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7] 마음에 안 드는 항만 이름, 소송으로 다퉈볼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7] 마음에 안 드는 항만 이름, 소송으로 다퉈볼 수 있을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6.03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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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신항 사건

<열일곱 번째 여행의 시작>

사람 뿐만 아니라 건물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대형 건물이나 기차역, 지하철역 등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의 이름은 꽤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특정 지역의 명칭을 딴 건물이나 역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과 인근 주민들간에 심각한 다툼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랜드마크나 역 같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명칭이 붙으면 좋을 것 같으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서로 이름을 붙이려고 합니다. 조금 꺼려하는 시설의 경우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은 부산과 창원에 걸쳐 새로 지어진 항만에 대해 부산항의 하위항으로서 ‘신항(영문명칭 : Busan New Port)’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경상남도의 주민들이 신항만은 경남 창원과 부산 등 두 지방자치단체에 건설 중인데도 부산신항으로 이름이 결정돼 경남 주민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고, 창원보다 거리가 먼 부산항의 하위 항으로 이름을 지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해양수산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인 ‘항만명칭결정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경남 주민들은 항만 이름을 바꿀 수 있었을까요?

 

<쟁점>

해양수산부장관의 항만 명칭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두23873 판결>

해양수산부장관의 항만 명칭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가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

따라서 경남 주민들의 해양수산부장관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결의 의의>

최근까지도 이어진 부산신항 관련 사건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이 사건 소는 싱겁게 끝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소가 제기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해양수산부장관이 ‘신항’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면서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경남 주민들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역시 1심 법원의 판결이 옳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경남 주민들이 이에 대해 상고를 하여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주된 쟁점인 ‘항만 명칭 변경을 법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명한 입장을 내렸습니다.

일단 법원이 행정소송법에 따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행정처분’이어야 합니다. 행정처분이 아니면 법원은 그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를 멈추고 소송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 소를 각하합니다.

그 범위에 대해 법조인들도 명확히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지 않은 개념인 행정처분에 대해 대법원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하므로,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 한편 어떤 행정청의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가는 그 행위의 성질, 효과 외에 행정소송 제도의 목적 또는 사법권에 의한 국민의 권리보호의 기능도 충분히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보자면 행정처분이기 위해서는 개별 국민에게 특정한 권리를 주거나 특별한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이 느끼기에 뭔가 좋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신에게도 이렇게 해달라고 신청하기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거나, 뭔가 불이익한 것 같은데 이걸 막을 특별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항만 명칭의 결정이 ‘행정처분’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해양수산부장관은 2005. 12. 19. 그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심의결과 이 사건 항만을 지정항만인 부산항의 하위항만으로 두되 무역항인 ‘부산항’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 항만의 공식명칭을 ‘신항(영문명칭 : Busan New Port)’으로 정하였다고 공표하였다. 이러한 해양수산부장관의 이 사건 항만 명칭결정으로 인하여 경남 주민들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이 변경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경남 주민들의 권리의무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이 생기지도 아니하므로, 해양수산부장관의 이 사건 항만 명칭결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열일곱 번째 여행을 마치며>

신항 인근에 살고 있는 진해 또는 창원 주민이라면 매일 보는 신항의 이름이 ‘부산신항’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신항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주민이라면 ‘진해신항’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또 전세계 사람들에게 그 이름이 알려져 명성이 쌓이면서 본인 사업의 명성과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행정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분’ 내지 ‘간접적인 영향’만을 이유로 할 수는 없고, 권리의무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항만을 비롯한 건물이나 시설의 ‘이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 다투기 어려운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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