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㉞ 때까치
청봉의 새이야기 ㉞ 때까치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0.06.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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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치 가족

4월의 이른 아침에 탐조대원들과 함께 남한강 강가 갯버들 숲속에 도착하였다. 춘분과 청명이 지났고 곡우를 기다리는 강가 숲속은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여 온갖 새생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작은 생태우주를 이루고 있다.

강가 숲속은 파릇파릇 새싹들과 봄꽃들이 피어나 봄 향기가 진하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멀지 않은 숲의 가장자리에 한 쌍의 때까치(영명 : Bull-headed Shrike / 학명 : Laniusbucephalus)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고 있다. 때까치는 1970년대까지는 시골마을 근처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결과 서식지가 크게 훼손되어 2000년경부터는 간간이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새가 되었다.

몸길이가 20cm에 불과한 작은 새, 때까치는 아직 눈도 뜨지 않고 속깃털도 돋지 않은 갓 부화된 새끼 다섯을 키우는데 깊은 정성과 진한 사랑을 다 쏟는 듯 했다.

예부터 때까치는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타협’이 개체와 종족보존을 위하여 유리하다는 자연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야생에서 천적들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먹이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사람과의 적절한 ‘관계타협’임을 유전인자(DNA)로 전래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때까치들은 주변 숲에서 제일 높은 나무의 가지 꼭대기에 앉는다
때까치들은 주변 숲에서 제일 높은 나무의 가지 꼭대기에 앉는다

본 작가는 어린 시절의 때까치에 대한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 외갓집 마을 어귀에 키가 큰 감나무가 있었다. 가을이면 때까치는 감나무 꼭대기에 메뚜기나 쥐를 사냥하여 꽂아놓고는 요란스럽게 울어대면서 자신의 사냥솜씨를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때까치와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서로 교감하고 공감의 폭을 넓혀갔다. 우리 선조들은 때까치들을 민화 속의 용감하고 깜직한 소재로 자주 등장 시키곤 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마을의 숲은 사라지고 때까치들의 서식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큰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무장하고 말로는 ‘야생조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새 사진의 촬영을 위하여 숲을 훼손하여 길을 내고, 새끼를 키우는 때까치 가족들의 모습을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때까치의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과감히 짤라 없애기도 한다.

때까치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사진사들의 생태파괴 행위
때까치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사진사들의 생태파괴 행위

때까치 둥지의 지붕역할을 하던 둥지위쪽의 나뭇가지가 잘린 후에는 어미 때까치는 자신의 날개를 펴서 새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하늘 높이 떠있는 황조롱이가 접근해오면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몸을 떨면서 ‘킥익키익키키’ 소리지르면서 새끼들을 감싸 안는다. 때까치들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고 정서적 감정기능까지 갖추고 있음을 가련한 한쌍의 때까치들의 눈빛으로 느낄 수 있었다.

때까치들도 정서적인 감정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때까치들도 정서적인 감정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암수의 때까치 한쌍은 새끼를 키우는데 사람 덕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사람 가까이 찾아왔지만,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는 잘려나갔고 새끼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 받는 처지가 되었다.

‘생태환경과 생명’의 귀중함을 말로만 외치는 환경운동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환경행동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때까치 가족들이 안녕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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