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그랜트 프로그램과 해양 발전
씨그랜트 프로그램과 해양 발전
  • 박석주 교수/한국해양대학교
  • 승인 2009.05.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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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바다의 면적은 지구 전 표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어서 단순하게 숫자적으로 어림잡아도 지구 환경의 70%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할은 크기에 비례하기보다는 큰 것이 더 크게 마련이고, 고정된 육지와 달리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한 영향력을 미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구의 증가와 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식량과 자원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육상의 식량의 증산은 매우 더디고, 지하자원은 거의 고갈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을 해결해 줄 해결사로 많은 과학자들은 바다를 지목한다.

우리나라는 1999년 8월 9일 ‘연안관리법’을 제정하여 시행하여 오다가 2008년 3월 25일 이를 전면 개정하여 공포 일년 경과 후인 2010년 3월 26일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어 연안의 효과적인 관리를 도모하고자 하고 있다. 여기에서 연안은 영해의 외측한계로부터 해안선에서 육지쪽으로 500미터 사이의 지역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연안역(Coastal Zone)의 범위를 바다 경계선으로부터 100km까지로 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연안역에 속한다.

씨그랜트 프로그램(Sea Grant Program)이란

씨그랜트란 우리에게 생소한 용어임에 틀림없다. ‘Sea’는 누구나가 다 아는 바다라는 단어이고, ‘Grant’는 기금, 보조금 정도인데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영어 그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씨그랜트를 쓰고 있고, 이를 풀어서 한국해양발전프로그램(KSGP; Korea Sea Grant Progra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연 설명하자면 ‘해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및 이용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해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이용은 매우 거룩한 명제임에 틀림없지만 지속 가능(궁극적으로는 보존)과 발전의 이해관계는 늘 상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보존과 발전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대학에 이 사업을 맡기게 된 것이다. 지역의 대학은 그 지역의 연안에서 일어나는 문제(issue)를 찾아내어 연구(research)를 통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적용(extension)하고, 교육(education)을 통하여 시민과 학생들을 교육하는 개념이다.

씨그랜트 프로그램은 1966년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The National Sea Grant College and Program Act of 1966’을 공포·시행하면서 시작되었다. 1971년 오리건 주립대학, 로드아일랜드 대학, 텍사스 A&M 대학과 워싱톤 대학 등 4개의 씨그랜트 대학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하여 Guam과 Puerto Rico 프로그램까지 포함하여 현재 32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예산은 정부에서 약 30억원의 지원을 받고 지자체, 산업체, 대학 등의 지원으로 편성되며 큰 사업단의 경우 연간 약 150억원 규모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하와이 씨그랜트에서 개발한 외해 가두리 양식장이다. 수심 30~50m 정도의 해역에 대형의 어망을 해중에 설치하고 그 속에서 고급 어종을 양식하는 방법인데 장점은 수심이 깊어지면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태풍 등 파도의 피해를 전혀 받지 않고, 청정 지역에서 기르기 때문에 병해 등 피해가 거의 없고, 가두리 하나에 약 1톤의 대량 양식을 할 수 있는 등 가두리 양식장의 이점은 수없이 많다. 캘리포니아 씨그랜트에서는 무독성 페인트를 개발하여 기존의 배에 칠해진 독성 페인트를 벗겨 내고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게 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하여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독성 페인트가 값은 비싸지만 3배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라고 설득시켜서 미국 전역에 전파시키고 있다.

한국의 씨그랜트 프로그램

한국의 씨그랜트 프로그램은 40여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국가 씨그랜트 사업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2000년에 처음 해양수산부에서 도입하였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해수부 주관으로 연구사업의 형태로 출발하였고, 2005년에 씨그랜트시범사업단이 부산의 한국해양대학교에 처음 설치됨으로써 지역을 커버하는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2006년에 씨그랜트시범사업단이 영남씨그랜트사업단으로 변모했고, 동시에 호남씨그랜트 사업단이 설치되었으며, 2007년 중부씨그랜트 사업단이 서해와 동해의 중부 지역을 커버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전 연안역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발전하였고, 빠른 장래에 동해와 서해의 씨그랜트가 나뉘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명실공히 우리나라 전 연안역을 커버하는 한국 씨그랜트의 체제를 갖출 것이다.

씨그랜트가 추구하는 것은 건전한 연안 환경과 경제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해양환경 및 생태계, 해양생물로부터의 신약 개발,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 해양공간의 이용, 항만 건설과 이용 등 지역의 바다에 대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이 결과를 이해 당사자들에게 전파하여 실제로 이용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길이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교육ㆍ홍보한다.

영남 씨그랜트는 2009년도에 국비, 부산시비, 경남도비, 기타 대응자금 등 약 15억원의 사업비로 20여건의 지역 현안 연구과제를 발굴하여 수행하고, 3-4 건의 대민 사업과 20여 건의 해양 교육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한국 씨그랜트 사업이 푸른 꿈으로 가득 차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가적인 씨그랜트의 관리 체계의 부재가 커다란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국가 씨그랜트(National Sea Grant)에서 전국의 씨그랜트를 관장하고 조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전담하는 공무원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씨그랜트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씨그랜트 사업의 방향성 등을 검토하고, 씨그랜트 사업단장 회의도 만들어 상호 의견과 정보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씨그랜트에 대한 완전한 이해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하여서는 전 국민의 관심과 격려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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