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해양금융의 현황과 정책 방향
국내외 해양금융의 현황과 정책 방향
  • 이기환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 원장
  • 승인 2020.06.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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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한국해양대 교수
▲이기환 한국해양대 교수

[현대해양] 지난해 말 중국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수요를 하락시켜 세계 경제는 급락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의 ‘Dani Rodrick’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작은 정부를 지향했으나 앞으로는 큰 정부를 지향하게 되며, 그동안 세계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글로벌화를 진행했으나 신종 전염병의 감염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국가 간의 장벽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 그는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이미 1930년대의 대공황 못지않은 불황으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질병을 막기 위해 국경을 굳게 걸어 잠그면 교역의 감소 그리고 나아가서는 무역분쟁이 격화될 것이며 이는 세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교역량이 13~3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교역의 감소는 해상물동량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해운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해운업의 수익창출이 크게 줄어들 여지가 있다.

세계 경제의 하락에 따라 교역량의 축소 그리고 해상물동량의 감소는 우리나라 해운관련 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운기업의 경우 거대 자금을 투자하여 확보한 선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의 역할

경제발전과 금융의 관계에 대한 학자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눠지고 있는데, 첫 번째로는 금융이 경제발전을 유도한다는 것으로 슘페터와 골드스미스가 대표적 학자들이다. 이와는 달리 실물경제가 금융발전을 견인한다고 주장하는데 시카고대학의 루카스 교수가 대표적 학자이다. 첫 번째 견해에 따르면 금융은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는 채널로 ① 저축의 동원과 모집 ② 재화와 서비스 교환의 원활화 ③ 리스크 관리의 다변화 ④ 기업의 모니터링과 기업 지배권 행사 ⑤ 투자기회와 자본배분에 관한 정보 생산 등을 제시하고 있다(Levine, 2014).

그리고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은행중심의 간접금융 위주인지 아니면 자본시장중심의 직접금융 위주인지에 따라 산업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실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 한 예로 1990년대 말 ‘Black’와 ‘Gilson’ 교수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두 교수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투자하여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를 가진 즉 투자회수가 용이한 자본시장(나스닥)을 가진 미국이 정보통신,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발전하는 반면에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은행중심의 금융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첨단 산업의 발전이 미미하다는 점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자금조달은 2015년까지는 주로 은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하여 2019년에는 기업금융 총규모가 약 96조원인데 이 중 51조원은 은행대출로 나머지 45조는 회사채발행과 주식발행을 통해 조달되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기업금융은 은행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자본시장에도 상당히 기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정책당국이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금융의 확보를 위해 각종 육성 정책을 구사하여 코스닥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외 해양금융시장 현황

세계 해양금융의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생각된다. 글로벌 해양금융 규모를 다음의 두 표를 통해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표 1>은 세계에서 해운금융을 많이 다루는 상위 40개 은행의 해운대출 규모를 보여주는데, 2018년 말 기준으로 3,020억 달러로 보고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유럽은행의 비중이 줄어들고 아시아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을 통한 해운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표 2>에 보고되고 있는데, 많을 때는 연간 500억 달러에 달하고 적을 때는 100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 은행의 해운기업 대출이 BIS비율 제고 등으로 상당히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증가하기 보다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결국 해양금융시장의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그 만큼 해운계가 신규투자 등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래 표는 세계 해운기업의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연도별로 보여주고 있는데,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이 활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표 3>은 국내 신조 수주금액과 중고선 거래규모 등을 기준으로 추정해 본 국내 선박금융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클 때는 35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적을 때는 50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추정은 조선소가 해외 선사로부터 수주를 받는 금액이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실제로는 해외선사는 유럽 금융시장에서 많이 조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서 조달되는 해양금융 규모는 이러한 추정치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외 해양금융시장의 흐름을 간략히 정리하면 은행의 해운기업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은행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아시아는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금융의 60%는 은행의 대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채발행과 주식발행은 그 절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금융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해운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여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해운기업에 S&LB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캠코에서도 구조조정 자금을 통해 선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정책 당국은 코로나19으로 인하여 위기에 직면한 해운과 항공산업을 기간산업기금 지원 업종으로 지정하여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해운금융은 공공부문이 90% 이상 차지하고 민간금융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해운금융의 현황에서 앞으로 해운계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해운산업계와 정책당국이 같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하여 해결되어야 할 것은 해운업의 자생력 강화로 해운업을 매력화하는 것이다. 해운업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경영에 참여하여 우리 해운업의 경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하여 매력적인 수익을 창출하여 주주들에게 충분한 배당을 지급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많은 투자자들을 해운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금조달을 은행대출 위주에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기자본의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해운업은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많은 자본이 소요되어 해운기업의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자기자본의 비중을 높이는 재무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60~70% 수준으로 외환위기 때 400%에 비해 아주 크게 좋아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해운계도 자금조달 원천을 바꿔 매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한진해운의 파산에서 교훈을 찾아 재무상태가 취약한 해운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적기에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상업은행의 풍부한 자금이 해운계로 공급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반상업은행의 참여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 역할 증대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 확충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로는 프랑스 등 몇몇 국가에서 운용하고 있는 선박조세리스를 도입하여 고속감가상각에서 나오는 세제상의 혜택을 해운계에 제공하여 선박발주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책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대두되는 블록체인기술과 AI 등이 금융계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해운금융에서도 이러한 IT기반의 금융기법을 통해 자금조달의 비용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IT와 금융을 접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인재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해운계에서 일어나는 인수합병에 대응한 금융지원책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자원이 빈약한 국가로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온 나라로 앞으로도 해상운송의 역할은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도 최근에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 금융지원 등을 비롯해 많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해운업이 늘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기보다는 그리스 해운업처럼 뛰어난 성과를 내며 국제 해운시장을 주도하며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해운계 스스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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