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산업발전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나
양식산업발전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4.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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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한 법인가 의문도

[현대해양] 대규모 자본의 양식산업 진입을 허용한 양식산업발전법이 ‘허울만 좋고 실효성은 없는 법’ 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식산업발전법(이하 양발법)’ 제정으로 어떤 기업이 양식산업에 뛰어들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과연 대기업이 양식산업에 뛰어들겠나’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는 8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양발법은 국가가 대규모 자본의 양식산업 진입을 허용해 양식업의 규모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발법의 ‘양식업의 규모화 지원’은 대규모 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이 어업인들이 주로 생산하는 어종과 겹치지 않는 어류에 한해 양식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이다. 해수부 어촌양식산업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주로 논의되고 있는 품목은 참다랑어, 연어 등이다. 대규모 자본의 양식산업 진입 여부로 많은 기업들의 이목을 끌었던 법령이었던 만큼 현재 기업들은 이에 대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과연 이를 통해 국내 양식산업이 덩치를 키울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한 시점이다.

양식산업발전법, 어떻게 만들어졌나

「양식산업발전법안」은 지난 2016년 12월 28일 유기준(미래통합당, 부산 서구동구)의원 외 22명에 의해 발의돼 지난해 8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8월 27일 공포됐다. 이 법은 오는 8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양발법은 ‘수산업법’과 ‘내수면어업법’에 나누어져 있던 양식 관련 규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고 양식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제정 목적이 있다. 양발법 주요 내용은 △양식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 △「수산업법」 및 「내수면어업법」상의 양식어업 관련 규정 통합 △양식업 면허의 심사·평가 제도 도입 △양식업권의 임대차 허용 범위 확대 △양식업의 규모화 지원 등이다.

양발법은 입법예고에서부터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도 해수부, 수산업계 등 관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양식업의 규모화를 지원하면서 대기업이 양식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반면에 영세 어업인들의 생산활동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제출된 양식산업발전법안으로 수협중앙회와 어업인들은 제정안이 영세 어업인들의 소득권을 앗아갈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수협중앙회는 2017년 9월 해수부와 양식수협 조합장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는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장 및 해양수산부 관계자,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해 굴수하식수협, 멍게수하식수협,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서남해어류양식수협 조합장 등 수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양발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수협 측에서는 대기업이 양식산업에 뛰어들게 된다면 어업인들이 주로 양식하는 어종에는 피해가 없도록 하는 보호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하위법령 제정 시 수협과 어업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양발법에 대한 일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협은 ‘양식어업지원단’을 신설해 ‘양식어업 안정화 지원’를 위해 양발법 하위법령 제정에 대한 건의안을 마련하고 있다.

 

‘양식산업발전법?’, 모르는 기업이 더 많아

양발법 시행을 5개월 가까이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들이 양식산업에 진출하게 될 지 또한 관심이다.

양발법 제정에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일 기업은 원양산업업체일 것이라는 수산인들의 추측이 있었다. 실제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기업 A수산기업 간부는 "우리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양식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회사 입장을 밝혔다.

A기업 관계자는 양발법에 의거해 연어와 참다랑어 양식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 연어, 참다랑어 등의 어종을 양식할 수 있는 최적지를 찾는데 난항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연어나 참다랑어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해안가에 인접한 적지를 찾는 것이 필수적인데, 국내에서 그만한 적지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설사 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적지를 찾는다고 할지라도 부지 선정과 관련해 어업인 등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발법으로 대기업이 양식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배경은 만들어졌으나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연어양식업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경우 연어 양식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거둬진 성과”라며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연어나 참다랑어 같은 고부가가치 어종의 양식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의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지자체 등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예측과 달리 A기업 이외의 수산기업에서는 양식산업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원양산업계에서 규모를 자랑하는 B기업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에 양식을 하고자 하는 계획 자체가 수립돼 있지 않다”며 “양식업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양발법에 대한 내용이 회사 내에서 거론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또 같은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양발법, 아예 들어 보지도 못했다"며 무관심을 표했다. 이 기업 외에 같은 업계 C기업, D기업, E기업 등의 관계자들 역시 법을 들어보지 못했다거나 양식산업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 없어, ‘빛 좋은 개살구’... 우려

이처럼 대부분의 수산기업에서 양식산업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법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기업조차도 정부가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수산업계에서는 애초에 이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모른겠다는 분위기다.

한 수산 관계자는 “어업인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법 제정에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대기업더러 쉬운 건 하지 말고 연어나 참다랑어 등 고비용 저효율 양식만 하라고 하면 기업이 기꺼이 뛰어들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연어나 참다랑어를 양식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데 이러한 어종 양식에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노르웨이 연어의 경우 값이 너무 싸 국내 광어 소비시장까지 잠식해버렸는데, 이 상황에 큰 비용을 들여 연어를 양식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양식산업발전법은 빛 좋은 개살구다”라고 역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산대학 교수는 대기업이 양식업에 참여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연어나 참다랑어의 경우 양식이 쉽지 않다. 어종이 양식될 수 있는 조건들과 더불어 복합적인 문제들로 대기업의 참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국내 연어 양식 성공사례가 있긴 하지만 기술력만으로 연어 양식산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양발법 제정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양식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참여 유도보다는 기존 양식업자들이 법인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양식산업을 대규모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쪽이 좀 더 가능성 있다”고 대안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양발법이 국내 수산기업의 대규모 양식업 진입을 위한 발판이 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어업인들의 입맛대로 대기업에게 양식할 수 있는 품종을 정해준다면, 과연 경제성 없는 어종을 양식하는데 기업들이 의욕을 보일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또한 아직까지 참다랑어 및 연어 양식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연구 모델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시행까지 5개월을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양발법이 과연 국내 양식산업을 규모화 할 수있을지 수산인들은 염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참다랑어 양식장 (사진출처=マルハニチロ)
일본의 참다랑어 양식장 (사진출처=マルハニチ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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