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낚기 어업인의 절규… “오징어 좀 잡게 해달라”
채낚기 어업인의 절규… “오징어 좀 잡게 해달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7.02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망어선 싹쓸이 조업에 자원량 감소 우려도

[현대해양] 동해안 지역의 난류로 인한 수온 변화로 올해는 ‘오징어 대풍’이 들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의 오징어채낚기 어업인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징어 대풍’보다 더 중요한 ‘오징어 분쟁’을 치뤄 생존권과 직결되는 어업권을 사수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달 1일부로 오징어 금어기가 종료돼 동해안 어업인들은 6월부터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서·남해의 자망어선이 오징어를 싹쓸이 조업해가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약 3년 전부터 참조기를 주 타깃으로 조업하는 근해자망어선 어업인들이 동해안 오징어 조업에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에 의해 총허용허획량(TAC) 대상 어종으로 지정돼 있다. TAC는 바다의 수산자원 고갈을 막고자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업량 규제 방법으로, 오징어는 △근해채낚기 △대형선망 △대형트롤 △동해구중형트롤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5개 업종으로 어획된다.

한편, 동해안 어업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자망어업은 오징어 TAC 규제 어획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5개 업종이 아니더라도 오징어 어획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근해자망어선들은 오징어 금어기만 준수한다면 TAC 규제 제한 없이 오징어를 얼마든지 어획할 수 있다. 이에 서·남해의 참조기 자망어선들이 참조기 금어기(4월 22일~8월 10일)를 틈타 동해안의 오징어 조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자 TAC 규제를 따르던 동해안의 오징어 어업인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에 달하게 된 것이다.

▲ 자망어선으로 잡은 오징어 양륙 장면

TAC 규제 피해 ‘오징어 싹쓸이’

근해자망어선의 무분별한 싹쓸이 조업에도 동해안 어업인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어 자망어업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망어선 어업인들이 오징어 집중조업을 위한 유자망 어구를 개발하고 이를 조업에 사용하며 오징어 대량 조업에 두 팔 걷어 적극적으로 나서자 오징어 조업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불거지게 됐다. 이에 동해안 채낚기 업계는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업종간 분쟁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먼저 윤국진 강원도 연안채낚기연합회장은 “자망어선들이 오징어 조업에 나서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어 동해안 어업인들이 큰 고충을 겪게 됐다. 올해가 오징어 풍년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근해자망어선들의 축제로만 이어질 것이 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과거 근해자망어선들이 오징어 풍어를 이룰 때면 그 이듬해부터는 오징어 씨가 말랐다”라며 “내년부터 오징어 자원량이 감소된다면 이는 채낚기어업인들의 고충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 울분을 토했다.

▲ 자망어선 오징어 그물 적하 작업

‘남·서해 오징어 자망어업 규제’ 반드시 시행돼야

이에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성호, 이하 한수연)는 해양수산부에 어업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건의사항을 제출한 상태다. 건의사항의 주 내용은 △참조기 금어기 동안 근해유자망어업의 사용금지 △어업허가 제도 개선 : 자망어업의 포획 가능한 주력어종 지정·관리 △근해채낚기 어업의 살오징어 금어기 해제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성호 한수연 회장은 “근해채낚기 어업인들은 오징어를 개체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어획하는 타 업종에 비해 한 마리씩 낚시로 어획하고 있어 오징어 조업에 큰 고충을 겪고 있다”라며 “어려운 근해채낚기어업 현실을 감안해 ‘서·남해 오징어 자망어업 규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채낚기 업계는 오징어 TAC 및 금어기 제도를 전면 거부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강원도 동해안 6개 시·군은 오는 3일 선박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근해자망어선의 입항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구룡포선주협회와 근해채낚기선주협회는 오징어 근해자망조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