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5] 해상시험사격으로 조업을 못하게 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5] 해상시험사격으로 조업을 못하게 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 김태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5.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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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시험사격 보상 사건
김태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열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현대해양] 앞선 판례여행들을 통해 바다에는 소유권이 없어 육지보다 더 많은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연간 220일 가까이 조업통제를 하면서도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사건에서 국방부는 1978년부터 A 지역에 제1해상사격장을 설치한 이래 제6해상사격장까지 설치를 하였습니다.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는 위 해상사격장에서 연중 평균 220일, 주중에는 거의 매일 총포, 탄약및 유도무기 등의 성능시험을 위한 해상시험사격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해상시험사격시에는 인근 해역을 출입통제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근 해역에서 어업허가를 받은 어민들은 출입통제가 이루어지는 동안 정상적인 조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 수산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는 어업권이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제34조 제1항 제5호)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다만, ‘군사훈련 또는 주요군기지의 보위상 필요한때’(제2호) 또는 ‘국방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제3호)에는 조업제한이 이루어져도 손실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규정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해상시험사격으로 고생한 어민 826명은 국방과학연구소가 해상시험사격을 하는 것은 군사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수행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 손실보상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어민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에 따른 어업제한사유가 제3호에서 정한 ‘국방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의 요건과 제5호에서 정한 공익사업의 하나인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다62261 판결>

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은 어업제한사유로 제5호에서 ‘공익사업상 필요한 때’를 정하여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업’에 관한 포괄적인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별도로 제3호에서 ‘국방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를 정하여 손실보상 여부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에 따른 어업제한사유가 제3호의 요건을 충족하는 이상 제5호에서 정한 공익사업의 하나인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호가 우선 적용되어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1심에서는 어민들이 승소를 하였다가 2심에서 패소를 하고 다시 대법원에서 그 패소가 유지된 사건입니다.

1심은 구 수산업법의 해석상 국방과학연구소의 해상시험사격이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할 뿐 ‘군사훈련 등 국방상 필요한 경우’(제2, 3호)에는 해당하지 않아, 국방과학연구소가 손실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23. 선고 2007가합21363 판결).

그러나, 2심은 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그것이 동시에 제5호의 규정에 해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손실보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해상시험사격은 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국방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2심은 국방과학연구소의 해상시험사격은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제3호에 해당하고, 설령 제3호와 제5호에 동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손실보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우선 ‘어업허가를 받거나 어업신고가 수리된 자가 갖는 어업에 대한 재산적 이익은 공유수면에서 자유로이 생존하는 수산동식물을 포획할 수 있는 지위로서 어업허가취득이나 수산동식물의 포획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어서 일반 재산권처럼 보호가치가 확고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한편 어업권의 특성과 행사 방식 등에 비추어 재산권의 행사가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므로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는 점, 구 수산업법이 손실보상 없이 어업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수산자원의 보존 또는 국방상 필요 등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큰 경우로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허가 또는 신고 어업과는 달리 면허어업은 해조류양식어업 등을 주요대상으로 하여 조업이 제한되는 해역 이외의 장소에서는 조업이 불가능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상제외사유로 삼지 않는 등 제한되는 어업의 종류와 특성 및 내용에 따라 보상여부를 달리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수산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단서에서 허가·신고 어업에 대하여 ‘국방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구 수산업법 제34조 제1항 제3호)에는‘공익사업상 필요한 때’(제5호)와 달리 손실보상 없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 재산권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 가혹한 부담을 발생시키는 등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손실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 수산업법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전제로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지지하였고 결국 어민들이 최종 패소하게 된 것입니다.

 

<열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자유민주주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현대 국가에서 재산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지는 않고 그 사회적 기속성(羈束性)으로 인하여 제한이 허용됩니다.

또한 이러한 재산권에 대한 제한의 허용 정도는 재산권 객체의 사회적 기능, 즉 재산권의 행사가 기본권의 주체와 사회 전반에 대하여 가지는 의미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재산권의 행사가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을 가지면 가질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게 됩니다(헌법재판소 2005.9.29.자 2002헌바84, 89, 2003헌마678,943전원재판부 결정).

독자적으로 금을 그어 소유권을 정하고 자기 의지대로 사용하는 육지와 달리 바다는 모두가 함께 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에 설정된 어업권은 육지의 권리들보다 보다 강한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을 가지게 되므로 입법자는 보다 강한 제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연간 220일의 해상시험사격으로 어민들이 입은 피해는 간과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어업권의 성질에 비추어 사법부인 대법원에서 입법부의 재량권을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는 해상시험사격으로 인해 A 지역 어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은 공정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입법적 결단에 의해 해결될 필요가 있고, 최근 경향에 비추어 보면 어민들 스스로 입법적 노력을 할 필요도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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