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생산 적신호, 관성적 채묘 중단해야
김 생산 적신호, 관성적 채묘 중단해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4.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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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생산량 감소 극복 위한 재정비 시급
지난 겨울의 고수온으로 녹아버린 김
지난 겨울의 고수온으로 녹아버린 김

[현대해양] 지난 겨울의 고수온 현상과 어기 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해조류 생산 어가 뿐 아니라 해조류를 먹이로 사용하는 전복양식 어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채묘시기의 수온에 따라 생산량이 좌지우지되는 김의 경우 앞으로 계속될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업인들의 양식체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국내 천해양식 기준 해조류는 생산량 183만 톤으로 국내 양식생산량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해조류 중에서도 전 세계 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은 지난해 부동의 수출 1위 품목이었던 참치를 제치고 5억 8,000만 달러로 국내 수산물 수출금액 1위를 차지했다. 현재 김스낵, 김자반 및 김부각 등의 다양한 웰빙 건강식품으로도 판매 및 수출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수산식품 반열에 올라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해조류의 생산량이 올해의 고수온현상과 태풍의 영향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는 연초 2020년 김 생산량을 전년 대비 7% 감소한 1억 6,500만 속 내외로 예측했으나 올해 겨울철의 이상 고수온으로 김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이상 감소한 1억 3,000만 속 내외로 예측했으며, 기타 해조류 또한 작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자상품 ‘해조류’, 수급 불안정 위험 기조

연도별 물김 생산량 추이
연도별 물김 생산량 추이

김은 보통 9월부터 10월 중순경에 채묘가 시작되며, 채묘된 김은 다음해 1월부터 5월 초까지 채취된다. 전남 지역에서 78.3%로 가장 많이 생산되며 충남, 전북, 인천 및 경기, 부산 지역이 비슷한 수준의 생산량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 다음으로 생산량이 높은 미역은 4월에서 5월경이 적정 채묘시기라고 알려져 있다. 채묘된 미역은 12월부터 익년 4월까지 주로 수확된다.

지난달 3일 KMI가 발간한 <동향분석 VOL.166>에 따르면 김 생산시기인 2019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김 생산량은 평년보다 1~2℃ 높아진 겨울철 고수온 현상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으며, 미역 또한 13.8%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마의 경우 올해 1월 생산량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완도의 경우 작년대비 15.2% 감소했으며, 완도를 제외한 신안·해남·진도 등의 기타지역 생산량도 21.8%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조류 중에서도 생산량에 크게 타격을 입은 김은 다음과 같은 생산량 추이를 보였다.

201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김 생산량은 2018년과 2019년 생산량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은 감소량을 보인 달은 10월과 11월 그리고 1월 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달은 2019년도의 김 생산량 대비 각각 60%, 36%, 25% 적은 생산량이었다.

 

고수온과 태풍, 생산량에 어떤 영향 미쳤나

2000년(좌)과 2020년(우)의 NOAA(미국 국립 해양 대기청) 국내 위성사진. 2000년대 6℃ 내외를 유지했던 전남지역의 수온은 현재 11℃ 전후를 맴돈다.(3월 기준) (자료제공=국립수산과학원)
2000년(좌)과 2020년(우)의 NOAA(미국 국립 해양 대기청) 국내 위성사진. 2000년대 6℃ 내외를 유지했던 전남지역의 수온은 현재 11℃ 전후를 맴돈다.(3월 기준) (자료제공=국립수산과학원)

생산량 감소는 온난화 현상에 따른 고수온과 입식 시기에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인 것으로 KMI는 분석했다.

서서히 진행됐던 온난화 현상은 지난해 고수온 현상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의 자료에 따르면 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전남지역의 2000년대 3월은 6.3℃ 내외의 수온을 유지했다. 그러나 온난화의 현상으로 올해 3월의 평균수온은 11℃ 전후를 웃돌 정도로 높아진 수온을 보였다. 수온이 4℃ 이상 높아지자 위성을 통해 보여지는 2000년과 2020년의 국내 수온 위성사진의 수온지도 색 또한 명확한 변화가 생겼다. 박범석 강진군수협 조합장은 이 같은 수온상승에 대해 “김은 수확시의 적정 수온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올해는 수온이 12~13℃까지 상승한 탓에 김 종자가 다 녹아버려 김 어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온난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과 더불어 올해 입식 시기에 불어닥친 태풍도 김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명노헌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장은 “지난해 10월에 불어닥친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김시설 5만 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이는 약 96억 원의 피해금액으로 산정된다”고 말했다.

고수온 현상과 태풍은 미역 및 다시마 양식에까지 피해를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KMI 동향분석에 의하면 어기 시작 전 잦은 태풍으로 미역의 시설시기가 평년보다 20일 가량 늦춰졌으며 시설 이후에도 높은 수온으로 종자가 녹아내리고 엽체의 싹녹음이 발생해 생장 부진 등의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설명이다.

 

해조류 생산량, 전복 양식에도 영향 미쳐

이러한 미역 생산량의 감소는 미역을 먹이로 하는 전복생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전복 먹이용 미역 생산량은 작년 동월 대비 8.2% 감소한 7만 3,548만 톤이었다.

주로 전라남도에서 양식되는 전복 먹이용 미역은 완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전복양식에 필요한 먹이로 공급된다. 하지만 올해 미역 생산량의 감소로 인해 전복의 먹이공급이 불투명해지자 전복 양식어가들은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전남의 한 전복양식장 관리자는 “전복 먹이용 해조류 공급이 계속해서 어려워질 경우 해외에서 수입을 해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남해전복영어조합법인 관계자는 “먹이용 해조류를 타지에서 구매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조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경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어업인들, 관성적 채묘서 벗어나야

SNS를 통해 양식 어업인들에게 전달되는 김 채묘정보
SNS를 통해 양식 어업인들에게 전달되는 김 채묘정보

고수온으로 인한 해조류 양식생산량 감소가 전복 양식생산에까지 영향을 끼치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김의 경우, 어업인들이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가 제공하는 적정 김 채묘 시기를 바탕으로 채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조류연구센터에 의하면 해조류 양식채묘시기에 관한 정보는 SNS를 통해 양식 어업인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김은 2016년도, 미역은 2014년도부터 매년 그 해 수온을 토대로 한 양식채묘시기 정보가 SNS를 통해 해조류 양식 어업인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던 것.

실제로 지난해 9월 해조류연구센터는 김 채묘 시기에 관한 정보를 보도자료 뿐 아니라 문자를 통해 김 양식 어업인들에게 제공했다. 제공된 문자에 의하면 해조류연구센터에서는 해역별 수온을 바탕으로 전남권은 9월말, 전북·충남·부산권은 10월 초 채묘를 당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남지역 김양식 어업인들은 관성적으로 8월 말에서 9월 초에 채묘를 진행했다고.

박연환 김생산어민연합회 회장은 “어업인들이 해조류연구센터의 채묘시기 정보 자료를 참고하기 보다는 매년 채묘를 해오던 시기에 김 채묘를 시작하는 경우가 잦았다”라며 “앞으로는 매년 제공되는 채묘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시기에 채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남해수산연구소 해조류연구센터 박은정 연구사는 “김 생산량의 감소 해결을 위해서는 어업인들이 매년 수온자료를 참고해 채묘하는 방법을 택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양식어가들이 각 어가 특성과 해역에 맞는 김 품종을 섞어 함께 양식해야 한다는 대책이 제시됐다. KMI에 따르면 대다수의 양식어가들이 대량 생산을 선호함에 따라 다수확에만 특화되어있는 종자로만 김 양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은 김 종자업체와 양식어가의 소득증대를 위한 우량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다수확과 광온내성(廣溫耐性, 온도의 변화가 큰 조건에서도 살 수 있는 성질)의 장점을 한번에 갖는 김 품종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박은정 연구사에 따르면 품종별 김이 갖는 장점만을 가지는 완벽한 김 종자의 개발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사는 “완벽한 김 품종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식장에서는 각 해역의 특성 및 본인이 생산하고자 하는 김의 상품을 고려하여 2~3개의 김 품종을 섞어서 양식해야 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KMI는 김 이외에도 전복 먹이로 사용되는 미역의 연중 원활한 전복 먹이 공급을 위해 전복 배합사료의 개발 및 사용화를 제언했다. 또한 전복 먹이로 미역 뿐 아니라 다시마도 상당수 이용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다시마의 물량을 파악할 수 있는 관측정보는 제공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수산관측정보의 도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난화로 인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수온으로 매년 안정적인 해조류 양식 생산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정적 수급을 위한 해조류 수산관측 시스템이 조속히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더불어 어업인들도 변화하는 수온에 따라 채묘를 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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