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바이오산업 정책 현황 및 추진 방향
해양바이오산업 정책 현황 및 추진 방향
  • 송명달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
  • 승인 2020.05.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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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달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

[현대해양] 바이오기술(Bio Technology)을 통해 경제 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바이오경제(Bio Economy)’ 시대가 도래 할 것임을 예측한 OECD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바이오기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코로나 바이러스 등 감염성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으로, 문제 해결의 키는 바이오기술에 있다고 할 것이다.

 

원천기술 확보한 선진국 앞서

바이오산업은 생명자원의 현상 및 구조,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오 기술을 적용하여 의약품, 에너지 등 상업적으로 유용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하며, ‘해양’바이오 산업은 ‘해양수산’생명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에 그 특이점이 있다. 일례로 우리가 흔히 먹는 홍합의 접착 성분을 이용하여 개발한 상처 봉합용 접착제 등을 해양바이오 분야의 주요 성과로 들 수 있다.

해양수산생명자원은 생명공학연구 또는 산업을 위하여 실제적이거나 잠재적 가치가 있는 해양 동식물・미생물 및 유전자원 등으로 정의된다. 지구 상 존재하는 생물종의 80%가 바다에 서식하고 있으나 그 중 1%만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생물은 고압, 고염, 저산소 등 극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육상생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생명현상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해양생물에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육상자원 중심의 기존 바이오산업의 경우 선진국들이 대부분의 원천기술 특허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해양생물의 활용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해양생물 추출물의 신약 개발율(1/3,140개)이 타 분야 평균(1/5,000~10,000개) 보다 1.7∼3.3배 높을 만큼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해양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웅변한다.

각국 육성전략 마련

육상 자원에 비해 접근 자체가 어려운 서식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해양바이오 분야의 연구 및 산업화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해양 탐사 및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수월하게 해양생물을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 해양바이오 분야는 실험실 수준의 기초 연구를 넘어 신약 개발 등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2004년 출시된 진통제인 프리알트는 바다달팽이의 독성을 이용한 것으로 2017년에 2,7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였으며, 일본에서는 2010년 FDA 승인을 획득한 검정해변해면 기반 항암제에서 2017년에만 3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였다. 글로벌 해양바이오시장은2019년 기준 49억3,000만달러 수준으로, 2030년에는 80억5,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해양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로 우리나라도 관련 연구와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해양바이오산업을 식품, 의약 등 8대 분야 40개 중분류로 구분한 산업 분류체계를 마련하고 2017년부터 매년 국내 해양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기준 544개인 국내 해양바이오기업의 매출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나 그 중 28%가 매출 10억 미만인 영세기업으로 아직은 초기단계임을 고려하면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2018년에는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전략(2018~2022)’을 마련하여 기업 수요 중심 R&D확대, 해양생명자원 통합 정보시스템(MBRIS) 운영 등 11대 중점 과제를 추진 중으로, 올해는 기존 육성 전략과 2019년 수립한 ‘제1차 해양수산생명자원 관리 기본계획(2019~2023)’을 근간으로 보다 정책수요자의 니즈에 집중한 ‘해양바이오 산업 활성화 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양바이오 관련 정책은 크게 해양생명자원 확보 및 관리, 이용의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원 조사 및 소재 개발, 제품화에 이르는 산업화 전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관련하여,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약 4,400억원의 예산이 투자되었으며 2020년에는 54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체계적인 해양수산생명자원 확보 및 관리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 규제 강화 추세 등으로 인해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국내에 서식하거나 서식했다고 문헌 등에 기록된 해양수산생물 13,991종 중 56.9%에 해당하는 7,958종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으로 효과적인 자원 확보를 위하여 해양수산부에서는 2017년부터 우리 바다를 동해중・남부, 남해동・서부, 서해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자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양수산생물의 해양바이오산업 적용 분야
해양수산생물의 해양바이오산업 적용 분야

또한, 해양생물다양성이 높은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에 협력 거점을 마련하여 해외 생명자원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협력거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해양생물의 경제적・학술적 가치 등을 고려하여 1에서3등급을 부여하고, 1등급 자원을 우선 확보하는 등 체계적인 자원 관리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확보된 자원은 종에 따라 분류되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수장고에 저장되며 누구나 해양생명정보 통합정보시스템(MBRIS)에서 서식지 및 종 정보 등을 검색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해양생물 종 분포 지도 등 공간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검색 조건을 분류군, 채집 기간 등으로 세분화하여 정확도를 높이는 등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바로 제품화 연구가 가능한 바이오 소재의 경우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설치한 해양바이오뱅크를 통해 2018년부터 관련 기업 등에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분석 장비 등을 대폭 확충하여 유용 소재를 보다 신속히 발굴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업계수요 기반 기술개발 및 산업화 지원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약 3,000억원을 해양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사업에 투자한 결과, 상용화를 위한 우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해양바이오 R&D 결과로 도출된 SCI 논문 수는 출연금 10억원 당 5.59건으로 국가 R&D 전체 평균인 1.97건보다 월등히 많으며, 심해 미생물이 수소를 생산하는 원리를 활용하여 연간 330톤의 친환경 수소 생산이 가능한 실증플랜트를 준공하는 등 우수한 사업화 실적도 도출되었다. 2019년부터는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공모형 R&D사업을 진행 중으로 이를 통해 매년 약 35개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향후에는 해양생명소재로부터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 소재를 발굴하는 등 R&D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산업화 기반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영세한 해양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 장비 등 인프라는 물론, 임상 지원, 마케팅 컨설팅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지원기관을 2023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며,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기 협의회 및 해양바이오 포럼 등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해양바이오 분야는 지나온 길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욱 멀고, 어쩌면 더 치열하고 험난할 것이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좋은 뱃사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오히려 자양분으로 하여 우리 해양바이오 산업이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서도 더욱 귀를 크게 열고 새로운 해양바이오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힘을 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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