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8] 두 번이나 허가됐던 항만시설 사용이 거부될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8] 두 번이나 허가됐던 항만시설 사용이 거부될 수 있을까?
  •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6.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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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사용허가 신뢰보호 사건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열여덟 번째 여행의 시작>

[현대해양]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법에서도 신뢰보호 원칙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법에서 신뢰보호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해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그 개인이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했어야 하고, 행정청이 그 견해 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견해 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돼야 하며, 그 견해 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해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합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46 판결).

, 행정청이 정식으로 a라고 얘기했고, 이를 믿고 개인이 a라는 행위를 했다면 행정청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b로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A시장은 2009. 3. 16. B에게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대지에 대한 항만시설사용(기간 1)을 허가해주었습니다.

그런데 B는 위 기간 내에 위 건물을 신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B가 다시 사용허가를 신청하자 A시장은 2010. 9. 13. 동일한 목적으로 항만 시설사용(기간 1)을 다시 허가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B는 위 기간 내에도 위 건물을 신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B2012. 2. 23. A시장에게 또다시 동일한 목적의 항만시설사용허가를 신청하였습니다.

이 사건 대지는 연안항인 C항 항만구역 내 국유지로서 현재 주차장 또는 과메기 거래판매 행사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과메기 축제, C수산물 한마당 잔치, 문화거리축제, 백일장 등의 연중행사로 넓은 주차 공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대지 인근에 C수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수산물 판매장이 건축되었으므로, 지역주민들 다수의 이익을 고려할 때 B가 건축하려는 수산물 판매장인 이 사건 건물이 공익적 사용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 사건 대지에 신축되어야 할 필요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한편 B2차례에 걸친 항만시설 사용허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시작하지 못하였고, 항만시설 사용료 중 상당액을 체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A시장은 B가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을 위해 C항 내의 국유지인 이 사건 대지를 사용하는 것이 지역어촌의 경제회생과 어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당초 사업 추진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항만시설 사용을 불허하였습니다. 그러자 BA를 상대로 항만시설 사용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B는 세 번째 사용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A가 건물 신축을 위해 두 번의 사용허가를 한 이상 세 번째 사용허가를 하지 않은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일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41628 판결 >

A시장이 B에게 두 차례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해줄 것이라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달리 AB의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불허가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판결의 의의>

다시 한 번 신뢰보호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면,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 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개인이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 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은 대부분 행정청을 신뢰하고(2번 요건 충족), 그에 따라 일정한 행위를 하였다가 행정청이 국민의 기대와 달리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이며(3, 4번 요건 충족),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는 조금 특별한 사정이므로(5번 요건 충족), 1번 요건인 행정청이 개인에게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는지 문제가 됩니다.

이에 대해 원심인 대구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이 조금 더 자세히 판시를 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A시장은 2010. 9. 13.자 항만시설사용허가의 기간을 2010. 9. 16.부터 2011. 9. 15.까지로 정하였고, 위 허가조건으로 소음 등 타인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거나 분쟁 또는 민원이 야기될 경우 B가 책임지고 해결할 것과 사용목적이 항만시설 설치목적에 위반될 때에는 항만시설사용허가를 취소·정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부가한 점, 비관리청 항만공사 시행허가의 조건사항으로도 항만의 상황변경이나 항만의 효율적 관리·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허가의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부가되어 있는 점, B는 두 차례의 항만시설사용허가기간 동안에 허가 목적대로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지 못하였고, 조합의 구성원도 변동이 있었으며, 수산업경영인 D연합회, C수산업협동조합, E읍이장협의회 등 관계기관들이 당초와 달리 사실상 개인사업에 불과하게 된 B의 이 사건 건물 신축 등을 반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시장이 B에게 두 차례 항만시설사용허가를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항만시설사용허가를 해줄 것이라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A시장이 B의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B의 위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도 이유 없다.’

 

<열여덟 번째 여행을 마치며>

국가 등 행정청의 행위에 대해 국민들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 요건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데, 무엇보다 행정청의 행위가 정말 신뢰할 만한 것이었는지, 신뢰를 한다면 어느 부분에 대한 신뢰를 준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 등의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고,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는 이러한 신뢰가 강하게 보호받기는 어려운 경향이 있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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