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0.05.0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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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 15일 치뤄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국민들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보다는 촛불혁명 정신을 이어받은 현 정부가 민생을 보살피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되짚어 보면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선 우리 해양수산계의 입장에서 해양수산을 대표할 만한 사람을 단 한명도 국회로 보내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현실로 다가옵니다.

또 야당 당수가 단식을 하고 4+1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까지 얻어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정당들의 꼼수에 휘말려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은 큰 오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민의를 제대로 담아낼 때 그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선거를 콘클라베(Conclave)라 합니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그다’, ‘걸쇠로 잠근 방’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교황을 뽑을 자격이 있는 추기경들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감금시킨 후 2/3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는 교황 선출 행사를 말합니다.

교황을 선출하는데 있어 외부세력들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대표적 의사결정 방식이 다수결의 원칙으로 한 선거입니다. 그래서 깨끗한 선거운동과 패자의 승복이 전제되어야만 민주주의의 장점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깨끗하지 못한 선거는 민주적 승복이 이어질 수 없으며 그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현재 이런 민주주의 선거 원칙이 바닷가 어촌의 어촌계장 선출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최근 경기도 모 어촌의 경우 지난 년 말에 있었던 어촌계장 선거 후유증으로 격심한 갈등을 빚다 결국은 송사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법원에서 새로 선출된 어촌계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어촌계장 대행자로 변호사를 보내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하니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어촌계장 선거를 둘러싼 이러한 크고 작은 잡음은 전국적인 현상이며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일터와 쉴터, 삶터가 한 장소인 어촌에서는 마을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더욱 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말입니다.

이제는 관리감독 기관인 수협이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고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의식교육을 시급히 시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되어집니다. 아니면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교황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어촌계장 선거에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구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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