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값싸게 사는 기회인데도 유조선 수요는 줄어
원유 값싸게 사는 기회인데도 유조선 수요는 줄어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03.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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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이 유가폭락 여파보다 커

[현대해양] 유가 폭락으로 값싼 원유 확보를 위한 심리가 발동돼 치솟던 대형유조선(VLCC) 시황이 다시 급락하고 있다.

VLCC 시황은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발표 이후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석유화학기업인 'Sinochem'가 중동-극동(중국) 항로에서 WS200, 인도 석유생산기업 'Reliance'는 중동-인도 항로에서 WS400으로 VLCC를 수배했다.

WS(World Scale)는 유조선 운임계산의 편의를 위해 지수화한 값인데 매년 두번씩 항로별 표준선형의 원가를 정해 이를 WS100으로 한다. 즉, WS400은 VLCC 시황이 전망한 가치보다 4배 높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던 VLCC 시황이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월 20일 미국 석유생산업체인 'Exxon Mobile'이 중동-극동 항로 VLCC를 WS105에 성약했다. 

이에 3월 중순 스폿운임 손익분기점 3배에 이르는 일일 25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운임도 3월 하순부터는 일일 10만달러 수준까지 낙폭을 그리고 있다.

유가폭락은 계속되는데 VLCC를 찾지 않는 시장심리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 해운중개업체인 SSY 관계자는 "주요 원유 수요국인 인도에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발발했으며, 전세계에 코로나19가 번진 가운데 유조선사, 화주 등 계약 관계자들이 자가격리를 단행하고, 항만 입출항 등에 제동이 걸리면서 원유 운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일 스폿운임의 손익분기점도 서서히 위협받고 있고 26일 기준 WS83 이하로 떨어지면서 어디까지 추락할지 업계는 잔뜩 긴장한 상황이다.

한편, VLCC 시황이 다른 선종보다 외부요인에 유달리 크게 동요하는 요인은 작금과 같은 유가 폭락과 더불어 VLCC 척수의 영향도 크다. 전세계 750여척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VLCC는 LNG, 특수선을 제외한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척수다. 

그마저도 전부 가동되는 것이 아니다. 원유를 저장할 기지의 육상 구축이 어려울 경우 VLCC가 원유 저장용도로 쓰이기도 하며, 장기계약에 이미 투입된 선박들도 더러 있어 실질적으로 단기스폿 용선시장에 나올 수 있는 VLCC는 전체의 절반 정도다. 이렇듯 공급이 한정되다 보니 지난해 10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송 제재와 중동지역 유조선 폭발사고 때도 전세계 VLCC 10% 가량의 중국 유조선의 발이 묶이면서 WS300까지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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