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되면 한중카페리 나아질까
코로나 종식되면 한중카페리 나아질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4.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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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청신호, 인프라・서비스 개선돼야

[현대해양] 지난해 이용객 200만명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한한령 폐지 이후 주목되던 한중(韓中)카페리(Car Ferry)의 장밋빛 전망을 코로나19가 뒤집어 놓았다. 회복시점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6월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의 개장과 올해부터 순차적인 3만톤급 신조선 인도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업계는 본격적인 성수기인 5 ~ 10월 시즌 이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이 다시 돌아와 카페리의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해서는 답보상태였던 인프라, 서비스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월 개장을 앞둔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6월 개장을 앞둔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직격탄에도 빗겨 가는 지원책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1월 30일부터 한중카페리 여객운항이 멈췄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금, 중국도 내외국인의 입출국을 제한하면서 한중카페리도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선사들은 화물만 운송하고 있다. 12년째 카페리선사에서 근무한 A씨는 “카페리는 황해권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비용이 3배나 더 든다. 코로나가 장기화돼 여객 서비스를 못하면 업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말했다. 여객과 화물을 함께 실어 나르는 카페리의 주요수입은 화물수입 70%, 여객수입 30% 정도인데 안정적인 선사경영의 유지를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에 유리한 여객수입이 관건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카페리업체 지원에 직접 나서겠다는 행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6일 해상여객운송사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해당업체 휴직수당의 90%를, 180일까지 지원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기업경영평가와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이행여부를 조목조목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선사들에게 수혜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새 터미널 출국장
새 터미널 출국장

정부는 긴급경영자금지원에 한중카페리선사들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미 1월, 2월 가장 먼저 카페리경영안정화를 위해 자금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선사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없다. 선박건조에 한해 자금을 지원·보증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회사법, 정관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업은행, 수협은행 등을 통해 간접적인 경영자금 지원창구를 개설했다. 또한, 순수국적선사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본사는 중국에 있으나 대리점이 우리나라에 소재하는 업체 등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한중카페리업체 14개사의 총 선박 수는 17척으로 업체 대부분 1척을 운항하고 있을 정도로 영세해 은행도 대출 리스크를 무작정 질 수만은 없어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기준 14개 선사 중 3개 선사가 신청했으나 심사가 통과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 관계자는 “신용평가가 무방한 금융통로가 없어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몇 개선사라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안방안, 개선방안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타 은행들과 접촉 중인 가운데 정책금융기관들도 한중카페리선사를 지원하기 명분이 부실하다는 반응이다. 지분 97%가 중국자본인 업체가 있을 만큼 다수의 카페리선사들은 사실상 중국기업이나 다름없다. 어느 곳 하나 위기이지 않은 업계가 없는 마당에 혈세로 해외기업지원은 가당치도 않다는 것.

처음부터 중국자본이 비대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 9월 인천∼웨이하이 카페리 항로가 민간에서 개설된 이후 1993년 5월 양국은 정식으로 한중해운협정을 체결하면서 항로, 업체에 대한 투자지분을 50 대 50으로 합의했다. 당시만해도 개도국인 중국으로 가는 화물들이 많았으나 점차 중국이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덩달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화물, 여객도 늘었다. 우리나라의 민간업체들은 막강한 중국자본에 잠식될 수밖에 없었던 것.

한편, 중국도 항비 20% 감면 정도에 그치는 수준에서 아직 카페리선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경제대국이 돼 버린 중국의 몇몇 지방정부(성)에서는 카페리를 ‘계륵’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 청도, 대련 등에서 카페리는 타 산업에 비해 경제가치가 미흡해 정부가 나서서 카페리만 주도적으로 살려보자는 의지가 결여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와 업계는 카페리증가는 따이공(보따리상)과 유커(중국관광객) 증가로 전자제품, 화장품 등 면세점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또한 항만, 교통, 숙박·휴게시설 개발 등 부대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카페리산업의 비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 주주들이 합병(M&A)를 추진하거나 국내 자본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한중 50 대 50 공동투자 원칙을 되돌려놓기 위한 모색 중에 있다.

 

이용객 200만명 시대, 청신호

언제 다시 배를 띄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시장의 전망엔 청신호가 켜졌다. 1990년부터 한중카페리 시장은 연평균 8~9% 성장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항로확장이 주춤해졌고 게다가 2017년 사드(THADD) 사태로 인해 그해 여객 이용객만 35% 급감하는 등 침체기가 계속됐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한한련(限韓令)이 와해되고 중국인 단체관관객이 대거 들어오면서 항로 증설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양국은 2018년 군산-석도 항로의 총 6항차 증편, 지난해 대산-위해(산동) 항로를 신규 개설하는데 합의했다. 아울러 ‘2019 해양수산부 업무계획’에 연근해선사 수요가 있는 한중 카페리항로 개설이 포함되는 등 점진적 항로개방 확대 기류가 이어졌다. 한중카페리를 이용하는 승객은 2017년 126만7,000명에서 2018년 145만명, 2019년 200만3,000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한중항로는 세계 최대의 카페리 시장으로 자기매김 했다.

2018년 기준 전체 카페리 여객 77.5%, 화물 84.6%를 점유하고 있는 한중항로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천항 기준 이용여객 비중이 2020년 96만5,000명, 2025년 105만9,000명, 2030년 109만3,000명이었으며, 인천항 카페리 화물은 2020년 43만2,000TEU(735만5,000톤), 2025년 44만3,000TEU(738만6,000톤), 2030년 45만1,000TEU(722만9,000톤)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MI는 평택당진항, 군산항도 각각 5년간 화물은 2만TEU, 1,000TEU씩 상승, 여객은 1,000~5,000명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프라, 서비스 개선돼야

이렇듯 성장의 시그널이 명확하게 나오는 한중카페리가 코로나를 딛고 다시 성장세에 올라타려면 당장 이용객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업체들이 새 여객터미널로 이전하면 이용료, 임대료가 인상될 예정이며 올초부터 국제해사기구(IMO) 고유황유 규제에 따라 선박연료유로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비용이 줄어들 기미는 안 보이는 상황에서 그 어느때보다 여객, 화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카페리터미널의 서비스와 인프라는 30여년전 수준과 비슷해 운영, 시설의 노후화, 검역과정의 비효율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업체들도 여객 유치를 위해 터미널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세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검역 관련 직원이 여객수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해 최소 300명에서 1,500명 가량이 한꺼번에 하선하면 통관과정이 정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천항이 모항인 화동해운의 환동명주Ⅷ(Huadong Pear Ⅷ)는 3만5,000톤급 규모에 1,500명이 하선할 만큼 큰데 직원부족으로 하선 대기시간이 길어져 입・출국 수속이 당일을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수화물을 찾으려고 해도 몇 시간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이용객측에서는 항공기보다 비효율적이다.

인천항 선사관계자 B씨는 “공항처럼 자동입출국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더니 1대를 설치해 주더라. 이용객들의 불만이 여전히 높은데 기존 세관, 출입국 등 주말에도 상시 통관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운용인력의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선사들이 1,200~1,500명 정원의 3만톤급 신조선으로 대체할 예정이고 이전하는 신 여객터미널도 기존의 2개 여객터미널을 합친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협소한 시설과 입국심사 인력 부족이 계속된다면 긴 통관과정으로 화물운송이 대거 컨테이너선으로 갈아타고 중국 단체관광객들의 이용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KMI는 이와 관련해 연도별 품목별, 항만물동량 예측보고서에 카페리 화물 및 여객의 예측결과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규항만 개발의 기본이 되는 항만기본계획에 사실상 주요 국제여객항인 인천항, 평택항, 군상항 등 카페리 물동량은 컨테이너화물 예측결과에 제한적으로 포함돼 왔다. 카페리여객의 독자적인 예측결과를 ‘항만별 품목별 예측결과’ 에 정규적으로 편성하면 그간 신규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타당성 검토시 화물, 여객 관련 정보의 왜곡 및 불일치, 불명확한 근거 등의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KMI는 지금은 컨테이너화물에 적용된 무선인식(RFID)기반 항만 출입관리시스템도 카페리 서비스 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터미널 내 시설에 있어 편의점, 기념품점 등 단순 위락시설들보다는 여객 중심의 휴게실, 대기실, 입출국장 확충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이용객들이 앉아서 기다리거나 쉬는 경향이 많은데 낮잠을 자는 등 휴게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러한 개선점들이 2022년 개장할 평택당진항국제여객터미널 등에 적극 반영돼야할 필요가 있다. 전후방효과가 큰 한중카페리 이용객의 유도에도 세심한 정책적 관심이 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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