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병과 수산식량안보
신종 감염병과 수산식량안보
  •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 승인 2020.04.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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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인간은 프로메테우스가 최초의 불을 훔쳐 주었을 때 비로소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그 후 제우스를 속인 대가로 불을 빼앗긴 인간들은 다시 신을 두려워하게 되고 음식물도 익혀 먹지 못해 전염병이 나돌았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으로 가 또다시 불을 가져와 인간 앞에 나타난 프로메테우스는 불씨를 제우스에게 또 다시 빼앗기지 않으려면 집집마다 불씨를 묻어두라고 했다. 왜냐하면 불씨는 독점하면 빼앗기기 쉽지만 분산하면 신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시작된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라는 이름으로 1988년 6월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2015년 12월에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195개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다. 온난화는 혹한과 폭설, 폭풍우, 대형 산불과 가뭄 등의 형태로 지구를 황폐화하며 심지어 바이러스까지도 변종시킨다.

신화시대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전염병을 막았다면 현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변종된 바이러스가 감염병을 일으킨다. 지금의 감염병은 인류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물론 경제위기와 국민안보까지 위협하는 무섭고 두려운 병이다.

 

신종 감염병 끊임없이 출현할 것

헌법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이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이라고 명시되어있다. 안보는 헌법에서처럼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규제한다. 국민의 안전보장을 국가의 최고 목적이자 책무로 직시하고 있다. 국민건강은 정치와 외교에 앞서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서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이스라엘에 들어와 있는 모든 한국인은 즉시 이 나라를 떠나라’, ‘방역이 외교에 우선’을 외치는 국가를 보면 안보의 트랜드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보이는 위협과 싸우는 전통안보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삶을 위협하는 신흥안보인 국민 건강안보로 이전하는 추세이다.

세계적 바이러스 네트워크(GVN)는 ‘지구화와 기후변화가 바이러스의 여권’이라 표현하고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한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반복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10월 13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한국 수협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의장국으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적극지지(IPCC) 등 5개항의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키갈리선언’을 채택하여 국제여론을 주도하였다. 이상민 국회의원실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식량안보법 제정방안 등을 주도했다.

 

‘수산식량안보’ 구축은 수산전문가가 나서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의 창궐로 지금보다도 더 독한 신종 감염병이 끊임없이 출현할 것이라 한다. 우리가 겪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금융위기에도 국경이 봉쇄된 적은 없었다. 봉건시대가 아닌 세계무역기구(WTO)시대의 봉쇄는 물자나 사람의 이동제한과 금지의 효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마비되는 경제위기로 직결된다. 뉴스화면을 보면 선·후진국 구분 없이 식료품 사재기로 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어있지 않던가? 심지어 마스크 수출까지도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규제하지 않는가? 식량과 건강을 위해서는 대안이 없다.

 

수산물은 안보 측면에서 다뤄야

감염병에 대비한 수산식량안보의 구축은 수산전문가가 나서서 수산물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공적구조를 마련하되 그 기능은 분산해야 안보의 ‘불’을 온전히 보존할 것이다.

첫째, 공적구조는 수협판매제(의무상장제, 계통판매제)의 전면적인 실행이다. 수산물은 공유재에서 이루어지는 생산활동이다. 자원보호와 유지를 위해 체포금지 어종이나 체장은 엄격히 위판을 금지시켜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풍부한 바다자원 보존을 위하여 추진하는 해양관리협의회(MSC) 규격이나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성공의 최종 확인지는 전국 229개소에 소재한 정부 지원으로 건립된 수협 위판장이기 때문이다. 수산물과 관련된 공유재의 비극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수협판매제 뿐이다.

둘째, 수산물 식량자급률을 8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해조류를 제외한 어패류의 식량자급률은 2017년 기준 53.7%이다. 2018년 수산물 수입실적은 28억 5,000만 달러이다. 이중 13억 3,000만 달러는 중국에서 수입되었으며, 전체 수입액의 47%를 차지한다. 과도한 중국의존도에서 벗어나야 식량안보가 확보된다. WTO 체제 아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지만 글로벌 식량 위기시 식량수입국은 식량수출국의 수출규제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협정도 동맹도 필요 없는 냉혹한 현실만 있을 뿐이다.

셋째, 바다 기후변화 대응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바다 온난화의 주범은 폐어망 등 바다쓰레기이다. 폐어망 자체가 물고기의 무덤이고 부패할 때의 열량으로 수온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서는 쌍끌이 어선 6척과 조합 자체예산으로 특별 제작한 수중 침적 쓰레기 전용 수거장비를 동원하여 제주 인근 해역의 쓰레기 30톤을 수거하였다. 바다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획기적인 새로운 출발이라 본다. 이제부터는 민간을 넘어 정부와 환경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4차 혁명시대의 강대국은 핵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나라라고 한다. 창발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두뇌 개발과 국민건강은 수산물을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섭취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수산물은 이제 안보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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