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안 나는데 중국어선까지...먹구름 드리운 연평도
꽃게 안 나는데 중국어선까지...먹구름 드리운 연평도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5.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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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소비위축 ‘긴장감’, 기량 발휘하는 SM해경함정

[현대해양] 서해5도 바다에 봄 꽃게 조업철이 다가왔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어획량과 중국발 불청객들로 인해 연평도 어업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악재 딛고 조업준비 했지만

4월 중순 찾은 연평도 선착장에서 외국인선원들이 수산물들을 양륙하고 있었다. 베트남선원 A씨는 “베트남에서도 2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가 위험하긴 해도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끊겨 한국에 일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선착장에서 그물을 내리고 있던 어업인 B씨는 “3월부터 항공편이 막히면서 6월 금어기까지 지속돼 외국인선원이 돌아오지 못할까 전전긍긍했었는데 대부분 선원들이 돌아와 주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선원수급 차질로 봄철 꽃게 조업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연평도에는 올초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평도에는 40여척이 꽃게자망 어선이 있는데 톤수별로 다르지만 척당 70~80%가 외국인선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선원들은 경조사 등을 보장해줘야 하고 수시로 연평도를 벗어나 그만큼 조업 가능일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외국인선원들은 오직 돈을 모으겠다는 집념이 강해서인지 섬에 고립돼도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선원일을 해줘 어업인들은 외국인선원을 더 선호한다.

이렇듯 코로나 악재에도 꽃게잡이 준비를 끝냈지만 조업에 나갔던 어업인들은 꽃게가 씨가 말랐다며 반응이 썩 좋지 않다. 올해 전망은 좋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4월초 연평해역의 월동기 표층수온은 전년 대비 0.8℃ 높았고, 서해 중부해역 꽃게 주서식층인 저층수온도 8℃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꽃게 어획량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장의 어업인들은 기온 때문인지 어획량이 예전만치 못하다는 반응이다.

조업을 끝내고 선착장으로 입항해 불가사리만 잔뜩 육상에 내리던 어선주 C씨는 “연평어장에 떠 있는 어획운반선에 꽃게를 옮겨 주고 입항했다. 꽃게 씨가 마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꽃게량 집계는 안 됐지만 4월 이맘때면 좀 나와야 하는데 어획량이 많지 않다. 이와 같은 시그널이 나오면서 연평도 어업인들이 선박운항을 멈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불청객, 중국어선

생산은 부진한데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의 지갑이 닫히는 바람에 수요도 덩달아 줄고 있어 어업인들의 불안감이 높아 지고 있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어업인들은 1~2월 비수기를 끝내고 통상 가을 꽃게보다 값비싼 봄 꽃게 덕을 보려고 했지만 코로나 사달이 나면서 제철음식을 사먹는 수요가 줄어 어업인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불청객이 찾아와 어업인들은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어업인들은 이날도 30~40여척의 중국어선들이 NLL(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조업 중이라고 했다.

산업화와 남획으로 황폐화된 자국 어장을 벗어난 중국어선들이 한중중간수역이 있는 EEZ(배타적 경제수역)에는 물론, NLL 해역, 어족자원관리가 잘 돼 상대적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한 우리 해역으로 발을 들이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은 통상 쌍끌이 방식으로 꽃게 등 수산물을 남획해 근처 어획물운반선으로 중국에 실어 나르면서 3~4개월간 우리 해역의 어족자원을 쓸어 간다. 더욱이 오랫동안 귀국하지 않는 그들은 서슴없이 그물을 훔쳐가는 등 우리 어업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는 원흉이다.

연평어장을 포함한 서해5도 해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 상에 위치해 있다. 불과 몇 십 km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북한군이 배치돼 조업질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반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태세다. 우리나라 어선들은 연료비 등 비용을 감안해 NLL까지 접근하지 않지만 방심할 순 없다. 연평도 서해5도특별경비단 소속 김영만 진압대장(경위)은 “중국어선이 분란을 일으키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 5분에서 10분 사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며, “어업인들이 지금 답답한 마음에 혹여나 NLL 근처까지 북상하는 등 조업구역을 이탈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며 우려했다.

▲SM정 해경대원들
▲SM정 해경대원들

 

해경 신형 SM함정 활약상

선착장 근처에 군함과 같은 회색빛에 선수가 거북선과 같이 철갑으로 무장된 독특한 형태의 해경함정이 계류돼 있다. 지난 1월부터 연평도에서 운항되고 있는 이 함정은 전진배치 및 야간 매복작전의 목적에 맞게 건조된 서해5도특별경비단 소속 중형특수기동정 ‘SM’정이다.

SM정의 선체는 알루미늄 합금의 가벼운 재질이어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존 소형방탄정이 길이 11m, 최대속력 35노트였던데 비해 SM정은 길이 24.7m에 워터젯 2기와 1,800마력의 디젤엔진 2기가 장착돼 최대 40노트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고 300마일 이상 항속할 수 있다.

선상에 K-6 1정, M-60 2정이 탑재됐는데 실전에서는 대부분 물대포로 퇴거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어선발 코로나19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여지가 커 퇴거 작전에 집중하고 있다. 김운민 경장은 “해상에서 SM정이 전진배치해 있으면 시각적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애초에 우리 해역에 진입하려는 중국어선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밝혔다. SM정은 올해 4월 10일까지 1척 나포, 264건의 퇴거, 8건의 차단 실적을 냈다

한편, 연평도의 서해5도특별경비단 소속 해경은 어업인들의 손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어선 퇴거 본연의 임무뿐만 아니라 긴급응급환자후송 및 각종 해양사고시 침몰, 전복, 화재, 기관고장 등의 긴급상황 대응에도 언제나 해경들의 손길이 닿고 있다.

▲ 윤태연 서해5도특별경비단 단장(총경)
▲ 윤태연 서해5도특별경비단 단장(총경)

 

변모하는 중국어선에 맞서 전술강화

2000년대부터 불법 중국어선단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선장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우리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중국어업인이 사망하면서 외교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차츰 줄어드는가 싶더니 2014년 해경 해체 이후 중국어선이 다시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2017년 서해5도 해역 중국어선 대응을 전담할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출범했다.

인천항에 소재한 서해5도특별경비단은 이제 출범 4주년을 맞이했다. 윤태연 단장(총경)은 단장은 “2017년 창단이후 서특단이 중국어선 6,500여 척을 퇴거·차단했는데 평균 불법어획물이 22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400여억원의 피해액을 막은 셈이다”고 밝혔다.

점점 진화하는 중국어선들의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서해5도특별경비단도 전술을 지속 연구중이다. 창설 이후에 흡입구 차단장비, 입구 차단장비, 조타실 개방장비, 다목적 도끼, 전술용 소통 조준기 및 총상 처치 키트 등을 개발해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윤 단장은 “앞으로 전술방향은 애초에 중국어선이 우리 해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전술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신음하는 연평도 어업인들이 중국어선으로부터 안전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하는 서해5도특별경비단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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