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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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20.04.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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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와 광어 탄생 이야기

[현대해양] 향파 선생이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특히 옛날 이야기를 원 재료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그리고 흥미를 자아내는 기법은 웃음을 짓게 한다. 향파 선생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물고기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옛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상상력의 힘을 맛보게 한다. 「숭어와 광어」 이야기가 그 중의 한 편이다.

이 동화의 제목은 「숭어와 광어」이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그 중심은 숭어나 광어 이야기가 아니다. 엉뚱하게 방귀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너무나 엉뚱한 소재를 통해 한 편의 유기적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

옛날 황해도에 성이 방가라고 하는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처녀의 방귀가 굉장했다고 한다. 한번은 산골짝에 나물을 캐다가 방귀를 뀌었더니, 그 방귀가 너무나 위력이 대단하여 나무 위에 있던 꿩이 놀라 두 마리나 굴러떨어졌다고 한다. 방귀소리에 놀라 기절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걸 주워서 집에 와서 부모님께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는 그걸 어떤 몹쓸 놈 한테서 얻어왔느냐고 화를 내며, 되려 큰 매를 가지고 와서 때리려고 했다. 이 처녀는 너무 억울해서 부모님께 자신의 방귀 시험을 해보자고 했다.

이 처녀는 부모를 데리고 먼 들판에 나가 방귀 시험을 했다. 부모를 허리띠로 한데 묶어 놓고서 퉁! 하고 방귀 한 자리를 뀌었다. 그러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고 모래와 돌이 날리면서 묶어놓은 부모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집으로 돌아가 보니 부모님이 집 마당에 떨어져서 기절해 있었다. 부모를 주물러서 깨우니, 부모가 하는 말이 “아까는 분명히 들판에 있었는데 우리가 언제 집으로 왔을까” 하고 의안이 벙벙했다. 딸이 “저의 방귀 바람에 날려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부모는 딸이 정말 천하에 드문 방귀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딸이 열아홉 살 때 배풍헌이란 사람의 아들에게로 시집을 갔다. 이 처녀는 시집은 갔지만, 무엇보다도 방귀가 늘 걱정이었다. 함부로 뀌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무더운 여름날 밤에 집 식구들이 함께 마당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 자는데, 하늘에서 딱따그르르르 하고 천둥이 쳤다. 이때, 이 며느리는 이때다 싶어 그 동안 참았던 방귀를 퉁! 하고 뀌었다. 그러자 같이 자던 시부모는 기절을 해서 나자빠졌고, 남편은 길가 재 무더기 속에 가서 파묻혔고, 종 아이는 몇 시간 뒤에 비실비실하고 돌아와서는 주인에게 “그 놈의 방귀 때문에 앞으로 저는 죽고 말 것 같아요. 그러니 저는 오늘로 이 집을 나가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재미나는 일은 이 소문을 듣고는 강 건너에 사는 풍초관이란 방귀 선수 한 사람이 방귀 시합을 하자고 찾아온 것이다. 풍초관은 “이 사람이 당신 방귀 잘 뀐단 소문을 듣고서 오늘 밥을 싸 가지고 시합을 하러 왔으니 한번 겨루어 봅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풍헌집 며느리는 집 안에서 이 소리를 듣고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집 대문짝이 넘어졌다. 그 순간 풍초관은 대응해서 방귀를 뀌어 겨우 대문짝을 도로 세웠다. 대문짝은 바로 세웠으나, 풍초관은 속으로는 겁이 났다. 이 세상에서는 자기의 방귀를 이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더 강한 방귀를 가진 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래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슬슬 눈치를 보아 내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대로 돌아섰다간 풍헌집 며느리가 내다보고서는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단단한 무장을 결심했다. 옆집에 몰래 들어가서는 방앗공이를 하나 빼어가지고 나왔다. 만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방앗공이로 쏘아 주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풍초관은 자기 궁둥이에다 방앗공이를 끼었다. 그리고는 강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강을 건너가다 뒤를 돌아다보니 배풍헌 집 며느리가 궁둥이에다가 키를 대고 돌아서 있었다

이 때 풍초관은 내가 먼저 방귀를 뀌어야지 하고. ‘퉁’ 하고 뀌었다. 그 순간 배풍헌 집 며느리도 동시에 ‘퉁’ 하고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방앗공이와 키가 강 한가운데서 서로 부딪혀 떨어졌다. 그런데 방앗공이는 그 때부터 숭어가 되고, 키는 그때부터 광어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향파 선생은 “정말일까?”라고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가? 사실 방귀 이야기와 숭어와 광어가 탄생하는 이야기는 그 상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방귀의 위력이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직 상상의 공간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상상의 세계는 현실 세계를 현실 논리와 이성적 판단에 의해 이해하는 어른들에게는 단지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상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그래서 동화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매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방앗공이가 숭어가 되고, 키가 광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현실성을 갖기 힘들다. 현실성을 갖기는 힘들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나 대상이 다 상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동화의 세계가 가진 특장이다. 이 특장이 어린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끝없는 상상의 공간을 날아다닐 수 있는 근원적 힘이 된다. 이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향파 선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옛 이야기들을 오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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