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성 해법 못 찾는 ‘해상풍력발전’
수용성 해법 못 찾는 ‘해상풍력발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6.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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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개발 중단 목소리
▲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현대해양] 국내 해상풍력발전사업들이 허가만 있지 수용성 문제를 넘지 못해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곳이 다반사다. 사업자들이 주민 반대의 벽을 넘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사수하기 위해 어업인들도 더욱 의기투합하며 결집하고 있다.

 

이제 고작 1% 달성

지난 2017년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24기를 18기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20%(63.8GW)까지 확대시킨다는 ‘재생에너지3020’ 계획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의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그린뉴딜’을 필두로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행법(재생에너지 촉진법) 상 재생에너지는 태양에너지, 폐기물, 바이오, 지열, 수력 해양 등이 있는데 가장 큰 에너지원은 태양광과 해상풍력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민간투자자들의 활발한 투자로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안착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은 지난 2018년 2GW(2,265MW)대를 넘어서면서 재생에너지발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전 1기가 평균 1,000MW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원전 2~3기 정도만큼 태양광발전단지가 구축된 것이다.

이에 반해 해상풍력원은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앞으로 새만금지구나 강원도 산악지대의 육상풍력발전계획 이외에는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해상풍력의 경우 2010년 들어서면서부터 SK E&S(신안), 포스코에너지(신안), SK건설(울산), GS건설(여수) 등 대기업들과 발전사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SPC)들이 해마다 수십에서 수백MW급 발전허가를 취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하는 발전용량은 현재까지 124MW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정책은 해상풍력 비중을 2030년까지 12GW대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인데 현재까지 고작 1% 달성한 셈이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이렇게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해상풍력발전이 타당성 검증이 안 된데 다 조업구역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어업인들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의 해양환경영향 및 피해조사를 위해 2018년 법제연구원, 2019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조사·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어업인들은 해상풍력발전으로 인해 건설공사시 부유사가 생태계를 교란하고, 발전기에서 나오는 ‘쌩’하는 소음과 전자파가 어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업인들은 난데없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10~20년씩 독점적으로 쓰겠다는 이들을 달갑게 수용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어업 약세인 데서 기지개 켜는 해상풍력

이 가운데 최근 해상풍력이 태양광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면서 주목되다. 현재 국내 10기 이상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는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30MW 규모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와 서남해해상풍력단지의 60MW 실증단지뿐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주민들이 맨손, 나잠어업을 하는 어업인으로 구성돼 비교적 저항이 약해서였던지 지난 2015년 착공해 상업운행까지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 반면 지난 2011년부터 2.4GW 단지 조성을 목표로 시작된 서남해해상풍력단지는 그간 군산, 부안, 고창 어업인들이 크고 작은 반대시위로 진전이 안 되다 지난해 12월에야 겨우 실증단지가 구축됐다.

이 가운데 최근 찬성표를 던지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전북도에서 주관하는 민간협의체에서 어업인들이 시범단계(400MW), 확산단계(2.4GW)까지의 사업추진을 동의하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어업인들이 해상풍력발전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업세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고창의 경우 등록어선만 183척에 위판장도 없을 정도로 수산 기반이 미비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연안구역에 발전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근해구역으로 멀리 나가 조업을 하게 해달라는 연안어업인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관해 전북도 신재생에너지과 관계자는 “연안어업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부의 결정도 필요한 사항인만큼 다각도로 공동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전북 어업인 해상풍력 저지 궐기대회 장면
▲지난 2018년 전북도청 앞 어업인 해상풍력 저지 궐기대회 장면

대부분 수용성문제 해법 안갯속

서남해해상풍력단지 이외 추진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사업들은 지역주민들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에 제주의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가 실증단계에 첫발을 내딛을 뻔 하다 미끄러졌다. 지난 4월 29일 제주 도의회 상임위까지 통과했던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의 시범지구 지정 건이 본의회에서 부결됐다. 해상풍력발전사업은 기존에 존재하던 사업이 아니므로 우선적으로 지자체에서 ‘시범지구’로 확정돼야 하고 지구지정(고시) 이후 환경영향평가, 개발사업시행승인을 거쳐야만 착공에 들어 갈 수 있다. 제주도 의회 역사상 상임위 안건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만큼 주민들은 이 해상풍력발전을 끝까지 저지했다.

지난 2010년부터 추진중인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는 남부발전을 대표로 한 대정해상풍력발전(주)이 서귀포 대정읍 일대에서 1.5km 떨어진 공유수면(5.46km² 규모)에 100MW 규모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약 5,7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로 연안에 5MW급 발전기 18기를 설치한다는 구상인데 사업자들은 특별지원금 75억원에다 매년 3,0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지역민들을 협상태이블로 불러들였다.

이에 사업을 통해 어촌계 복지 등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돌기도 했다. 이 지역 어업인들은 근해어선이 5척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은 연안어선 200여척으로 생계를 영위하는데 자리돔, 방어 등 어족자원이 감소하고 소득도 줄고 있어서 선주협회에서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대정해상풍력발전(주) 관계자는 “통항로를 어떻게 안전하게 구축할지 외부용역을 진행했다”며, “발전단지가 구축되면 안전구조물을 설치할 것이며, 통항에 따른 사고피해를 모두 책임지겠다고 선주협회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잠어업하는 해녀들도 소라자원이 감소세에 있어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 측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모슬포수협은 사업자 측 용역자료가 아닌 투명하고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지역(동일 1리) 청년회는 반대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도의회에 수시로 방문했다. 주로 학부모들이 전자파로 인한 아동·청소년들의 뇌발달 저하를 우려했으며, 환경단체들은 제주 연안에 사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을 저지했다.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보성, 안성, 인성리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대정해상풍력발전(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주사 입장을 반영중에 있으며. 시간을 두고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모슬포항
▲모슬포항

제주에서만 대정지역을 비롯해 한림(100MW), 월정·행원(125MW), 한동·평대(105MW)에 5,000~6,000억원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계획중이다. 사업자들은 발전단지 건설로 1조1,000억원의 생산효과 및 3,300여명의 고용창출이 유발된다고 소개한다. 게다가 발전사업 배당이익의 최고 17.5%까지 제주도에 기부하겠다며 주민들에게 호감을 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사업은 주민수용성 벽을 넘지 못하고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편, 풍력원만 있으면 되는 사업이기에 어업, 항로, 항만 등이 밀집해 있는 연안이 아닌 더 먼 바다로 나가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부유식(Floating) 해상풍력도 동해에서 시도되고 있다. 울산시는 수심이 40m 이상에다 연중 풍속도 일정한 배타적 경제수역(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동쪽 60여km 해상)에 2030년까지 1GW급을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에서 5MW급 국산 대형발전기를 실용화하려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슈리포트(2019.7)에 따르면 보면 부유식해상풍력은 MW당 투자비는 육상풍력 대비 2배 이상에 고정식 해상풍력 대비 1.5배 이상 높게 나온다. 또한, 운영비도 육상대비 2배 이상, 고정식 해상풍력 대비 1.5배 이상 높게 발생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설치된 해상풍력 발전기가 바닥고정(Fixed bottom)식 설비여서 국내 부유식발전기 기술축적이 미흡한 상황인데 이 상태에서 사업화를 추진하게 되면 국부유출 및 기술종속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뿐만아니라 비교적 어업인들의 민원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던 이 구역에도 오징어, 문어, 가자미 등 어류자원이 상당해 어업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간을 나눠 달라면 안 되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육지에서 산업, 주택, 농업지구 등으로 명확하게 용도를 정해주는 토지공간계획과 같은 규정이 있다면 제도적으로 이와 같은 불협화음을 줄일 수 있다. 이에 ‘해양공간계획’에 주민들과 사업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해상풍력 같은 해양에너지뿐 아니라 수산, 관광, 안보 등 바다의 다양한 활용들로인해 이용주체 간 마찰, 난개발 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해양공간을 계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난 2018년 ‘해양공간계획법’ 제정하고, 2019년에‘해양공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별로 확정되는 해양공간관리계획은 바다를 어업활동·보호, 항만·항행, 해양관광, 애너지개발 등 9개 용도구역으로 구분한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부산권역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에 대해 해양공간관리계획을 확정하고 현재는 해양수산부가 경남도, 경기도, 인천시, 전남도, 제주도, 울산시와 협의해 해양공간관리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도가 해상풍력입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게끔 해양공간관리계획에 관여하고 있어 어업인들이 성토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는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 기치를 펴고 전남도 내 8.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남도는 12만개 고용 창출효과가 유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사업을 ‘전남형 상생일자리 선도모델’로 삼고 있다.

우선 전남도는 신안군, 한국전력공사, 전남개발공사와 신안 임자도 30km 해상에 3GW 실증단지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남도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신안 해역 발전허가 건은 현재 900MW정도 받은 상황이고, 나머지 해역의 발전허가나 해역에 대한 공유수면사용허가도 나오지 않았다. 최소 6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해양환경공단컨소시엄’ 주관으로 지난해 말 전남도 해양공간관리계획 초안이 작성된 상황이다. 이달 수산, 관광, 항만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협의체가 두세차례 열려 검토되고 이후 공청회를 거쳐 해양수산부가 확정하면 전남도 도지사가 연내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최종 수립·공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영광군수협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남도청에서 열린 해양공간관리계획 초안에 대한 설명회에서 ‘어로활동·보호구역’과 전남도가 해상풍력단지를 추진하려는 구역이 상당치 겹쳐져 있었는데 해양환경공단컨소시엄에서는 신안 임자도 구역을 어업이 활발한 곳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서남해역은 김, 전복, 미역, 해삼 등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 가운데 전남도가 해당 구역들을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공간관리계획은 구속력 효력이 있기 때문에 최근 전기위원회에서도 부산해상풍력발전(주)은 부산시 해양공간관리계획과 상충 여부를 부산시와 확인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 1월 확정된 부산시 해양공간관리계획에는 현재 부산시 해운대구와 기장군 앞 바다가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 발전사업자들 또한,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과정에서 지난해까지 이 해역에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조성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지역협의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어업활동 가치가 더 크다며 해양공간관리계획에서 배제됐던 선례가 있다.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어업인의 주장을 담은 전단지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어업인의 주장을 담은 전단지

이렇듯 한번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정해지면 해상풍력발전을 위해 해양공간관리계획상 용도변경 등을 다시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해야 하므로 전남도는 처음부터 에너지개발구역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를 해 왔다. 지난달 29일에는 김영록 전남 도지사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전남형 상생일자리 기반 마련을 위한 신안군 해상풍력 발전단지 일원을 ‘해양공간관리계획에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직접 건의한 바 있다.

이러한 전남도의 움직임에 어업인들이 결집한 상황이다. 서재창 영광군수협 조합장은 “해상풍력 68%가 전남에 계획됐는데,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이 수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영향조사나 어업인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해 해상풍력실증단지 사례를 통해 추산하면 여의도 면적(2.9㎢)의 약 660배 넓이의 조업구역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지난 4월 전남 영광, 신안, 목포 어업인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양공간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4000명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탄원서를 전남도에 제출했다.

 

해상풍력에 선진국도 '태클'

우리나라는 지자체와 사업자들이 해상풍력을 관철하기 위해 다각도로 돌파구를 찾아 보려는 태세와는 달리 이미 해상풍력을 풍부하게 갖춘 유럽의 국가에서는 지금까지의 해상풍력 개발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유럽 내 8만 어업인을 회원으로 둔 유럽어업인연합(Europeche)은 지난 1월 22일 ‘수산과 해상풍력 공존할 수 있는가?(Can fisheries and offshore wind farm coexist?)’를 주제로 유럽의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어업인들은 우리나라 어업인들과 유사하게 해저케이블, 기반시설 등의 공사로 인해 결국 해양생물 서식지가 파고 되고, 완공된 단지 해역에서는 어로활동이 축소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엠덴 해역의 경우 풍력설비 인근 3해리(약 4.83km)와 송전선로 주변 1마일(1.61km)에 해당하는 구역에 접근이 금지됐다.

선진국에서도 어업인들의 수용성 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추세를 반영한 듯 전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국내외 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자료(이슈리포트 2019.10)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량이 태양광 100GW, 해상풍력은 고작 4.5GW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주민수용성 저해 여부에 대해 엄격하다. 최근 전기위원회(4월 24일)는 부산해상풍력발전(주), 여수삼산해상풍력(주) 등이 지역수용성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발전허가 심의를 보류했다.

주민수용성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해상풍력발전이 진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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