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디지털에 강한 선급 보여줄 것”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디지털에 강한 선급 보여줄 것”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7.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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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AI 활용 검사 선뵐 터

[현대해양] 1960년 설립된 한국선급(KR)이 60주년을 맞이했다. 설립 이후 28년만인 1988년 전세계 12개 선진 선급으로 구성된 국제선급연합회(IACS)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려온 KR은 현재 전세계 66개 지부를 구축해 80개 국가로부터 정부대행검사권을 수임받아 검사 및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7위 선급의 위상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앱기반의 KR-CON을 출시하고, 드론을 활용한 원격선박검사를 시행하면서 차세대 선급의 면모를 보여준 KR은 해사업계가 예상하는 디지털화의 밑그림에 색채를 입혀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해운·조선업계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이형철 회장으로부터 KR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코로나(COVID-19) 사태로 선급업무에도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입급선들이 수리, 연차·중간·정기검사 등의 검사를 적기에 받아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선급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검사가 지연되면 입급선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지기때문에 전세계 흩어져 있는 입급선들의 검사진행을 완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동이 엄격히 통제된 미주에서는 회장명의의 레터(Letter)를 보내 검사원들이 통항제한에 대비해야 했고, 선원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선 주거공간 이외 4~5시간씩 서 있는 채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유럽지역에서도 이동제한으로 각국을 자동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검사원들이 조선소 야드 내 야전침대에서 숙식하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선급은 선진국 선급에 비해 검사망이 부족한데 긴급한 상황에서는 타 선급에 요청하여 대신 검사를 진행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검사 등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사태 초기 두 달 동안 직원들을 2파트로 나눠 재택근무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아직까지 국내외 조직 내 확진자는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입에도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5월 말까지 수입은 590억원 지출은 47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44%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수리·신조검사가 이뤄지는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동북아 지역에 집약돼 있어 중국과 한국이 코로나 사태에서 비교적 일찍 회복세를 보이면서 검사를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 요인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신조선 물량이 줄어 내년도 수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급선을 늘리기 위한 전략은?

앞으로 카타르, 모잠비크發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가 기대됩니다. 지난달까지 운용사로 참여하길 바라는 선사 및 컨소시엄만 30여곳으로 알려져 쉽진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몇십 척이라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KR도 코로나 사태 이전 카타르에 두 차례 방문하는 등 대규모 입급선 수주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폴라리스쉬핑의 노후선대 300여만톤 가량이 탈급할 계획이고 오래된 선박들은 폐선될 숙명이기에 등록톤수를 단번에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5월말 기준 입급선 등록톤수가 7,000만톤을 넘었습니다. 현재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BCHP)을 포함한 한국선사의 선대와 외국선사의 선대 비중이 7대3입니다. 국적선에 크게 치중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2025년 등록톤수 1억톤 달성을 목표로 하는 KR은 최근 그리스, 싱가폴, 독일 지역의 영업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해외선대 유치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타선급들도 서로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기 위한 영업전을 하는 중이며 특히, 한국시장에도 비집고 들어와 각 선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녹록치 않은 영업환경입니다만 고무적인 일은 한번 KR 서비스를 받아본 선사들은 이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선급인 ABS 임원으로 등록된 해외선사에서 KR서비스를 한 번 맡겨보니 믿을 수 있다며, ABS에서 자사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압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선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조금씩 해외선사들의 관심을 끌어볼 계획입니다.

하지만 등록선대를 늘리기 위해 아무 선박이나 입급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비우량 선박을 들였다가 항만국통제(PSC)으로부터 지적이 난무하게 되면 다른 입급선들에 피해를 줄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수익사업을 창출해 나갈 것인가?

해운·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등록선 증가율은 높지 않아 선박검사·인증사업 이외 새로운 돌파구를 발굴해야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타 선급들의 경우 선박검사업과 여타 사업이 5대 5이므로 해운·조선업 불황에도 다른 수익사업으로 버텨낼 힘이 있습니다. KR의 경우 선박 대 타 사업 비율이 8대2로 해운조선 불황때마다 불안정한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업의 성숙기인 만큼 현재 각 산업마다 검사기관들이 자리매김했고 새로이 진입하기는 여러모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R&D 국책과제들과 15년 업력을 갖춘 해군함정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철강, 토목 등 연관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및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선급의 디지털화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가?

코로나가 해사업계가 시동을 거는 디지털화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선급업계의 모든 선진 선급들도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선급이란, 신청에서부터, 전자도면, 규칙확인, 선체기기모니터링, 사이버보안, 검사 등의 선급업무 전반을 온라인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디지털기기로 검사 및 모니터링하던 업무들을 모바일화하고 이에 적합한 규제를 만들고 염려되는 보안도 완벽하게 구축하여 전세계 고객들이 일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입니다.

선급 일련의 업무들이 대부분 디지털화된다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비절감으로 이어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과거 검사때마다 메인엔진을 개방해야 했다면 현재는 컨디션을 디지털기기로 모니터링한 기록을 근거로 검사를 진행해 보다 수월해졌으며, 또한 종이문서를 일일이 출력해 보관해야 했다면 현재는 전자증서로 필요시에 발췌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말이지요.

이에 우리 선급은 △IT기술 모바일 서비스 확대, △선사-선급 플랫폼 시스템, △3D모델기반 설계승인, △항만정보 제공 지원기술, △고장진단 및 예측 기반 기술(CBM), △스마트검사 기술, △선대자산관리기술, △선원안전관리시스템을 2025년을 목표로 실용화할 계획입니다. 조선사·선사의 개발수요가 높은 스마트검사기술, 선대자산관리기술, 선원안전관리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것입니다.

KR은 2025년까지 검사원이 인공지능(AI)이 가미된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활용해 원격검사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디지털화를 구현할 계획입니다. 검사원이 없는 인공지능에 의한 검사는 2040년까지 선보일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장비업, 조선소, 선주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자율운항선박의 실용화를 위한 관련 제반 규정을 개발하고 해사데이터표준 개발, 인공지능서비스 적용, 사이버 보안 기술 서비스 업무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 선급은 빠른 시일 내 각 본부마다 디지털 요소를 발굴하고 융합하기 위한 TF팀을 발족하여 속도감 있게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친환경기술선박 선도하는 선급을 목표를 하고 있는데…

탈탄소화 시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2050년까지 현재 배출탄소 총량의 50%를 줄여야 하는데 2030년부터 발주 선박은 탄소배출량 제로 선박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2025년 건조계약에 들어가는 선박은 LNG추진선, 전기추진선 등으로 건조돼야 합니다.

국내 선사가 발주한 국제항행용 LNG추진벌크선을 최초로 인증한 업력이 있는 우리 선급은 수소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연료 기술개발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무탄소 대체연료로 연소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R은 국내 최초로 암모니아 벙커링 선박 개발을 위해 지난달 설계사, 제작업체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국내외 규정 검토와 위험도 평가 등 설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분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에 따라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선박추진, 수소 저장 및 운송을 위한 탱크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KR은 이미 2010년부터 수소연료전지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차세대 선박 동력원으로 부상할 것을 염두해 두고 다수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설계, 안전, 승인, 규정 등 기반 기술을 확보해 왔습니다.

우리 선급은 차세대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하여 우리나라 해사업계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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