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넘어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코로나19를 넘어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 장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 승인 2020.06.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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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일상이 된 코로나

올해는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 사례가 보고된 이후 초기에는 중국과 한국, 태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2월말부터는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역대 세 번째로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5월 19일 현재까지 코로나19에 의한 전 세계 확진자는 470만 명, 사망자는 3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불확실하다.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교(SUTD) 연구진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12월에나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공개된 정보의 정확성, 백신과 치료제 개발 시기, 제2차 대유행 발생 여부에 따라 예측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5월 12일에 종식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으로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 한 마디로 올 한해는 인간과 코로나가 공존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이전(BC)과 이후(AC)

코로나19는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4일에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측했고, 국제연합(UN)은 5월 13일에 IMF보다도 낮은 –3.2%로 예측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월 29일에 세계 노동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6억 명이 생계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감소함에 따라 L자형의 장기침체마저 예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는 경기침체와 아울러 사회경제 구조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 안전망 약화와 빈부격차 심화, 글로벌 공급망과 분업체계 재편, 안전 및 위생 규제 강화, 책임론 공방에 따른 외교 및 무역 갈등, 국제기구의 역할 약화 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경제전반의 비대면화(Untact)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완전히 다를 것(Before Corona, After Corona : BCAC)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올 해양수산 분야의 변화

해양수산 분야 역시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교역량이 UN은 14.6%, 세계무역기구(WTO)는 최대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화물의 주요 이동수단인 해운과 이동거점인 항만의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각국이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제한함에 따라 수산물 생산과 소비, 크루즈를 비롯한 해양관광 수요 역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Door to Door 원스톱 서비스 수요 증가로 해운과 항만, 내륙물류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리쇼어링(reshoring)과 국외 전자상거래 증가로 항만과 항만배후단지의 기능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다품종, 소량, 다빈도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풀필먼트(fulfillment)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물류서비스가 증가하고, 가정간편식(HMR)과 신선식품 수요 증가에 따른 콜드체인(cold chain)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양수산 전반에 걸쳐 기업 간 인수합병과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디지털 인력의 수요 증가가 동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대비한 오션뉴딜(Ocean New Deal)

코로나19로 촉발된 물동량 감소와 수산물 소비 위축, 해양관광 수요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길지 않은 시간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촉발된 구조적인 변화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장기적인 전략 하에 적응 또는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의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네 가지 측면의 오션뉴딜(Ocean New Deal)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 경쟁력을 선도할 ‘디지털 뉴딜’이다. 아쿠아팜 4.0, 수산물 온라인거래 플랫폼 등 스마트수산 기반을 구축하고, 블록체인, 머신러닝 등을 융합한 해운물류 및 항만의 스마트화가 필요하다. 선원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AR과 VR을 활용한 해양관광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자 해양수산부가 작년에 마련한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친환경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그린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수소 개발, 친환경선박 기술 및 산업생태계 조성, 갯벌 복원, 그린 연안정비, 해양쓰레기 및 미세먼지 저감 등이 포함된다. 셋째,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뉴딜’이다. 현재 추진하거나 준비 중인 항만 개발 또는 재개발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고, 노후 항만 및 수산시설 정비와 어촌뉴딜 사업의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 즉 경기부양효과가 큰 SOC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휴먼 뉴딜’이다. 재해 제로의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해양수산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해양수산 분야의 코로나19 방역 매뉴얼을 국제표준화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으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이제는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온 국민이 합심해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 해양수산 분야도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늘 도전을 이겨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코로나19 정국 속에 거제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을 개최해 해운재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로나19를 넘어 글로벌 해양강국을 실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 번 우리 해양수산인의 저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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