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고수온,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여름철 불청객 고수온,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 승인 2020.07.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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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부경대(구 부산수대)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산해양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 원장은 기술고시 30회로 1995년 수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해수부 수산정책과장, 국제원양정책관, 수산정책관, 어업자원정책관, 수산정책실장(1급)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현대해양] 최근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 APEC 기후센터, 그리고 우리나라 기상청은 올 여름 우리나라의 폭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올해 초에 우리나라 기상청, 미국 해양대기청, 일본 기상청, APEC 기후센터의 수온 예측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올 여름 대한민국 한반도 주변해역의 표층수온이 평년 대비 1℃ 내외 높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는 2019년 특별보고서에서 북동태평양해역,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연안, 알라스카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를 고수온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해역이라고 소개했다. IPCC는 향후 해양 온난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이상고수온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상고수온 현상이 발생하는 해역에서는 해양생태계 변화, 해조류 생식 변화, 어류의 회유 변동 등 다양한 해양·수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해역도 고수온 영향권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생하는 주요 자연재해는 태풍, 적조, 고수온, 저수온, 냉수대, 빈산소수괴 등이 있는데 특히, 그중에서 최근 들어 고수온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상시적인 고수온 현상이 발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10년 간헐적으로 수온이 높게 나타났던 것이 2016년 이후 매년 고수온 현상으로 악화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 고수온이 발생하는 원인을 3가지 정도로 분석했다. 첫째, 여름철 고수온이 발생하는 원인은 우선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강화와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에 따른 열돔(Heat-dome) 현상으로 폭염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그 기간과 빈도가 지속적으로 길어지고 많아졌기 때문이다. 둘째, 해마다 7~8월경 우리나라에 잦은 영향을 주었던 태풍은 최근 몇 년간 빈도와 강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뜨거운 표층수와 차가운 저층수가 혼합할 수 있는 외력이 발생하지 않아 표층부만 계속 가열돼 고수온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저위도에서 열을 공급하고 있는 대마난류의 세력이 우리나라 해역에 최근 수년 간 여름철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해 여름철 고수온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여름, 기습적인 고수온으로 369개 어가에서 양식생물의 대량폐사가 일어났고, 그 피해금액은 18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양수산부는 고수온의 심각한 피해 예방을 위해 이상수온 특보기준과 대응요령을 즉각 마련했다. 고수온 관심단계는 주의보 발령이 예상되는 일주일 전에 발령되고,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에 도달될 것으로 예측되는 해역, 고수온 경보는 28℃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계속 고수온의 지속이 예상되는 해역에 발령된다. 고수온 특보가 발령되기 전부터 수온과 용존산소량 등 양식생물의 행동을 점검하고 양식시설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 조기 출하 등을 통해 양식장 내 서식밀도를 낮추고, 고수온이 도래하면 액화산소나 산소공급 장치를 가동하여 용존 산소량을 증가시켜 줘야 한다. 양식생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며, 먹이인 사료의 양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떨어진 양식생물들에게 질병 징후가 보이면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피해 최소화 위해 앞장설 것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여름철 고수온 발생에 대비해 5월초부터 대응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우선 어업인,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비상연락체계 및 SNS 소통채널 정비를 마쳤으며, 고수온 발생으로 피해가 컸던 해역을 중심으로 원장부터 직접 현장을 찾아가 어업인들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해 대응요령 등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신속한 피해조사를 위해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고, 자연재해 대비 양식장 관리요령 책자도 배포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필요로 하는 실시간 수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수온 관측소도 확대했다. 권역별 합동피해조사반(국립수산과학원·지자체·수협 등) 구성도 모두 마친 상태다.

양식어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우심(憂心)지역인 충남 천수만은 서해안에서 어류 가두리 양식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주요 양식어종은 조피볼락으로 서식 수온이 7∼26℃이나 한계수온인 28℃ 이상이 지속될 경우 생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대량폐사가 일어나게 된다. 상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 지역에 2017년 당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현장 119’팀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함께 현장대응반을 운영하면서 질병 사전방제, 먹이공급 중단, 조기 출하, 차광막 설치, 액화산소 공급, 저층수 펌핑 등 어업인들과 함께 사전에 철저하게 대응했다. 또한 관련 매뉴얼을 숙지하고, 상황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결과 고수온에 따른 피해가 전혀 없었던 해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같이 고수온은 대표적인 자연재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으나 고수온에 따른 관련 매뉴얼을 숙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고수온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고수온은 더 자주 찾아올 것이며 피해가 증가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현장에서 어업인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라 취약성이 높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적응전략도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고수온에도 잘 성장하고 양식어가에 새로운 소득 창출을 안겨줄 수 있는 양식품종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첨단 생명공학기술과 선발육종기술, 유전체기술을 융합하여 고수온에 강한 바리류와 전복을 개발해 현장시험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이오분야 핵심기술을 어·패류 양식산업에 접목해 나간다면 고수온이 해마다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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