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㉝ 뿔논병아리
청봉의 새이야기 ㉝ 뿔논병아리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0.05.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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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들의 봄맞이

아침안개가 자욱한 남한강의 귀여리호수에는 물새들이 아침 자맥질에 바쁘고, 뒷산 언덕에는 ‘캐록 캐록~ 쾌쾍~’ 산새들이 벗들을 불러 모으는 노랫소리로 가득한 아침산책길이 파릇파릇 상큼한 봄기운을 일으킨다.

면경같이 고요한 호수에서 뿔논병아리(영명 : Great-crested Grebe / 학명 : Podicepscristatus)들이 쌍쌍이 수중발레를 즐기고 있다.

봄이면 어두운 겨울깃털을 벗고 화사한 봄(번식)깃털로 바꾸어 입고 뽐내는 자태로 호수로 나서는 뿔논병아리. 짙은 갈색깃털에 꼿꼿이 세운 흰 목, 머리꼭지에는 윤기 나는 검정색 털감투를 쓴 모습의 뿔논병아리는 당당하면서도 귀여운 수중발레리나가 됐다.

‘마주보며 달려들다 떨어지고, 떨어졌다 다가서고, 다가서면 눈맞추고, 눈맞추고 도래 도래’ 우아한 수중 율동으로 서로의 속내를 전하고, 교감의 폭을 넓히고 공감의 깊이를 더하는 ‘부부부, 삐리릭, 삐리릭, 라라라, 킥, 킥, 킥~~~~’ 사랑의 노래를 합창하여 수중발레의 극치에 도달한다.

남한강, 물안개 호수에서 ‘눈맞추고 도래’ 중인 한쌍의 뿔논병아리, 2020년 4월
남한강, 물안개 호수에서 ‘눈맞추고 도래’ 중인 한쌍의 뿔논병아리, 2020년 4월

뿔논병아리는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유라시아 중부지역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남쪽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96년 충남 대호방조제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기후변화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서식지를 확대하여 최근에는 한반도의 주요 강과 호수의 습지에서 번식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는 텃새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짝을 이룬 한 쌍의 뿔논병아리들은 공동의 노력으로 호숫가의 무성한 갈대 또는 줄풀늪의 가장자리에 수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상형의 둥지를 마련한다. 암컷은 알(3개 ~ 5개)을 품고(포란기간 : 28일), 수컷은 사냥하여 암컷에게 먹이를 조달한다. 뿔논병아리들은 철저히 공동으로 알에서 부화된 새끼들을 업고 다니는 등 정성스레 새끼들을 보살피는데,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뿔논병아리들은 개체의 생존과 종족의 보존을 위하여 기후변화와 생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철새의 유전적인 이주본능을 변환시키고 있다. 자연 속에서 뿔논병아리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새들의 감각, 특히 정서적 감각’에 주목하게 되었다. 새들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구생태환경을 유지 보존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한강, 고요한 호수에서 춤추는 한쌍의 뿔논병아리,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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