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원유 비축용 해상저장소가 된 대형유조선(VLCC)
넘치는 원유 비축용 해상저장소가 된 대형유조선(VLCC)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5.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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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 신조 발주는 '주춤'

[현대해양] 세계적으로 원유저장소가 부족해지자 해상저장소로 쓰이는 유조선이 늘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국(OPEC)+ 회원국들이 5월~6월부터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축하기로 합의하면서 원유 공급량이 차츰 줄어들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EU 등에서 원유 수요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정유업체들의 가동율이 저조해진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에 따르면 원유 소비의 주축인 차량 등의 운송연료 수요가 2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정유소 가동률은 4월 24일 기준 68%로 급감했다. 이에 정유사마다 남는 원유와 정제유로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저장소가 가득차면서 남는 원유 비축을 위해 유조선이 이용되고 있다. 영국 해운정보매체 ‘로이드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유조선 114척(VLCC 59척)이 해상부유식 원유 저장소 용도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로이드리스트가 집계한 114척 중 45척은 지난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부득이하게 저장소 역할을 해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상저장소로 활용되는 척수는 금융위기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유조선 시황도 펄펄 날고 있는 형국이다. 4월 24일 기준 볼틱거래소(Baltic Exchange) 평가에 따르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의 일일 용선료(6개월 만기)는 5만5,000달러, VLCC의 경우 8만5,000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는 올초 용선료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작금과 같은 원유 공급 초과현상과 더불어 타선종에 비해 적은 유조선 척수가 VLCC 시황을 치솟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해운중개업체 'SSY' 관계자는 “대형유조선의 경우 전세계 750여척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LNG선, 자동차선 등 특수선을 제외한 일반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비중이다”고 밝혔다.

VLCC가 전부 운항되는 것도 아니다. 장기계약에 이미 투입된 선박들도 있어 실질적으로 단기 용선시장에 가용될 수 있는 VLCC는 전체 척수 중 절반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듯 유조선 척수가 한정되다 보니 지난해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송 제재와 중동지역 유조선 폭발사고 당시에도 운임이 급격히 치솟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유조선 신조가 갑자기 증가할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SSY' 관계자는 “유조선 신조는 각국 정유업체 및 선사에서 그간 축적된 각국의 GDP, 인구증가률, 차량증가율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계획되는데 코로나 사태는 불확실성이 커 1억 달러에 이르는 VLCC 신조를 위해 선듯 선박금융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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