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등록 안된 보트들’ 이대로 둬도 괜찮나
수상한 ‘등록 안된 보트들’ 이대로 둬도 괜찮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7.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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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식별은 돼야

[현대해양] 최근 서해안에서 발생한 잇따른 밀입국 사건으로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힌 미등록·무등록 보트들이 국내에 상당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무풍지대에 있었던 ‘등록 안된 보트’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악용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상레저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 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 안된 보트’ 상당한 듯

지난 4월 18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항에서 출발해 이튿날 오전 10시쯤 태안 의항 해변에 도달한 고무보트가 발견되면서 태안지역이 발칵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1일 오전 11시경에는 전날 중국 웨이하이 항에서 출발한 1.5톤급 레저보트가 태안 일리포 해변에서 발견됐으며, 지난 6월 4일에는 태안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밀입국에 사용된 고무보트가 발견됐다. 붙잡힌 밀입국자들을 통해 4월 보트에 4명, 5월 보트에 8명, 6월 보트에 5명이 밀입국을 단행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해경은 아직 잡지 못한 용의자를 수배 중에 있다.

이와 같은 사달이 나면서 태안해경은 주요 시간대 육군과 합동으로 레저보트들이 출입항하는 선착장에서 등록유무를 막론하고 소형레저선박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태안해경서 관계자는 “소유자, 톤수, 사진, 마력 등을 파악해 레퍼런스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등록 안 된 미등록·무등록보트들이 많아 이러한 일회성 조치가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등록의무가 있음에도 하지 않는 미등록선박은 어선, 레저보트 같은 소형선박에서 나타난다. 어선의 경우 2톤 이상이면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와 각종 어선을 식별할 수 장비가 구축돼 있고, 조업현장에서 해경뿐만 아니라 해수부 어업관리단, 지자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감시받기 때문에 미등록선박이 성행할 여지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레저보트에서 미등록보트들이 많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밀입국 대응 초기에 주민 신고를 받은 해경이 보트를 방치물로 예상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보트를 찾아가라는 현수막을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만큼 그간에 주인 없는 레저보트들이 해안가 및 길가 등지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우리나라 레저선박 등록 검사제도에 관한 고찰(2017)’ 연구를 통해 국내 레저선박 관리에서 최대 현안은 무등록·미등록 레저선박의 규모 파악이며, 이러한 선박들이 레저선박 관리제도 전반 및 해양레저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레저보트 대수는 2007년 2,400여척에서 2017년 2만대를 넘어서며 2019년엔 2만3,600대까지 늘어났다. 등록 레저보트만 매년 3,000대씩 증가할 정도로 레저보트를 직접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해경이 성수기마다 미등록 레저보트에 대해 일제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전부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처럼 자주 이용하는 수단이 아니기에 매번 보험료를 납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소유주들이 있다”며, “이들은 본인들도 항해를 잘하고 넓은 바다에서 사고가 나겠느냐고 방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레저보트 등록을 위해서는 주소지를 둔 지자체에 안전검사증, 보험가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기검사를 5년(사업자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데 맨 처음 등록할 때 보험을 들고 이후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보험도 들지 않는 것이다.

미등록보트들은 내수면에서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진 한양대 응급구조학과 겸임교수는 “해수면의 경우 그나마 해경 전경들이 쌍심지를 켜고 주기적으로 방치된 보트들을 검문하는 편인데 비해 내수면의 경우 책임부처가 불분명하고 보험료도 비싼 편이라 미등록보트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편,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무등록보트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0년에 최초 시행된 수상레저안전법 상 20톤 미만 동력보트, 동력 30마력 이하 고무보트, 수상오토바이 등은 등록대상에서 제외된다.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던 당시 레저보트에 대한 보험, 안전검사 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국민들의 수상레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30마력 이하의 보트들은 등록의무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업계관계자는 “30마력 이하 보트들은 통상 항구 내에서 이동할 때 사용된다. 고무보트가 밀입국에 쓰이는 이번 경우는 특이한 사례이다”고 밝혔다. 규제의 빗장 때문에 잃을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무등록선박들을 방관해 왔으나 이번 밀입국 사태는 고무보트도 불법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주로 선외기를 쓰는 고무보트들은 중고로 몇백만원에도 구입할 수 있어 최근 낚시 등 해양레저를 즐기려는 일반인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범죄 이용, 수상레저 활성화 저하 우려

검사든 등록이든 거치지 않아 추적이 어려우면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른 대포물건으로 처리되는 등 불법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리나 시설을 이용하고도 고의로 계류비 등을 체납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최근 각 마리나 항만에서 무등록·미등록선박의 계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추세이다.

이에 무등록보트 또한 마리나를 이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부산 수영만 마리나(체육시설관리사무소) 측에서 고무보트에 대한 마리나 이용을 불허하여 지난해부터 분쟁 중인 이 모씨는 “부산지역은 마리나가 아니면 보트를 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어촌계 슬립웨이를 사용하거나 오지 등지에서 보트를 내려야 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등록 안 된 보트들이 무단방치·폐기돼도 소유주를 찾을 수가 없지만 반대로 보트 소유주 또한 자신의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좌시할 수 없는 점이다.

아울러, 무등록선박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시 개인과 타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자체도 불확실하고, 더욱이 이러한 선박들이 해상에서 방치되면 누유 등 해양오염을 발생시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우려도 있다.

 

적어도 식별은 돼야

미등록·무등록보트가 많으면 장기적으로는 연관 서비스 시장의 발전을 막게 된다.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 관계자는 “수상레저 관련 서비스도 수지타산에 맞아야 시장이 성장하게 된다. 정식 등록이 안되는 보트들이 많다면 정기검사, 교육, 보험, 리스금융 등 관련 산업도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실과 통계가 어긋나게 되면 수상레저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효과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에 우선적으로 보트들을 식별하여 관리영역 안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MI는 ‘우리나라 레저선박 등록검사제도에 관한 고찰(2017)’을 통해 △우리나라도 동력수상레저기구에 선체식별번호를 부여할 필요가 있고 △무등록, 미등록선박 전수조사와 조례 및 마리나 관련 법률을 이용한 제도권 편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사례가 귀감이 된다. 일본의 경우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에 레저보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항만, 하천, 어항 등에 불법계류하거나 무단방치하는 보트들도 덩달아 늘어나 애를 먹었다. 일본소형선박검사기구(Japan Craft Inspection Organization, JCI)의 방치정(艇)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4만3,130척의 방치된 보트들이 집계됐으며 이중 33%는 등록이 안된 선박들이었다.

이에 일본은 20톤 미만의 선박을 소형선박이라고 정의하고 1.5마력 미만의 저출력의 선박을 제외하고는 검사든 등록이든 강제화했다. 소형선박이라도 30마력 미만의 선박은 안전검사라도 받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국 내 소형선박들이 제대로 식별조차 되지 않다 보니 군 안보태세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밀입국 사건에서 보트들이 감시망에 여러번 포착이 됐음에도 낚싯배로 오인해 운용병이 감시 및 추적 조치를 지속하지 않았다는 것이 합참의 공식 입장이다. 육군이 해안선에 접근하는 안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 확인하고 경계를 할 책임이 있지만 평상시에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할 수 없는 레저보트들이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밀입국 보트들이 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대목도 군 감시망의 빈틈을 노리고 버젓이 사람들이 많은 해변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합참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미식별보트들이 많으면, 정작 밀입국으로 의심되는 보트를 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말했다.

이에 국가의 감시망이 아닌 민간에 의해 소형선박의 불법행위 덜미가 잡히는 경우가 있다. 지난달 22일경 서남해 해역의 상선에서 잦은 항로 변경을 하던 소형보트를 수상히 여겨 진도 해양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해 해경이 밀입국인 2명을 검거한 사례가 있다.

이에 동력수상레저기구에 선체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력관리가 갖춰져야 보트의 제작, 유통, 매매, 등록, 폐선 전 과정에서 흠결이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등록된 레저보트에 대한 관리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저보트를 등록·검사할 경우 총톤수 20톤 이상이면 선박법과 선박안전법이 총톤수 20톤 미만이면 수상레저안전법이 적용된다. 이처럼 총톤수별로 등록검사제도 이원화하다보니 검사기구 또한 한국선급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및 민간협회로 양분화됐다. 이에 등록대수와 검사대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레저보트의 종류별 수량이나 선령 등 관련 통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05년부터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어 왔으나 각 법의 주무 부처가 달라 개별 부처 차원에서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선박들은 지속 늘어나기 마련인데 적절한 관리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면 제도의 빈틈을 노리는 범죄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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