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소멸위험의 영향 요인
어촌 소멸위험의 영향 요인
  • 이서구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촌해양개발팀장
  • 승인 2020.04.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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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구 팀장
이서구 팀장

[현대해양] 어촌이라는 공간은 수산물의 생산 공간으로써의 역할뿐만 아니라 다원적 공간으로써 공익적 가능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주 단백질 공급원(1인당 연 59.9kg 소비)이며, 국제적으로는 국토의 실효적 지배를 통한 해양영토 주권을 행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낚시 등을 통한 레저, 휴양, 힐링의 장소 제공 등의 기능을 담당하며 국민의 여가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어촌은 우리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고 유지·존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저출산, 이어(離漁)현상 등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해 어촌의 유지·존속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인구추계를 통한 소멸위험지수를 산정한 박상우 KMI 어촌어항연구실장 등의 연구에서 이 사실을 방증한다. 이 연구에서는 전체 어촌의 84.2%2045년에는 소멸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였고, 해양수산부의 3차 어촌·어항 발전기본계획(2020~2024)’에서는 어촌지역 492개 중 284(58%)를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멸위험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있다.

어촌은 일자리 감소, 열악한 정주여건, 도시와 비교한 상대적인 삶의 질 저하 등의 이유로 수도권과 광역시의 대도시로 인구이동이 심화됨에 따라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문화, 복지, 의료 등 공공인프라 측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어 어촌소멸 위험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촌의 지속적인 유지·발전과 다원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소멸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어촌소멸의 위험에 영향을 주는 주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필자는 어촌소멸이라는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의 하나로 어촌의 특수성, 지원정책, 정주여건 등을 반영한 주 소멸위험 요인을 분석하여 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이서구·김정태 (2020), ‘어촌 소멸위험의 영향 요인 분석,’ 한국수산경영학회, 52권 제1).

 

어촌의 특수성

어촌은 농·산촌과 비교하여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어촌 조직은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어촌계라고 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어촌계는 조선시대에는 어망계·어선계, 일제강점기에는 어업계, 해방 이후 수산업협동조합법이 제정(1962. 1. 20.) 되면서 어촌계로 명칭이 변모되었다. ·산촌에는 어촌계와 유사한 영농회, 작목반 등 조직이 있어 공동작업, 공동판매 등 형태에서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 기반 측면에서 어촌계와는 차이가 있다. ·산촌은 개인 또는 법인의 소유 경작지를 활용하는 반면 어촌은 수산업법에 근거하여 공유자원인 어장을 대상으로 면허·허가·신고를 득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특수한 사회이다.

어촌은 어선의 안전한 수용을 위한 공공재 성격의 어항을 보유하고 있다. 어항은 수산업 근거지로서 어촌·어항법에 근거해 이용범위, 관리자 등에 따라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 마을공동어항으로 구분하여 개발·관리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어장이 변화하고, 지속적인 어선감척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서·남해안 지역에서는 어항시설이 부족하고, 동해안 지역에서는 유휴화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가어항 중심으로 어항의 기능이 편중됨에 따라 항종별 어항 완공율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어항 역시 농·산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촌의 특수한 기반시설이다.

최근 5년간(2014~2018) 어촌지역(492개 읍··)의 인구는 연평균 0.06% 감소한 반면 어업인은 연평균 4.6% 감소하여 탈 어촌보다 탈 어업 현상이 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어촌지역의 고령화율은 2018년 기준 18.4%2.3% 증가한 반면 어가의 고령화율은 36.3%4.1% 증가하여 어촌지역 고령화율의 약 2배에 이른다.

 

고령화, 저출산

해양수산부에서는 어촌의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공동화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고, 젊은 어업인 유입을 통해 활력을 찾고자 귀어·귀촌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농촌을 포함한 귀촌인은 약 472천여 명이다(2018년 기준). 어촌지역만을 분리하여 귀촌인을 추출해보면 약 51천여 명으로 전체 귀촌인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귀어인구는 정부정책에 힘입어 2014년과 비교하여 연평균 0.5% 증가하고 있다(2018년 기준 986). 지역적으로 경북, 강원, 제주 등에서 일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증가세이다.

본 연구에서는 상기의 지원정책에 의한 단위 사업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하기에는 자료의 구득, 사업 시점 불일치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어 정부의 예산 보조율에 착안하여 재정자립도를 독립변인으로 선정하였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의 비율값으로 지자체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4.9%이나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21.3%로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자립도는 어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자주적인 노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정주여건

어촌의 정주여건은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영향을 받는다. 주거부문에서 어촌의 빈집은 경관뿐만 아니라 방범, 위생 등 주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어촌지역 빈집은 연평균 10.8%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건축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주택 역시 연평균 3.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촌지역의 평균 주택공급율은 94%로 비교적 양호한 공급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촌지역의 공동화로 인한 수요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노후주택을 고려했을 경우 정주여건 개선에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촌이 정주여건을 분석함에 있어 빈집비율, 노후주택비율, 주택공급율의 주거부문을 제외한 교통, 의료, 문화, 교통 등의 범주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지자체 단위의 분석은 가능하나 읍·면 단위의 어촌에서 분석하기에는 자료 구득 등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교통, 의료 등 범주의 정주여건을 포함한 연구는 후속 연구로 남겨두고 주거부문의 변인만을 고려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전국 연안 어촌지역 51개 시·, 270개 읍·면 단위를 대상으로 어촌의 소멸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종속변인인 <소멸위험지수>를 통계적으로 분석(n=270)해 보면 <10>과 같이 소멸고위험단계지역이 전체의 155개로 57.4%를 차지하고, 소멸위험단계지역이 81개로 30.0%, 소멸주의단계지역이 31개로 11.5%, 정상지역이 2개로 0.7%, 소멸저위험지역이 1개로 0.4%를 차지하고 있다.

 

소멸위험 가능성 더욱 더 악화

소멸위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약 99%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고 있어 현 상태의 추세라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장래 소멸위험 가능성은 더욱 더 악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어항 수>, <귀촌인 수>, <주택공급율>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종속변인인 <소멸위험지수>가 정(+)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반해 <어촌계 수>, <재정자립도>, <빈집비율>, <노후주택비율>의 독립변인은 종속변인과 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분석의 틀에서 제시한 연구가설과 대부분 일치하였다. 독립변인 중 <어항 수>, <귀촌인 수>, <빈집비율>, <주택공급율>, <노후주택비율>5개 독립변인이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p<0.05 또는 p<0.01).

특히 어촌 정주여건 부문의 3개 독립변인이 모두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되어 기존의 선행연구들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어촌계 수>는 연구가설과 상반된 음(-)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는 어촌계는 배타적 이용 권한을 가짐으로써 신규 진입하는 어업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고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와 함께 고령화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예측된다.

 

귀촌인을 귀어인으로 전환해야

표준 회귀계수를 통해 종속변인인 <소멸위험지수>를 추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어촌의 특수성 부문에서 어항(β=0.167)의 수가 1단위 변화시킬 때 소멸위험지수가 0.167의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어촌 지원정책 부문에서 귀촌인(β=0.206)의 수가 1단위 변화시킬 때 소멸위험지수가 0.206의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촌 정주여건 부문에서는 빈집비율(β= -0.168) 및 노후주택비율(β= -0.350)은 수가 1단위 변하면 소멸위험지수는 각 0.168, 0.350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된 반면 주택공급율(β=0.196)은 수가 1단위 변화하면 소멸위험지수는 0.196 변화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도출한 정책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촌의 소멸위험을 저감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촌의 소멸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은 노후주택, 귀촌인, 주택공급, 빈집, 어항의 순이었다. 따라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소멸위험도 별 맞춤형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어촌의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어촌소멸의 위험의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정주여건과 관련한 요인이다. 따라서 정주여건 개선 측면에서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빈집과 노후주택에 대한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어촌의 빈집과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의 농어촌정비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어 해양수산부 주체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해 해양수산부에서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귀촌인이 귀어인으로 전환하여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어촌 소멸위험 저감을 위한 귀촌인의 유입 정책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도시민을 어촌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와 일자리 감소로 인해 어촌지역을 이탈하는 추세에서 도시민을 유입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해서는 귀촌인이 귀어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기존 어업인의 배타적 이용에 따른 높은 진입장벽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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