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실크로드, 혜초의 그 길을 다시 걷다
해양실크로드, 혜초의 그 길을 다시 걷다
  •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 승인 2014.05.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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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시대를 초월해 해양력은 국력을 좌우했다. 세계 각국은 해양경제 영토를 남극과 북극으로까지 확대할 만큼,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바다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바다는 세계교역량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약 45억톤의 화물이 바다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량의 99.8%가 바다를 통해 오가는 해양국가이다. 좁은 국토를 지닌 한반도는 세계지도의 남북을 거꾸로 돌려놓고 보면 광활한 아시아 대륙을 딛고 서서 탁 트인 태평양을 호령할 수 있는 전진기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양국민인 우리 민족에는 해양인의 기상과 패기가 내재돼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많다. 16살 나이에 바다를 건너 서방세계로 향한,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 혜초 스님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혜초의 순례는 그야말로 세계문명사 가운데 희대의 사건으로 손꼽힌다. 그 옛날 10대 소년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렇게 혼자서 탐험과 고행을 했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도 감히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르코폴로에 비해 무려 500년이나 앞서 비단길을 개척한 그가 여행한 뱃길은 훗날 중국 명나라 정화의 원정대가 이동한 동방해상로가 될 정도이니, 좁은 반도에서 만족하지 않고 한민족의 기상을 세계로 뻗어나간 신라인의 도전정신을 깊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삼국통일을 이루고 죽어서는 해룡이 돼 나라의 안위를 지키겠다며 감포 앞바다 수중릉에 묻힌 문무대왕이나, 청해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장보고도 우리 해양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죽으면서까지 동해의 용이 되어 왜구를 무찌르고 바다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강한 의지는 동해를 두고 벌어지는 오늘의 한·일 관계를 예견했던 것은 아닌지 새삼 놀라울 뿐이다. 또한 장보고는 당시 대륙으로 나 있던 실크로드를 거부하고, 꿈과 희망으로 바닷길을 개척해 해신으로까지 칭송됐다. 우리가 말하는 바다의 날(5월 31일)도 바로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왜구를 벌벌 떨게했던 이순신 장군 이야기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에 이순신 장군이 손꼽히는 것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무한한 자긍심이 든다. 이렇게 옛 선조들이 해상활동을 통해 국력을 높인 것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바다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이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강했던 해양 정신은 조선조의 공도정책과 해금령을 거치면서 쇠퇴했고, 농업을 본업으로 삼는 유교관 때문에 바다 일은 말업(末業)이자 천업(賤業)이 되기에 이르렀다. 해상무역으로 문명의 교류와 부를 창출하는 세계사의 큰 흐름에서 뒤처지게 된 것이다. 해양에 대한 무관심은 곧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양 신흥강국의 연이은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는 곧 식민 역사로까지 이어졌다. 포르투갈, 스페인을 선두로 한 유럽 국가들이 자원이 부족하고 대륙에 막힌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과감히 대서양 너머로 눈을 돌리면서 해양강국으로 발전한 것과 참으로 대조적인 일이다.

오늘날 바다의 중요성이 커지고 바다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이때, 이와 같은 역사는 우리가 왜 더 과감히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해양수산부, 경상북도와 함께 천년 전 신라의 해양실크로드 탐험을 재현하기 위한 ‘2014 해양 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이라는 사업을 오는 9월께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해양대 학생 등 탐험대원 약 200명이 한국해양대 실습선인 ‘한바다호’를 타고 혜초가 개척했던 해양 실크로드, 즉 중국, 베트남, 인도 등 9개국 10개항을 재조명하게 된다. 우리 선조들의 진취적인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의 해양 개척 정신을 일깨우고, 해양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 국민들에게 바다를 통한 꿈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기에 이번 행사의 의의는 실로 크다.

앞으로 우리가 바다에서 ‘코리아 루트’를 개척하며 해양경제 영토를 확장해 가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양수산인 모두가 함께 응원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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