌해수욕장은 찬란한 태양 아래 반짝거리는 조약돌이 3km 가량 쭉 펼쳐져 있어 새로운 운치를 자아낸다.

사실 송이도는 굴비로 유명한 영광 법성포항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때 조기의 최대 산란장이었다. 1960~70년대 조기잡이가 성행할 때는 약 107가구 522명의 주민이 살았으나, 지금은 58세대, 96명이 거주하며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고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해상교통이 불편하여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섬으로, 1일 2회 여객선이 운항하지만 이마저도 물때가 맞지 않거나, 날씨가 험하면 섬에 한번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다.

송이도항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은 우리나라 도서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소규모 어촌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고기잡이로 살아가던 주민들이 더 이상 어업만으로는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않자 점차 육지로,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인구수는 감소되고 경기는 더욱 더 침체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어가 인구수는 2010년 17만명에서 2018년 11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어가의 고령화도 심화되어 36.3%에 달한다. 또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해역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도서 활용 방안 연구)는 향후 50년 이내 전체 섬의 17%인 63개의 섬이 무인도화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촌뉴딜300사업 조감도
어촌뉴딜300사업 조감도

절박한 위기감에서 시작

이에 해양수산부는 우리 어촌을 이대로 두면 소멸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가지고, 송이도항과 같은 낙후된 어촌과 어항을 현대화하고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촌뉴딜300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한 후, 2024년까지 총 300개소를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2019년 70개소를 시작으로 올해에 120개소를 신규 대상지로 추가하는 등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사업 추진체계를 정립하고,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근거 법률인 「어촌어항법」도 개정하여 사업추진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어촌뉴딜 사업은 낙후되거나 미흡한 선착장, 대합실, 접안시설 등 어항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어촌 지역의 다양하고 풍부한 고유자원을 활용한 특화개발을 통합하여 추진한다. 특히, 그간 지역개발사업에서 소외되었던 소규모 어촌어항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개소당 평균 1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등 어촌지역에 전례가 없는 대규모 지역재생사업이다.

그간 대형 SOC와 도시 위주로 투자되었던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꿔서, ‘사람’ 중심의 생활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였으며, 특히, 밀접한 공간적 연계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분절적·산발적으로 개발되어 왔던 어촌과 어항을 하나의 개발공간으로 통합하여 사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사업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업 전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여 어촌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어촌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어항·포구 해상교통시설 실태
어항·포구 해상교통시설 실태

기반 인프라×특화개발×소프트웨어

어촌뉴딜300사업은 크게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 어촌의 소득창출 등을 위하여 지역여건에 걸맞은 지역맞춤형 특화개발사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SW(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세 가지 사업은 대상지별 특색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어 추진되고 있다.

전남 지역의 소규모 항포구 등 어항 시설이 미비한 공간은 시설 조성을 중심으로, 제주도 등과 같은 관광 입지가 좋은 대상지는 체험·관광기반의 특화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등, 대상지별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업들이 특색을 가지고 조화롭게 추진되면서 새로운 어촌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어촌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생활 SOC사업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선착장 개선을 꼽을 수 있다. 낙후된 어항·포구의 경우 접안시설이 미비하거나 노후화 되어 주민과 관광객들의 해상교통 편의와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선착장이 파손되거나, 너비가 좁아서 여객선이 접안하지 못해 결국 조그마한 낚싯배와 같은 종선(從船)으로 하선하거나, 대합실과 같은 편의장소가 없어 한겨울이나 한여름에 실외에서 배를 기다려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또한, 안전난간, 차막이 같은 안전시설이 부족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인프라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삼시세끼’라는 TV 프로그램을 전남 신안 만재도에 촬영했는데, 여객선이 섬에 접안하지 못하여 출연자들이 종선(從船)으로 하선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기기도 했다.

만재도는 2019년 어촌뉴딜300사업지로 선정되어, 여객 접안시설 개선에 약 68억원을 투입하는 등 어항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준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재도 사례와 같이 어촌뉴딜300사업은 접안시설을 개선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 주민생활 편의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의 도서 접근성도 크게 증진시킬 예정이다.

또한, 어촌뉴딜300사업은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 맞춤형 특화개발을 통해 어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시설 조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는 소득사업 등을 발굴, 추진하여 경제가 활성화되고, 어촌뉴딜300사업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지역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의 어촌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지가 2019년도부터 어촌뉴딜300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남해 설리항이다. 설리항은 인근에 미항(美港)으로 유명한 미조항과 상주 은모래비치, 송정 솔바람해변 등 관광지가 입지해 있으며, 인근에 대형 리조트를 개발하고 있다.

설리마을 방문객의 50%가 스노클링 등 해양레저 활동을 체험하는 등 관광잠재력 또한 풍부하다. 남해군과 지역주민은 이러한 개발여건을 반영하여 마을 고유의 역사 및 경관, 해양레저 등을 활용한 관광전략을 개발 중에 있다.

특히, 리조트 개발로 인해 연간 10만명 이상 방문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방문객 증가가 설리마을의 직접적 방문으로 이어지고, 주민 소득증대 및 마을발전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마을 자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마을 내 해양레포츠 계류시설을 설치하여 즐길 거리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오래된 어구·어망, 선착장 옛 사진 등으로 꾸민 ‘살아있는 바다박물관’을 설치하고, 마을 경관을 특화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특산물인 문어 등을 가공하는 건조장을 조성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마을기업을 설립하여, 주민들이 직접 가공·유통·판매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마을의 소득 증대를 도모한다.

마지막으로, 대상지 내에 어촌의 자생력을 향상시키고, 사업 종료 후에도 사업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역량강화 등을 위한 SW사업을 병행하여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소득사업 운영을 위한 지역주민 교육프로그램 발굴 및 시행, 마을홍보 등이 이에 포함된다.

지역 맞춤형 특화개발사업 사례
지역 맞춤형 특화개발사업 사례

주민참여 매우 중요

위에서 살펴본 설리항의 경우, 해산물 건조와 관련하여 제품화 및 유통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소득사업과 연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특산물 요리 레시피 등을 제공하여 관광객들이 특산물을 직접 조리하고 시식할 수 있는 홍보와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어촌뉴딜300사업은 대상지별 특성에 따라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듯이 여러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상지 여건에 따라 사업의 특성이 달라지는 지역맞춤형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 성공의 열쇠이다.

이를 위하여 해양수산부에서는 사업 추진 초기단계에서부터 주민 참여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상향식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대상지별로 지역주민-지자체-지역전문가로 이어지는 지역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이러한 협의체를 통해 지역맞춤형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전 단계에 걸쳐 주민들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갈등을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주민 참여를 크게 확대하였다.

사업 추진에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전문가 자문단도 꾸렸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지별로 배치하여, 작년 70개소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현장자문을 완료한 바 있으며, 2020년도 자문단도 올해 3월 구성을 완료하고 지난 5월부터 부지런히 현장자문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사업 종료 후 3년까지 자문단을 계속 운영함으로써 대상지별 현장밀착형 컨설팅을 지속하고, 사업의 결과물이 지역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어촌에 활력제고 기대

사업 현장을 다니다보면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기대를 직접적으로 실감하게 된다. 주민들이 현장에서 필자를 보면 “뉴딜 사업대상지로 선정되어 정말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사업에 임하고 있다.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희망에 찬 말씀을 해주신다. 그만큼 절박하고도 기대에 찬 주민들의 눈빛과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크나큰 힘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작년 한 해가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단단히 조성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여 성과를 조기에 창출할 수 있는 해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처음 추진하는 사업으로 다소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어촌뉴딜300사업은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확산하고 부족한 점은 적극 개선하는 등 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 어촌이라는 공간이 지역주민에게는 편안하고 안전한 삶터가 되고 일반국민에게는 매력적인 쉼터로 변모하면서, 어촌에 활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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