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갯벌
마스크와 갯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4.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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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겨울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은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절실했으며, 급기야 품귀현상이 일어나 줄서서 구입해야 했고 그나마도 수량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귀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스크(mask)이다. 마스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말(飛沫), 혹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처럼 마스크가 육상에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아주는 것처럼 바다에도 마스크 역할을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갯벌’이 그것이다.

갯벌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이자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갯벌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과 염생식물, 저서규조류는 육상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갯벌은 각종 어패류, 게류, 망둥어류, 가자미과 어류, 새우류 등의 서식지와 산란장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생태적 가치 높고 영양 많은 여러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갯벌의 역할을 △수산식량 공급 및 저장창고 △어류의 산란장 △자연의 정화조 △철새의 낙원 △지구의 허파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의 완충지 등 크게 6가지로 요약한다. 여기에 조개 캐기 같은 갯벌체험 등의 여가활동과 해양관광 가치 부여 등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약 17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2012년 기준). 이처럼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갯벌이 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갯벌은 과거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져 농지 확보, 공업단지 개발 등을 위해 간척되거나 매립되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사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새만금간척사업’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또 하나의 영토인 갯벌과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비롯된, 착공 30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자연 파괴 행위다. 최근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공유수면 매립이 지속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갯벌 면적이 여전히 줄거나 훼손되고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1ha당 9,900달러로 농경지의 가치(92달러)의 100배, 숲의 그것보다 10배 이상이라고 한다. 숲과 같이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의 정기능을 하는 것이 갯벌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갯벌의 가치를 잊지 말고 더욱 소중히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갯벌 파괴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마스크를 뺏는 것과 같은 모두의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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