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한국형 해운시황정보...살릴 방안은?
외면받는 한국형 해운시황정보...살릴 방안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6.23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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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요에 맞는 정보 개발해야

[현대해양] 세계 유수의 해운·조선 파워를 지닌 우리나라가 공공기관들이 주도하여 소프트파워로 대두되는 독자적인 해운시황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국적 선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해운시황'은 해운경기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들로서 운임 및 용선료, 해상물동량, 선복량 등의 변화추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선사들은 향후 경영방침을 위해 등락하는 해운시황에 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운시황 연구개발은 해운관련 공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맡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18년 해운산업정보센터를 설립해, 선종별 시황, 선박가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련 보고서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18년 3월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미가공데이터(Raw Data)를 확보·가공하는 등 조사연구하고 분기별로 해운시황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여력이 되는 일부 국적선사들은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 자체적으로 시황예측 역량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중견·중소선사들은 시황예측 전담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해운관련 기관들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주도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형 해운시황 분석리포트를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불확실성, 변동성 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통적인 예측방식을 보완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선진 분석방법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한국형 시황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시황정보보다는 Clackson, SSY 등 글로벌 해운중개업체와 Drewry, MSI 등 해외 해운리서치기관으로부터 구독한 해운시황리포트들의 전망치에만 국적선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사 애널리스트들도 이들의 분석자료를 토대로 해운·조선 관련 전망보고서를 작성한다.

해운중개업체 SSY 관계자는 “국내 시황분석 수준이 글로벌 기관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국적선사들이 유심히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내 업계 대부분이 해외 해운시황리포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 해양진흥공사 시황포럼 행사 중
▲ 해양진흥공사 시황포럼 행사

이러한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해운시황을 연구하는 공공기관들이 각자의 길을 걸으며 대동소이한 분석을 한고 있다는 것이다. 각 기관들이 글로벌 선진 분석기관과 같이 자기 데이터가 확보되지도 못해 데이터 하나가 아쉬운 마당인데도 각각 10여명의 연구진들이 비슷한 조사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시선이다. 지난 19일 여의도 한국선주협회에서 열린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컨테이너선 시황 분석과 전망’에서 해운산업정보센터는 해외시황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은 10%가량의 물동량이 감소하고 2% 가량 선복량이 증가해 하반기 시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기 해운시황리포트의 결과와 흡사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시황포럼에 참석했던 한 업계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는 기업밀착형으로 현장중심의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해양수산개발원은 아카데믹한 관점이 강점인데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실무와 이론에 능한 인력풀로 구성해야 한국형 시황리포트의 품질을 높여나가는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원적인 시각을 갖추고 폭넓은 기술력을 동원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해 오래전부터 데이터를 쌓아온 글로벌 기관들을 추격하는데도 유리하고 동일한 해운시황 분석을 위해 각각 맹목적으로 외화를 지불할 필요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적선사 대부분이 아시아권역의 시장을 상대로한 선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시황리포트를 개발해 업계의 가려운 곳은 긁어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해양진흥공사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인트라 아시아 시장에 대한 시황분석은 상하이항운교역소에서 정하는 상하이발 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상하이발 컨운임지수(SCFI), 중국발 컨운임지수(CCFI)을 주된 지표로 삼지만 나머지 동남아 시장에 대한 운임 상승·하락 동향은 깜깜이 일 수밖에 없다"며 "이들 지표들이 인트라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상하이발 운임만 있을뿐이지 부산발 운임이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연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활용되는 SCFI 운임지수는 후행지수에 그치므로 실제 선사들은 선복량의 정도에 따라 운임을 올리거나 내리기 때문에 물량을 예측할 수 있는 경기동행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 분석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형 해운시황정보가 소문만 무성하고 성과없는 결과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완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선사들의 외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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