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방역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방역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5.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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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방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수산생물에 대한 방역도 예외가 아니다.

연초에 해양수산부는 검역, 방역 등 분산되어 있는 수산생물질병관리 업무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산생물 검역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에서, 방역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서 담당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검역업무를 맡던 수품원에 방역 업무까지 맡기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수품원의 기능이 막강해질 전망이다. 반면에 수품원에서 운영하던 OIE(세계동물보건기구) 표준실험실을 수과원으로 옮기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수품원이 방역 업무를 하게 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다. 앞서 수과원의 반발도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수과원의 반발이 아니라 수품원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 가장 먼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수품원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퇴직자 K씨는 수품원이 방역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예를 들며 방역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의, 협조가 필요한데 1차 기관도 지자체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데 3차 기관이 원만하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개정 수산생물질병 관리법에서는 “수산생물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및 특별자치도지사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질병관리본부장은 차관급이고, 수품원장은 국장급이다.

또한 대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기존에 하던 원산지 관리 또한 내부 역량 부족으로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다른 수품원 관계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수품원이 인력 30명을 보강한 뒤 원산지관리과를 만들고 지방 지원에 기동단속팀을 둔다고 하는데 과연 그만한 역량이 되겠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한 가지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표준실험실 이관문제다. 수품원은 2018년 5월 바이러스성출혈성패혈증(VHS)에 대해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두번째로 ‘OIE 국제표준실험실(Reference Laboratory)’ 지위를 획득했다. OIE 표준실험실은 전임 수품원장이 수과원에 설치해야 한다는 고위 관료와 맞서 퇴직까지 감수하며 어렵게 유치한 것이다. 이런 히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제기구가 지정한 실험실을 임의대로 옮기겠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OIE 표준실험실 유치에 깊게 관여한 한 관계자는 국제기구가 수품원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승인한 것이기에 우리가 옮기고 싶다고 옮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수품원장이 나서서 반대해야 하는데 수품원장은 왜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지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품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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