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3] 채무초과 상태에서 어업허가를 양도하면 다른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13] 채무초과 상태에서 어업허가를 양도하면 다른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5.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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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상 허가권 양도사건

<열세 번째 여행의 시작>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현대해양] 갚아야 할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 즉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다른 채권자에 의해 취소당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채무초과 상태에서 함부로 재산을 처분하는 바람에 채권자가 빚을 돌려받는데 지장이 생긴 경우 해당 채권자는 그러한 재산처분에 대한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해행위(詐害行爲)란 이처럼 채권자로 하여금 제대로 빚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해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채무초과 상태, 즉 갚아야 할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에서 어업허가를 양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할까요? 이 사건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어업허가를 양도한 행위가 사해행위로서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사건입니다.

에게 1억여 원을 대여하였고, 은 이를 담보하기 위해 채권자 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선박 A로 포획한 어획물을 모두 양도하기로 하는 담보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선박 A에는 어업허가권이 부가되어 있었습니다.

은 채무초과 상태였는데 우연히 소개받게 된 에게 선박 A의 어업허가권을 17,000만 원에 매도하였습니다. 은 새롭게 선박 B를 매수한 뒤 우선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경료(經了)하고, 위 어업허가권의 지정어선을 선박 A에서 선박 B로 교체하는 내용의 어업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 앞으로 선박 B에 관한 소유권 명의 및 어선원부 명의를 변경한 다음 관할 관청으로부터 새로운 어업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 A 선박은 운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쟁점>

과연 채무초과 상태 하에서 어업허가권을 양도하는 행위, 즉 공법상의 허가권을 양도하는 행위도 사해행위로서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105734 판결>

사해행위 취소권은 채무자와 수익자 간의 사해행위를 취소함으로써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공법상의 허가권 등의 양도행위가 사해행위로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 그 허가권 등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는 등 그 허가권 등이 독립한 재산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민사집행법 제251조 소정의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집행 방법에 의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 수산업법(2009. 4. 22. 법률 제962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라 한다) 43조는 허가어업을 하려는 자는 어선 또는 어구마다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수산업법의 위임에 의한 농림수산식품부령인 어업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은 허가받은 어선의 소유권을 양도하는 등의 경우 양도인은 종전의 허가어업에 대한 폐지 신고를 하고, 양수인은 새로운 어업허가를 받아야 함을 전제로 하는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법 제43조에서 규정하는 어업허가의 양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결국 민사집행법 제251조 소정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어업허가를 양도한 행위는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판결의 의의>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모두 채무초과 상태에서 어업허가권을 양도한 것은 그것이 실체법상 양도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이므로 원고()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어업허가권이 실체법상의 재산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어선의 재산적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재산권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어업허가권을 상실한 선박의 재산적 가치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어업허가권, 즉 구 수산업법 제48조에 따른 어업허가는 면허어업과는 달리 법률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환가(換價) 가능성이 부정되고, 나아가 민사집행법에 따른 집행 가능성도 부정되기 때문에 민법 제406조 제1항이 제시하고 있는 사해행위의 요건,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위 판결에 따르면 공법상의 허가권 등의 양도행위가 사해행위로서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 그 허가권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는 등 해당 권리의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열세 번째 여행을 마치며>

채권은 본래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문제 되는 상대적, 대인적 권리입니다. 즉 채무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자유는 있으므로 단지 채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를 취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즉 불성실하고 악의적인 채무자가 고의로 그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들을 해하는 경우,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말 그대로 재산권에 관한 것이라면 예외적으로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행위가 사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채무자의 채무상태 및 채권의 내용, 해당 법률행위의 구체적 경위 내지 성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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