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한기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20.05.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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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전략적 투자 이뤄져야
한기원 KMI 부연구위원

[현대해양]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두려움에 빠져 있다. 세계적으로 28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파악되었고 20만 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였다(4월 26일 기준). 그 와중에 1만 명이 조금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국가로 다른 나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타미플루의 경우, 이 약을 개발해 기술이전한 미국 길리어드사나2016년까지 독점 판매한 스위스 로슈사는 신약 개발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중국의 전통적인 향신료인 팔각회향(Star anise) 추출물을 원료로 하여 개발된 타미플루는 대표적인 천연물 신약 사례이자 바이오산업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타미플루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바이오산업은 연구 개발(R&D)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초기 투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도 이러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R&D와 산업 육성에 투자를 해오고 있고, 이는 해양바이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양수산부는 2004년부터 마린바이오21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해양바이오 분야 R&D사업인 해양수산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에 총 2,486억 원을 투자했다.

해양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정제 실험 모습(사진=KIOST 제공)

인류에게 편익 가져다줄 산업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바이오 자원과 해양바이오 기술을 활용하여 인류에게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제공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자원, 식품, 의약, 화학, 에너지, 환경, 기기장비, 연구개발 및 서비스 분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양바이오산업을 정의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으나, 핵심적인 부분은 해양바이오 자원, 즉 해양생명자원과 해양바이오 기술, 즉 해양생명공학이라는 두 가지 요소일 것이다. 「해양수산생명자원의 확보・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양수산생명자원은 해양동식물과 해양미생물의 실물과 관련 정보 그리고 해양수산생명유전자원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되며, 해양수산생명공학은 ‘해양수산생명자원을 이용하여 산업적으로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생물학적 시스템, 생체유전체 또는 그들로부터 유래되는 물질을 연구・활용하는 학문과 기술’로 정의된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해양수산부의 R&D 사업은 이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하여 해양생명자원을 확보・분석・활용하고 여러 분야의 첨단 해양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힘써왔다. 특히, 해양생명자원의 체계적인 확보, 보관, 제공, 활용을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2015년에 개관하였고, 해양수산부에 해양수산생명자원과를 신설하였다.

또 「해양수산생명자원의 확보・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하였다. 한편, 해양수산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은 해양수산부 R&D 여러 분야들 중에서 논문, 특허 등 실적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는 등 해양바이오 식품, 의약, 에너지, 화학, 환경 등 각 분야별로 우리나라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여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 투자가 성공적인 해양바이오 산업화로 순탄하게 이어졌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R&D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이전과 사업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기업들이 창업했다.

2017년에 수행된 해양수산부의 해양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서는 우리나라에 약 358개의 해양바이오 기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해양바이오산업이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양바이오 분야 정부 R&D사업의 논문, 특허 등 학문적・기술적 성과에 비해 사업화 실적은 다른 주요 R&D 분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400개 가까운 해양바이오 기업 중 상용근로자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 전체의 62% 이상으로, 대다수가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결정적으로 앞서 언급한 타미플루 등과 같은 대표적인 바이오산업의 성공 사례가 국내 해양바이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술 개발 ⇒ 사업화 쉽지 않아

과거 우리 정부와 국민은 국가 R&D 투자를 통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사업화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에 따라 기술사업화를 위한 노력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해양바이오 분야 R&D사업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사업화에 대한 강조가 지금만큼 크지 않았으나, 10여 년 이상 해양바이오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가 이루어진 시점에 산업화 실태를 점검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미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해양바이오산업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그 동안의 투자가 정말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양바이오 국가 R&D사업에 대한 예산 투입은 전반적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으며, 그 증가 속도는 해양분야 전체 R&D사업 예산이나 비 해양분야 바이오 R&D사업 예산에 비해 빨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바이오 R&D사업의 절대적인 예산 규모는 여전히 타 분야 바이오 사업들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해양바이오 분야는 해양생명자원의 확보 및 관리, 탈염 과정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여타 분야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타 분야의 바이오 R&D는 해당 부처를 통해 의약, 식품, 에너지 등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되는데 반해 해양바이오 분야는 바이오산업의 대부분 분야에 투자가 분산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해양바이오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전략적인 지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 첨단 해양생명공학 기술 활용해야

다음으로, 우리나라 해양바이오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300여 개 해양바이오 기업들 중 대다수가 소규모 영세업체일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해양바이오 분야를 취급하는 기업의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 해양바이오 자원과 해양바이오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기업들은 넓은 의미의 해양바이오 분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이 활용하는 기술은 고부가가치를 담보하는 첨단 해양생명공학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해양바이오 기업의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식품 분야를 예로 들면, 상당수의 기업이 수산식품가공업으로도 분류될 수 있는데, 이러한 분야도 우리나라 산업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신산업으로서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하는 첨단 해양바이오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다수의 해양바이오 기업이 첨단 해양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국가 R&D사업이 이들 기업들과 제대로 연계되어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해양바이오 분야 R&D사업에 참여하여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직접 관여하는 기업, R&D사업의 성과 활용을 위해 창업하는 기업, R&D 성과를 기술이전 받아 사업화하는 기업 등의 비율은 전체 해양바이오 기업들 중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소수의 R&D와 연계되어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아직 본격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 기업들 중에서 국가 해양바이오 R&D사업 성과를 활용한 고수익 창출 사례가 조속히 나오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와 원료물질 공급 어려워

국내 해양바이오 분야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은 해양바이오산업의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기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공적인 사례가 등장하게 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어 다른 해양바이오 기업이나 연구자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지침이 되어주게 된다. 또, 정부 정책이나 R&D사업 관리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로서는 처음으로 R&D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 개발, 기술사업화, 상업적 성공 등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완성된 하나의 사례를 확인하게 됨으로 인해, 기존의 정책이나 R&D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확인하고 이를 적용하여 향후에는 보다 더 수월하게 또 다른 성공 사례들이 뒤따를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 해양바이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전문인력 확보와 원료물질의 공급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주로 애로사항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국내 해양바이오 제품 승인 절차의 까다로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양바이오 기업들 중에서도 특히 비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은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료물질의 경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해양생명자원을 구하는 것은 점차 수월해지고 있으나, 제품 생산을 위하여 대규모 해양생물을 안정적・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미세조류 세포내 지방산 검증 모습(사진=KIOST 제공)

 

R&D 예산 규모 지속적 확대 필요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국내 해양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방안이 필요할까? 우선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정부의 해양바이오 분야 R&D 예산 규모가 지속적로 확대되고 전략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대된 예산 투입을 통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R&D 성과를 성공적인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R&D 사업 기획 단계에서 사업화를 위한 명확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기초연구부터 모든 단계가 사업화라는 목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언제, 어떻게 사업화를 할 것인지, 또 개발될 제품의 사업성은 어떠한지 사전에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R&D 기획은 과제단위 기획에서 사업단위 기획으로 전환되었고, 철저하고 구체적인 사업 기획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R&D 강화를 통한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경향이라고 하겠다.

한편, 해양바이오 분야 기업의 R&D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 R&D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에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해당 R&D사업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은 기술혁신의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기업 자체 R&D 투자 확대도 정부 R&D 투자와 동반하여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여력이 되는 해양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R&D 인력을 보강하고 자체적인 R&D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기업의 성장과 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인내심 가지고 노력해야

해양바이오 의약품
해양바이오 의약품

또한, 해양바이오 분야 기업들 성격을 구분하고 적합한 방식의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R&D에 기반한 기업들과 여타 넓은 의미에서 해양바이오 분야에 속하는 기업들은 현재의 상황이나 필요한 지원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정부가 R&D 참여기회 확대, 투자 유치 지원, 컨설팅 비용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확보 지원 등 기업마다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지원을 하게 되면 기업체 자체의 노력과 맞물려 기업의 체질 개선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양바이오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많은 우리 기업들과 정부, 연구자와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여왔고 그 열매를 얻을 시기가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바이오 분야에서의 성공이 가져오는 높은 경제적인 수익과 사회적 편익을 생각할 때 해양바이오산업에 관계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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