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사)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장, “여객선 완전 공영제 실현해낼 것”
이정호 (사)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장, “여객선 완전 공영제 실현해낼 것”
  • 글 정상원 기자 / 사진 박종면 기자,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7.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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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 처우 개선 목표

[현대해양] 지난달 15일 3,500여 개 섬의 106만 섬 주민, 300만 출향민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서울시청에서는 (사)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가 출범하게 된 역사를 되짚어보면 4년여 전으로 되돌아간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늘 교통의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고 이 때문에 복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본권을 놓치고 왔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 속 박지원 前민생당 의원이 2016년 대표발의한 ‘도서개발촉진법’ 개정안이 지난 2018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가는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국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한다’라는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게 됐다. 섬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처음이었기에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섬의 날이 제정된 이후에는 섬 주민들을 대표하고자 하는 전국섬주민협의회, 섬주민협회 등의 단체가 설립됐다. 그러나 법적,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섬 주민들의 의견으로, 이러한 단체들은 뜻을 한데 모아 ‘사단법인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로 공식 출범하게 됐다.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의 초대 회장직에는 이정호 전 추자도수협 조합장이 임명됐다. 그는 11대가 추자도에 살아온 섬 토박이다. 또 9년간 조합장직을 맡아온 경험으로 섬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대해양>은 섬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이정호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장을 만나 앞으로 중앙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가 공식 출범했다. 소감이 어떤가?

2018년 정부가 매년 8월 8일을 국가기념일인 섬의 날로 제정한 이후 2년 만에 공식적으로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중앙회가 출범하게 된 것에 대한 감회가 깊습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는 지난 3월 10일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의해 6월 10일로 연기된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 3월로 예정됐던 행사에는 250~300명 정도의 섬 주민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행사는 감염의 우려로 90명 정도의 참석인으로만 참석한 채 크지 않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인원이 줄기는 했으나 이번 창립총회는 전국 각지의 섬 주민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지인 서울에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모여 참여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있습니다. 또 헌법 34조와 35조에 따라 국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실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섬 주민들에게 이러한 혜택이나 복지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사)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의 설립과 공식 출범은 섬의 주체인 섬 주민들의 주권과 기본권 행사 등을 육지 국민들과 동등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권리와 책임을 갖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전국의 섬 주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지속가능한 해양·수산, 문화·관광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또 섬의 가치를 보존하기위해 지속 경주할 것입니다.

지난달 12일 서울시청에서 개최된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첫 번째 줄 오른쪽 6번째부터 이정호 한섬연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임영태 한섬연 위원
지난달 12일 서울시청에서 개최된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첫 번째 줄 오른쪽 6번째부터 이정호 한섬연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임영태 한섬연 위원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의 설립 배경은?

세계 최초로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습니다. 따라서 섬 정책의 싱크탱크(Think Tank)로서 섬 주민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전남 목포에서 ‘제1회 섬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습니다. 이날 104개의 섬에서 400여 명의 섬 주민들이 섬 주민대회에 참가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섬 주민들이 의합 투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이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낼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목포시청에 ‘전국섬주민협의회’의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1여 년간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재정과 공신력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협의회를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로 승격하게 됐으며, 행정안전부의 인가를 받아 서울에 사무실을 두게 됐습니다.

 

협의회 설립의 주 목적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내에는 3,500여 개의 섬이 한반도 바다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섬들은 빼어난 절경과 가지며 각 도서별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죠. 그러나 섬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버려진 땅으로 여겨졌으며 소외와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2017년 인천 유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객선 공영제 실시가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안여객선은 버스나 철도,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 포함돼야 합니다. 여객선비가 km당 KTX의 2.2배, 고속버스의 6.6배에 달하는 가격인 상황으로 섬 주민들은 교통의 불편함과 교통비의 부담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여객선 결항은 1년에 3개월이 넘을 정도로 빈번합니다. 섬 주민들이 더 이상 교통으로 인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바다를 ‘국가의 해상간선도로’로 간주하고 여객선 완전 공영제의 실시를 반드시 이루어나갈 계획입니다.

오른쪽부터 이정호 한섬연 회장, 권순혜 KTC대구평생교육원장, 임영태 한섬연 위원장
오른쪽부터 이정호 한섬연 회장, 권순혜 KTC대구평생교육원장, 임영태 한섬연 위원장

섬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면?

21세기 문명의 시대에서 섬은 더 이상 방치하고 버려도 좋은 ‘부속도서’가 아닙니다. 섬은 해양 영토를 지키는 첨병이며 광물자원, 해양생물, 수산자원 등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또 섬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2백 년 전 “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아나듯, 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이제는 국가도 영토와 식량, 건강과 힐링을 주는 바다에 서 있는 섬과 섬 주민을 국가와 사회에 중요한 자원으로 자각하고 이에 합당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산업, 광업, 레저산업 등 섬 산업을 고도화, 다각화해 섬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대한민국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섬 주민들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11대째 추자도에서 살아오면서 섬 주민들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필요한 것이 교통인데,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너무 많은 섬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생겨도 병원에 쉽게 오갈 수 없습니다. 어촌의 고령화로 인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주로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으니 더욱 답답할 따름입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도 병원까지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다가 출산을 하게 된 섬 주민을 본 적도 있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추자도수협 조합장 시절, 어민들이 교통 문제 때문에 고기를 제때 팔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고기를 팔러 나가야 하지만 파도가 높거나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에는 잡은 고기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일반 섬 주민뿐만 아니라 어업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주민들이 겪는 교통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2018년 세계 최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섬의 날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섬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차별 없는 권익 등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로부터 섬은 해상교류와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해양 영토를 지키는 첨병이었습니다. 섬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의료서비스, 안전 인프라를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대한민국 최전방 영토수호자인 섬 주민들이 그 지위에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도록 힘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말씀드렸던 여객 및 운송 공영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섬 주민들이 생활 편리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3월, 윤영일 민생당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가 대표발의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연안여객선의 준공영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연안여객선의 공영화에 대한 법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의 자연생태지역인 섬의 생태문화와 다양성, 자원 등을 조사·정리해 섬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계승해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섬 주민의 안정적 삶과 섬 전진화의 융복합화로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섬을 가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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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록 2020-07-13 23:33:54
이정호초대회장님.섬주민연합회가무궁한발전이있기을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