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료 먹인 고기가 더 잘 팔리는데 배합사료 의무화 가능할까?
생사료 먹인 고기가 더 잘 팔리는데 배합사료 의무화 가능할까?
  • 정상원 기자 hdhy@hdhy.co.kr
  • 승인 2020.06.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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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직불제 시행에 이목 집중

[현대해양] 2022년부터 광어(넙치) 양식장 배합사료 사용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전 양식품목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양식용 배합사료 사용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또 오는 8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양식산업발전법’은 환경관리를 위해 생사료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합사료 의무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양식어업인들은 여전히 생사료를 선호하고 있다. 주로 생사료를 사용하는 광어 양식어가 이외에 우럭, 돔류를 양식하는 어업인들도 생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양식어가들만 생사료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중도매인 역시 생사료로 먹인 어류를 더 비싼 값으로 수매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배합사료를 사용해 양식하는 어업인들만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자 과연 정부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생사료, 선호도 압승

과거부터 어업인들이 생사료를 선호해 왔던 가장 큰 이유는 생사료를 이용해 어류를 양식하는 것이 배합사료를 사용할 때 보다 사료 효율이 좋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윤수 한국광어양식연합회장은 “생사료를 사용해 광어를 양식할 경우 배합사료를 사용했을 때 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출하시기를 앞당겨 양식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양식어가들은 생사료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송정헌 부경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어류 양식업에 있어서 생사료와 배합사료 급이방식의 경영성과 비교분석’ 논문에 따르면 배합사료와 생사료 급이에 따라 광어의 성장률은 달라지며, 생사료가 배합사료보다 성장이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양식 어업인들이 생사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단적으로 사료의 가격만 보더라도 큰 차이가 난다. 생사료의 경우 kg당 500원, 배합사료는 kg당 1,800원~ 2,500원 꼴이다. 크게는 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에도 양식어가들은 생사료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우럭양식 어가도 여전히 생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배합사료만으로는 적정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의 우럭을 양식할 수 없어 생사료와 배합사료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안우럭양식영어조합법인 관계자는 “전면 생사료를 사용해 우럭을 양식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생사료와 배합사료를 병행해 양식하고 있다. 생사료의 장점 때문에 전면 배합사료로의 전환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중도매인, “어류 품질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양식어가 뿐 아니라 어류를 수매하는 중도매인들도 생사료로 양식된 어류를 더 선호하고 있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중도매인협의회 관계자는 “어떤 어종이든지 생선의 맛은 지방 함량에 따라 좌우된다. 소비자들이 맛 좋은 광어를 선호하기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생사료를 먹인 광어를 비싼 값을 주고라도 수매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와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과에서 발표한 ‘단백질 및 지질함량이 다른 배합사료와 생사료로 사육한 넙치의 육질평가’ 논문에 따르면 공급된 사료에 따라 넙치육 지방산 조성은 크게 달라진다. 실험 결과 생사료로 사육된 넙치가 실험용 배합사료로 사육된 넙치보다 지방 조직이 두껍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중도매인협의회 관계자는 “생사료를 먹여 양식한 어류 중에서도 살집이 좋은 생선만 선별돼 수매되는데, 배합사료를 사용해 양식하면 생사료로 양식된 어류에 비해 비만도가 낮아 경쟁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도매인들은 생사료를 먹여 양식한 광어를 배합사료로 양식한 광어보다 kg당 500~1,000원정도 비싸게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료에 따라 어류의 체색도 달라지기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배합사료로 양식된 어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찬환 한국양어사료협회장은 “배합사료를 사용해 양식할 경우 생사료를 급이한 광어보다 체색이 짙거나 어두운 경향이 있다. 품질에는 영향이 없지만 유통업체에서는 이에 대해 계속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A사료업체 관계자는 배합사료가 급이된 양식 광어와 질병에 걸린 광어의 체색이 비슷해 유통업자들이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배합사료로 양식된 광어의 체색은 청록빛을 띄는데, 어류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인 연쇄증구균병이 발병된 광어 역시 청록빛을 띈다”며 “이 때문에 양식업자들은 배합사료를 먹인 광어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돔류를 취급하는 중도매인들도 생사료로 양식된 어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해해수어류양식수협 관계자는 “참돔의 경우 체색을 좋게 하기 위해 곤쟁이가 생사료로 급이된다. 체색이 좋아야 상품성이 좋게 평가되다 보니 어가들은 생사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배합사료로 양식된 광어는 생사료로 양식된 광어에 비해 품질 저하 속도가 빨라 기피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만식 제주활어유통연합회 회장은 “광어 수요가 많을 때는 어떤 사료로 양식됐는지에 관계없이 모든 광어가 비슷한 가격으로 수매됐다. 그러나 광어 수요가 급감한 현재에는 물량 적체의 우려로 품질 저하 속도가 빠른 배합사료 양식 광어는 기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신선한 품질의 상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생사료로 양식된 광어를 더 비싼 값으로 수매하게 되는 것”이라며 중도매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정부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식어가들은 생사료를 선호하고 있다.
정부의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식어가들은 생사료를 선호하고 있다.

2022년까지 ‘배합사료 의무화’...가능할까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양식어가들은 이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이윤수 한국광어양식연합회장은 “몇 년 전부터 해양수산부에서는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 방안만 발표하고 제대로 된 사료는 개발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은 2004년부터 몇 차례 발표된 적 있다. 하지만 늘 이행시기에 도달하면 생사료를 선호하는 어업인들의 반발로 대책은 무산됐다. 이 회장은 “제대로된 사료만 개발하면 이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사료개발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B양식장 대표는 “해양수산부에서는 어민들에게 환경을 위해 배합사료를 사용하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어민들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다”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법안을 공포했다. 2021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공익직불제 법안에는 친환경 수산물 생산을 지원하는 직불제도도 포함돼있다. 이는 배합사료를 사용해 친환경 양식을 이행하는 양식어가에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직불제로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어가를 지원하고 양식산업발전법으로 양식용 배합사료 의무화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명래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사무관은 “10여 년 전부터 배합사료 지원정책이 진행됐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료 품질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향상했고 현재는 생사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생산효율을 보이는 배합사료를 개발했다”라며 “생사료에 비해 가격이 높은 단점은 있지만 앞으로 시행될 친환경 직불제로 양식어가를 지원하며 배합사료 전면 의무화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되는 친환경 직불제 예산으로 300억 원을 확보할 구상이다. 박 사무관은 “예산이 확보되면 오는 2021년부터 친환경 직불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양식어가에 지원을 시작하고, 2022년까지는 광어 배합사료 의무화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합사료 활성화에 참여하는 양식어가에게는 생사료와 배합사료와의 차액과 성장률 차이로 발생하는 출하지연 손해액에 달하는 금액을 전면 직불금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04년 정부에서 발표한 친환경 배합사료 지원사업이 도입된지 16년이 지났지만 양식어가와 중도매인들은 여전히 생사료를 고집하고 있다.

친환경 직불제의 실행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생사료를 사용해온 양식어가가 배합사료를 사용할 경우 양식 경영에 적합한 이윤을 남길 수 있을지 수산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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