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신항(진해신항) 개발을 바라보는 어업인의 시선
제2신항(진해신항) 개발을 바라보는 어업인의 시선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6.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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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대로된 생계대책 꼭 넣어 달라”

[현대해양] 대규모 항만공사로 인해 진해지역에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업인들에게는 먹구름이 엄슴해오는 듯 하다. 그들은 이번엔 제대로된 생계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었다.

▲서컨부두 공사현장

출구없는 영세 어업인들

진해 충무동 속천항은 배후에 높은 아파트들과 상가들이 들어서 있어 도시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어촌마을이다. 진해수협위판장 부두에 정박중인 작은 어선에서 어업인 A씨가 키조개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A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키조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일본 수출도 잘 안 된다”며 힘든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걱정이 가장 크다고 했다.

‘단군이래 최대건설공사’로 불리던 부산항신항(제1신항) 개발이 지난 1997년부터 진행된데 이어 이제는 용원지구에서 진해만 안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추가 건설공사(제2신항; 진해신항)가 예정돼 있다. 부산항은 현재 세계 5~6위 수준으로 물동량이 치솟았고 그만큼 대형선박들의 입출항도 늘어나 규모의 확장이 불가피해졌다.

경남도는 지난해 5월 진해에 제2신항 입지를 확정하고 8월에 ‘제2차 신항만 건설기본계획’을 고시했다. 2040년까지 13조5,500억원이 투입돼 제덕만 부근에 21선석의 초대형 항만이 구축된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항만 규모만큼 많은 항만물류기업들이 유치되고 복합문화쇼핑몰 등도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허나 이런 지역의 경사가 A씨와 같은 어업인들을 울상 짓게 한다. 진해 어업인들의 진해 어업인들의 조업구역은 진해만 소쿠리섬 부근인데 신항이 이쪽으로 밀려들어오는 만큼 조업구역이 쪼그라들 예정이다. 대형선이 드나드는 항로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조업구역의 5% 이하로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식업뿐만 아니라 연안통발, 연안연승, 맨손 등 어선어업들도 조업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어업인 B씨는 “소쿠리섬 주변에 봄도다리, 전어, 문어 등이 잡힌다. 좁은 해역에 이중 삼중으로 통발이 겹쳐져 있는 상황이다”며, “1명 혹은 2명이서 하루벌어 하루 살아가는데 어업인 간에도 경쟁이 심하다”고 밝혔다.

진해수협 관할에만 700여척의 어선 중 70~80%가 2톤 미만의 연안어선이다. B씨는 이런 연안어선들이 진해만을 벗어나 거제도 부근까지 나가려면 연료비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연안어업 업종별로 부산과 공동조업구역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번번히 무산되고 오히려 부산 의창수협 어업인들이 서쪽 진해만쪽으로 넘어 갈 수 있으면 하고 바라는 상황이다.

낚시어선 어업인들도 한숨이 깊어졌다. 최근 국민 취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낚시어선이 진해수협 관내에 160여척이 있다. 이전에는 일반어선들이 휴어기 때 낚시어선으로 영업하곤 했지만 지금은 9.77톤의 대형배들이 주를 이룬다. 16년 동안 낚시어선 영업을 해온 신동호 선장 C씨는 “항만이 개발되면서 바다 물길이 바뀌고 이런 환경요인이 바뀌니 봄도다리가 상당히 줄었다”며, “진해만에서 잡히는 정착성 어종들이 시기가 됐는데도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고객들이 한두번 왔는데 안 잡히니까 점점 발길도 줄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2신항 조감도
▲제2신항 조감도

어업인들을 달랠 수 없었던 생계대책

어업인들은 어업 말고는 먹고 살 생계수단이 없다는 반응이다. 제1신항 건설과정에서 진해 폐업어업인 지원에 관한 ‘약정서’가 지난 2003년 최초 작성된 이후 2012년까지 4차례 재작성 됐다. 진해수협 소속 수도, 연도, 제덕, 남문 어촌계 401명의 어업인들은 어업권과 어선을 해양수산부에 반납해 개별적으로 1,000만원 내외 가량의 피해보상을 받았다. 대부분 영세한 어업인들은 영어자금 등 빚을 갚는데 돈을 사용했다.

다행히 어업인들의 생계대책을 위한 방안이 약정서 내 존재했다. 약정서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항만개발에서 발생된 준설토를 매립해 형성된 웅동지구의 면적 10% 정도인 약 3만 4,000여평을 이 어업인들에게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웅동지구 조성사업’을 통해 숙박시설 등이 구축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숙박시설 등을 영업하면서 생계를 해결할 계획이었는데 지금까지 웅동지구에는 36홀규모의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선 것 이외에는 주변 개발이 지연되면서 황무지로 방치돼 있다. 23년이 지나면서 지자체로 주인도 바뀌고 민간사업자들도 부도위기로 몰리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약속된 땅이 언제 어업인들에게 이전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약정서에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해 신항 관련업체 채용 건에 대한 약속도 명기돼 있었다. 하지만 항만물류기업에 직영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업체별 채용요건을 그대로 거쳐야 했고, 어업인들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대부분 하청업체 일자리, 아르바이트 위주였다. 피조개 양식업을 하는 어업인 A씨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자영업, 일용직을 하라는 것이 생계유지 대책인가.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어업인들은 창원시에 다시 어업면허를 취득해 또다시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씨도 한시적으로 면허를 받아 피조개양식장을 꾸리고 있었다.

키조개 하역
키조개 하역

실효성 있는 생계유지책 강구해 달라

어업인들은 진해수협, 의창수협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어업피해보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업인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해 12월부터 해양수산부, 경상남도, 진해수협, 의창수협, 부산항만공사, 창원시가 민간협의체를 결성해 제2신항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4번 열렸는데 문제는 어업인들 대표로 조합장만 들어가 있다는 것. 윤영모 수도어촌계장은 “어업인들과 제대로된 상의도 없이 민간협의체가 생기더니 현지의 어촌계장들은 배제돼 있어 제대로 피해가 반영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어업인들은 이전 약정서에 따른 어업피해보상이 현실과 맞지 않아 제대로된 어업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업피해보상에는 ‘간접보상’과 ‘소멸보상’이 있는데 제1신항 공사로 인한 어업권을 반납하지 않고 간접보상만 받은 어업인들은 앞으로 사라질 조업구역을 염려해 소멸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약정서 채결 이후 진해로 어업권을 가지고 새로이 들어온 어업인들도 소멸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정서에 2003년 1월 7일부터 진해에 전입한 어선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부관’이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피해보상 수행기관인 부산항만공사의 부산항건설사무소의 입장은 간접보상은 하되 어업면허 관련 소멸보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항건설사무소 관계자는 1997년 사업시행지 고시부터 어업 개개인별 어업피해보상이 진행됐으므로 이번 보상은 서컨테이너부두 건설공살로 인한 부유사 등이 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기준으로 간접보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어업피해보상에 업력이 있는 기술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집단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어업인들은 제1신항 계획 이후 진해신항은 신규공사라며 새로운 보상과 생계대책마련을 주장하고 있지만 특별법 등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현행법 상 관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진해신항 건설공사와 관련해 어업인들은 실질적인 먹거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윤영모 수도어촌계장은 “어업권이 소멸된 어촌마을을 위해 소규모항 관광지 등으로 조성하는 어촌뉴딜사업에 우선 지정하는 방안이나 제2신항 관련 항만업체 인력채용시 지역주민 2세들에게 우대조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도어촌계에서는 제1신항 개발과정에서 나온 보상금으로 복지센터를 구축하고 그곳을 활어회센터를 조성했다. 근처 카페 이용객들이나 낚시어선객들이 들렀다 간다. 수도어촌계 어업인들은 이들을 좀 더 오래 머물수 있도록 숙박시설이나 볼거리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 생계 걱정하지 않도록 제대로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는 어업인들의 한숨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어촌에서 바라본 진해만
수도어촌에서 바라본 진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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