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더욱 빛난 韓 선박관리 파워
위기에 더욱 빛난 韓 선박관리 파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6.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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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아태지역 3년간 무결함, 우수 등급 올라
▲ 안전검점을 받고 있는 외국인 선원
▲ 안전점검을 받고 있는 선원

[현대해양] 각국 선원의 승하선 제한으로 전세계적으로 선원교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해사업계가 아우성인 가운데 한국은 선원관리를 필두로 한 선박관리업이 모범사례로 조명되고 있어 주목된다.

선박관리업(Ship Management)은 선주와 계약을 체결해 선박 관리·운항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 수행하고 관리수수료를 받는 아웃소싱(Outsourcing) 산업을 말한다. 최근 선박관리의 요체인 선원의 공급사슬이 타격을 입으면서 선박운항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등 세계 곳곳의 선박관리업체들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호주에서는 호주해양안전국(AMSA) 검사관들이 포트헤드랜드(port hedland)에 접안한 한 일반잡화선에 승선해 2명의 선원이 11개월 이상 승선한 것을 지적하고 해당선박에 대해 한시적으로 출항정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날 영국 해양수산청(MCA)은 ‘크루즈 라인(Global Cruise Line)’ 소속 5개 유람선에 12개월 이상 탑승한 선원들에 대해 임금 지불과 교대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통상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에 따라 국제항해선박에 종사하는 선원은 1개월 휴가기간을 포함해 연속으로 12개월동안 승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세계 선원들의 승하선에 제동이 걸리면서 여전히 해상에서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선원이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홍콩, 싱가폴 등에서 선원교대가 가능케되면서 숨통이 다소 트이긴 했으나 이들 국가에 기항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원교대가 언제쯤 진행될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방역 모범국가인 한국 이외에는 선원교대가 원활히 되는 곳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해도 진배없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항에서 자유로운 선원교대를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14일 격리 후 각 항만에서 선박에 승선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원이 항만으로 입국시에는 항해시간 중 잠복기로 보고 검역관이 하선자에 대해 검역절차를 거친다. 이상이 없으면 하선자는 자가진단 앱을 준수하며 바로 항공으로 이동·출국할 수 있다.

전세계 선원의 대다수가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의 아세안국가들과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의 동유럽국가에서 배출된다. 선원 중 필리핀인은 50여만명, 인도인은 19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거의 대부분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에서 사관, 부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선장, 기관장, 주니어사관들까지 한국선원들을 관리해온 선박관리업체들이 많아 선원교대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선원들은 해양계 대학기관의 유능한 전문 인력들로 국적선사의 선박에 배치되는데 이것은 선박관리산업을 비롯해 해운연관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왔다.

장기적으로 방역에 취약한 개도국 선원 대신 한국 선원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옆나라 일본에서도 자국 선원들이 극히 미미한 상황인 가운데 선원교대가 원활한 한국선원에 대해 호평하는 분위기다. 지금 같은 위기에 한국선원들은 상종가를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박관리업체들의 외국적 선박 비중이 50% 가량인데 일본 선주가 대부분이다. 

▲미국 출입항선에 대해 안전검사를 시행하는 해경(CoastGuard)
▲미국 출입항선에 대해 안전검사를 시행하는 해경(CoastGuard)

한편, 우리나라의 선박관리업계는 대부분 선원관리 위주의 업무분야에 치중되던 형태에서 현재 많은 회사가 선박관리와 선원관리를 함께하는 종합관리 영업형태로 개선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선박관리 역량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게 돼 주목된다.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는 아시아 태평양지역과 미국에서 선박안전관리 ‘우수’ 등급을 획득하게 된다. 특히, 전세계에서 선박안전관리를 평가하는데 가장 까다롭기로 정평이난 미국(Coast Guard)에서는 관할지역 내에서 우수국가를 Qualship21로 지정하고 있다.

20여개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Qualship21은 최근 3년간의 선박점검결과 등을 분석하여 매년 1% 이하의 결함률을 유지해야 획득할 수 있는데 미국에 기항하는 선박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가 우수국가가 되려면 단 한척이라도 미국 해경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안 된다.

선박안전관리 등급이 높으면 해당 국가에서 우리나라 선박에 대한 항만국통제 점검 주기가 연장되고 점검 강도도 낮아져 순조로운 선박운항의 정시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통상 하루 선박 출항이 지체되는데 선사들은 수천에서 억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미주 케미컬 선박의 경우 화주검사관으로부터도 미국 해경의 지적을 빌미로 추후 영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Qualship21 유지해왔으나 2016년에 국적선 1척이 화재차단용 연료탱크 밸브장치 고장으로 출항정지를 당해 자격이 상실된 바 있다. 이에 선사뿐만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미국 기항선박에 대해 다각도로 주의를 기울여 왔는데 이러한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해수부는 △주요 국가별 항만국통제 최신동향 공유(설명회, 간담회 등), △유럽·미국지역 기항 선박에 대한 사전(동승) 안전점검 및 맞춤형 항만국통제 대응교육, △취약분야 점검, 중점관리대상선박을 지정해 출항정지 선박·사업장에 대한 원인분석 및 지도·감독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미국에서 단 한 건의 중대결함 지적도 받지 않으면서 Qualship21 자격을 재획득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달이 난 위기에서도 탁월한 평가를 받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선박관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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