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포스코 너마저...” 대기업 물류자회사 적폐 어땠길래
해운업계 “포스코 너마저...” 대기업 물류자회사 적폐 어땠길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5.09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류업 진출로 시장 왜곡 심화 우려
(사진=포스코)

[현대해양] 삼성, LG 등 국내 8개 대기업 물류자회사 대열에 포스코가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합류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해운업계가 성토하고 있다.

8일 포스코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물류자회사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당장 해운업계는 그간 포스코와 선사간 직접 계약하던 과정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자회사가 수수료를 떼어가게 돼 운임이 그만큼 낮아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신설 자회사가 기존 선사들과의 거래 형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의 자회사들의 분산된 원료수송 및 물류업무 계약관리 기능을 일원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한다는데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운·운송업과 같이 모기업의 화물을 직접 운송하는 업계에 진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2019년 기준 물류비 규모가 매출액 대비 약 11%인 6조6,700억원 가량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미 독점적 우위에서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발상이 그마저 남아있는 포스코 일감마저 가져가겠다는 것을 염두해둔 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간 물류자회사의 시장왜곡과 갑질횡포에 진저리가 나는 해운업계에서는 포스코도 타 물류자회사의 전처를 따를 것이라는 불신하는 눈초리다.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2자물류사들은 정부의 비호 하에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 정부는 2011년부터 ‘한국판 DHL’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포하고 물류기업들의 지원을 강화했다. 당시 국토해양부(장관 권도엽)의 목표는 2020년까지 글로벌 Top 10 물류기업 내 우리기업을 안착시키는 것이었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선정 및 육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선정된 물류기업은 모든 정책적 지원 혜택을 아낌없이 받아 왔다. 현대글로비스,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틱, 판토스, CJ대한통운 대기업 물류자회사 등이 수혜를 입었다. 해운업계는 현재 이와 같은 국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수출 화물의 80% 이상을 쥐락펴락하며 시장 생태계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중소 화주에 대해 그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의 경우에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잡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 소극적인 시장확대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갑질횡포가 시장 내 팽배해진지 오래다. 대기업의 물량을 처리하는 2자물류사에 비협조적인 선사는 2~5년간 입찰참여가 제한되며, 계약체결 후도 빈번하게 재협상을 진행하는 물류자회사들은 그 과정에서 타 외국선사와 비교하며 선사를 압박해 운임을 인하하는 사례도 있다. 아울러, 보통 운임만 명시하고 물량, 운송기간 등 계약 내용은 수시로 변경하거나 할증료 전체를 운임에 포함시키는 총비용 입찰을 강요하는 사례도 대표적인 물류자회사의 갑질횡포다.

▲광양 포스코 부두(사진 = 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 포스코 부두(사진 = 여수광양항만공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단순 물류주선업을 금지하고,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불공정 거래행위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 질서는 답보 상태다.

한편, 포스코가 올 초부터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후문에 해운업계가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청와대, 정부, 국회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며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지난 7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 성명을 내면서 “포스코는 물류비용 절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비용 절감은 곧 차별과 착취, 노동환경 악화를 수반해 가뜩이나 열악한 선원들의 고용환경과 일터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8일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관련 중소기업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중소기업들을 궁지로 모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