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동해안시대 열어야 국민소득 5만 달러 가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동해안시대 열어야 국민소득 5만 달러 가능”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7.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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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을 해양레저·해양치유 중심지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도청 공룡 조형물 앞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도청 공룡 조형물 앞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도태될 수 있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해양]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친화력이 있는 이는 누굴까?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하게 주민들의 의견을 가장 잘 들어주는 단체장은 누구일까? 이철우 경북도지사일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특유의 친화력과 소탈함을 기반으로 지역구인 김천에서 세 번 연달아 국회의원을 했다. 그리고 처음 도전하는 지방선거에서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3선 김천시장 출신의 후보를 막판 1주일 만에 뒤집고 도지사가 됐다. 그가 전세를 180도 역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인간 이철우’를 잘 아는 모교(김천고) 출신들이 곳곳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83.5%라는 놀라운 수치로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에 권위가 느껴지는 상임위원장실이 아닌 의원실에 ‘멍석’을 깔고 손님을 맞았다. 그 멍석을 단체장이 된 뒤에 지사실로 옮겼다. 여기서도 도민들과 마주 앉아 격식을 따지지 않고 도정을 이야기한다. 멍석에 앉으면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나며 편안한 대화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바다에서 1시간 이내는 해양도시”

이 지사는 내륙 출신이지만 자치단체장 중 해양수산의 가치를 가장 잘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경북 통합을 주창하는 그는 대구가 내륙도시가 아닌 해양도시라고 주장한다. 바다에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도시는 해양도시로 봐도 된다는 소신이다. 이 지사는 “대구에서 한 시간 이내에 포항에 가고 경주(감포) 바다까지 간다. 영일만항을 대구의 항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식을 갖고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지사는 취임사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경북 동해안과 북한의 신의주를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 신(新)북방 경제시대의 주역을 담당할 동해안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안동 본청사와 별도로 포항에 동부청사를 개청하고 환동해지역본부를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동부청사 순시 때는 동해안에서 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이 지사는 “바다를 지배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했다. 경북도 이제 바다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선7기 3년차를 맞아 코로나19 극복, 대구경북 통합론, 대구 해양도시론 등으로 주목받는 경북도지사를 <현대해양>이 안동 경북도청에서 만났다.

 

민선7기 전반기를 보내고 취임 3년차를 맞는 소감과 각오는?

2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점퍼 입고 운동화 신고 매일 아침 5시부터 저녁 12시까지 일했다. 경상북도가 전국에서 제일 넓다. 국토 1/5에 달하는 23개 시·군을 여러 번 돌았다. 자동차로 한 달 평균 1만km를 달렸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상반기를 보냈다. 2월 19일 도내에서 세 명의 확진자가 첫 발생한 이후 5개월 가까이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전 행정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코로나가 숙지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바꿔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매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경북수산자원연구소를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전복 시험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수산자원연구소를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전복 시험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달려온 2년의 성과는?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도청 앞마당에는 뼈만 남은 공룡 조형물이 있다. 공무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기 위해서다. 매주 화요일 아침 근무시간 전에 열리는 화공특강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배우기 위한 공무원들로 항상 자리가 부족하다. 도청 조직이 의전과 격식보다 일 중심으로 바뀌었다.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지역을 위한 2개의 특별법, 지진특별법과 신라왕경특별법을 만들었다. 또한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와 강소형 연구개발특구 지정,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 구미 스마트 산단 지정,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국비 확보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신산업 육성의 발판도 마련했다. 지지부진하던 통합신공항의 물꼬를 트고 대구·경북의 운명을 바꿀 행정통합이라는 화두도 제시했다.

AI시대가 되면 공무원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없어진다. 공무원들에게 ‘일을 버려라’라고 말한다. 버려야 새로운 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청에 개인이나 팀별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상상마루’도 문을 열었다.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일종의 생각창고 같은 곳이다. 더 변화하고 더 혁신해서 눈에 보이는 실적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코로나19 시국에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아쉬움이 클 텐데…

경북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20%, 세계문화유산 14건 중 5건을 보유하고 있다. 백두대간 푸른 숲과 낙동강 맑은 물, 청정 동해바다도 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경북관광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은 힐링의 최적지이자 안심 여행지이다. 코로나 검사를 가장 많이 실시하고 가장 먼저 극복했다. ‘클린&안심’캠페인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음식 덜어먹기 등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경북관광 그랜드 세일을 통해 공공시설을 무료 개방하고 숙박업소 할인도 실시한다. 경북으로 휴가 오는 근로자에게는 특별 휴가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북 해양관광 활성화 대책은?

경북 동해안은 청정 동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해양레저와 해양치유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한다. 해수욕장 안전을 강화하고 시설을 정비하여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바다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울진 평해 월송정에는 2024년까지 340억 원이 투입돼 해양치유센터를 조성한다.

마리나 항만이 울진 후포에 2021년 준공되고 포항 형산강 등 총 7곳에 마리나를 조성할 계획이다. 영일만항 국제여객선 부두 준공을 계기로 크루즈산업도 육성한다. 2022년까지 내륙지역인 낙동강변에 해양체험과 교육의 장이 될 ‘상주 청소년 해양교육원’도 건립한다.

경북수산자원연구소를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전복 시험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포항 실내 양식장을 찾은 문성혁 해수부 장관과
급이 시험을 하고 있다.

지방소멸, 청년 유출, 저출산 극복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데 돌아오는 농어촌, 특히 귀어귀촌에 어떤 성과가 있나?

우리 도에서는 어촌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귀어인들을 위해 지난해 4월 귀어인 유치활동 전담기구인 경상북도 귀어귀촌지원센터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동영상 및 가이드 북 제작, 이론·현장교육, 도시민 방문 상담 등 귀어에 도움이 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양수산부 귀어학교 개설 공모사업에 경북도 어업기술센터가 최종 선정됐다. 2021년 5월에 개교해 60여 명의 소수정예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기간 중 자격증을 취득해 수료 후 곧바로 현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현장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귀어학교가 어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귀어귀촌 1번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동해안에서 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는데…

산업화 시대 경북 동해안지역은 원전으로 값싼 전력을 공급하고 산업의 쌀인 철을 생산하여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인구가 줄고 철강산업이 침체하면서 동력을 잃게 되었다.

최근에는 지진 여파, 정부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피해가 막심하다. 그러나 동해안은 여전히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경북은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 북방시대 물류거점 항만이 될 영일만항, 우리나라 동해안의 절반에 가까운 537km의 해안을 보유하고 있다. 동해안시대를 열어야 경북이 살고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

경상북도는 미래 신성장 동력을 동해안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 단추로 도지사 취임 후 동해안 발전의 컨트롤 타워가 될 동부청사의 문을 연 것이다. 이후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설립, 강소연구개발특구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 세계 최초의 원전해체기술원과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을 유치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 항만, 마리나, 해양레저관광, 스마트 수산양식 사업을 적극 추진해 동해안에서 먹을거리를 찾고자 한다.

 

한일어업협상 불발의 장기화, 중국어선 북한해역 입어와 불법조업 등으로 동해안 어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도(道) 차원의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우리 도에서는 한일어업협정의 조속 재개를 촉구하고 영어자금 지원한도 증액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업경영 안정화 대책으로 대체어장 자원조사 및 외국어선 감시어선에 대해 2019년에는 70척 3억 2,000만원, 올해는 71척, 4억 3,000만원의 면세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 입어도 경계를 강화하고 철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어선이 우리 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쓰레기 및 폐유 무단 투여, 어장 훼손 등으로 조업에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해경 경비함, 국가어업지도선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경계·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어민들이 EEZ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근해 어자원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동해바다 황금어장 만들기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수산자원연구원에서 전복, 가자미, 조피볼락 등 고급수산어종을 생산·방류하여 자원 회복에 힘쓰고 있다.

멍석 도지사라는 별명을 얻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멍석 도지사라는 별명을 얻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민선7기 후반기에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것은?

우선은 코로나19로 무너진 지역경제를 하루빨리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이와 함께 뉴노멀시대 지역경제 도약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통합 신공항 이전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집중해서 대구·경북 재도약의 길을 찾을 것이다. 통합 신공항은 수십 조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구·경북의 하늘 길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구경북은 물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가장 크고 확실한 뉴딜사업이기도 하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해서 대구·경북의 새로운 역사를 쓰도록 할 것이다.

또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속도를 내고자 한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인구 521만 명으로 서울, 경기에 이은 세 번째 규모의 자치단체가 된다. 공항과 항만을 갖춤으로써 안으로는 수도권에 대응하고 밖으로는 세계와도 경쟁할 수 있는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갖게 된다. 앞으로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고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통합의 틀을 확정하는데 온 힘을 쏟을 생각이다.

또한, 경북 동해안과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잇는 동북아 해양관광벨트 구축에도 힘을 모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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